<탄핵 후폭풍> 대 이은 막장부녀 권력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53:55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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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최태민 혼령에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인연’이 ‘악연’이 되기까지 4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월만큼이나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끈끈했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은 경제공동체로 묶였다. 대한민국은 경악했고, 탄핵의 목소리를 높였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사마의)을 이기다’라는 말처럼 최태민은 지하세계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수차례 경종에도 대한민국은 눈과 귀를 닫고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이 컸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 과정서 최태민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은 “실체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실체가 없다?
드러난 거짓말

그러나 현 상황에 비춰보면 이는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로 판명났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에도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사위 정윤회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에 갇혀 있었다.

경선 때 제기된 의혹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전이라 실체화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2007년 6월18일 발간된 <월간조선>은 “19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와 함께 ‘대한구국선교단’ ‘새마음 봉사단’을 이끌었던 최태민 목사의 딸과 사위 등 가족들이 서울 강남구 요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17일에는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김해호씨가 “최태민과 그의 딸이 육영재단에 개입해 임의로 어린이회관 관장을 바꾸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잇단 의혹에 박 후보는 입을 열었다.

“그분(최태민)이 횡령을 했느니 사기를 쳤느니 하는 얘기가 있던데 실체가 없다.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느냐는 말도 있다”고 두둔했다. 첫 번째 경종이었다.

함께 경선에 임하고 있던 이명박 후보 측은 최태민이 박 후보의 이름을 업고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최태민은 정보기관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전력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그의 비리 혐의를 파악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서를 올렸단 사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였다. 이는 범여권 대선주자였던 이해찬 전 총리의 홈페이지에 게시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4 용지 16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최태민의 출생과 성장 배경, 경력,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과정, 구국여성봉사단 창설 이후의 각종 비리 혐의, 상습적인 성추문 혐의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을 둔 사실도 알려져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영적인 부부”
괴담 쏟아져

1912년 황해도 출생인 최태민은 일제강점기 시절 순사를 지낸 뒤 해병대의 비공식 문관으로 활동했다. 공화당 중앙위원, 영세교 교주 등의 이력도 가지고 있다. 1975년 구국선교단 총재를 지내면서 명예총재로 박 전 대통령을 임명했다. 최태민은 지난 1994년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82세였다.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구국선교단 등 자신이 만든 단체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거둬 수백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수법이었다.

이 과정서 사기와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최태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26 뒤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를 통해 “이 문제(최태민)가 10·26혁명의 동기 가운데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경종은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박 전 대통령과 동생 박근령씨의 마찰 때 울렸다. 당시 박근령씨를 지지하던 숭모회 회원들은 최태민의 전횡을 비난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최태민은 재단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들은 최태민이 육영재단의 각종 사업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근령씨는 “사기꾼 최태민을 엄벌해 최태민에게 포위당한 언니 박근혜를 전직 국가원수 유족 보호 차원서 구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노태우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육영재단 사태로 공식 석상서 물러날 때까지 최태민은 ‘구국여성봉사단’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근화봉사단’ 등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등장했다.

정보기관 단골손님 최태민의 실체
“물 한 모금도” 박통 의존도 심각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난 1974년이었다. 상심에 빠진 박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은 여러 차례 서신을 보냈다.

<김형욱 회고록>에 따르면 최태민은 “어머니(육영수 여사)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내 딸이 우매해 아무 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면서 이런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의 일화는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전기영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태민이 생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을 증언했다. 전 목사는 당시 ‘최태민·박근혜 연인설’에 대해 최태민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그때 최태민이 “박근혜와 나는 영의 세계 부부이지, 육신의 부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앞서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꿈에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나를 밟고 가라.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최태민과 상의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방영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선 박 전 대통령이 10·26 사태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일화가 전해졌다. 최태민의 의붓 손자인 조용래씨의 부인은 해당 방송서 “(10·26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넋이 나가서 벌벌 떨고 있었다. 주로 기도하러 최태민 집에 와 ‘나무천국사불’이라는 주문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나무천국사불’은 사이비종교 교주였던 최태민이 만든 주문이다.

“1위 최순실
박근혜는 3위”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부인 임선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조용래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임선이는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박근혜-최태민 집안 관계의 몸통은 임선이였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최태민에게 삶의 모든 부분을 의지했다. 마시는 물 한 모금, 약 한 봉지까지도 최태민이 직접 챙겨줬다”고 말했다.

세 번째 경종은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울렸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윤회씨가 공식 직함 없이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을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에 관여한다는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정씨와 최태민의 다섯 번째 딸 최순실은 부부 사이였다. 문건 파동이 있던 당시는 최순실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던 상황. 박관천 전 행정관이 검찰에 출두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전)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소리쳤을 때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윤회-최순실은 문건 파동 직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4차 청문회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이혼을 권유했고 3월에 이들이 이혼한 것으로 취재했다”고 밝혔다.

박정희→최태민, 국고환수 가능?
세 번 울린 경종, 더 늦었더라면…


이혼 후 두 사람은 재산 분할소송을 벌였다. 정윤회가 전 부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달라며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한 것이다. 재산명시신청은 재산분할을 위해 법원이 재산 공개를 요청하는 제도로 수표나 증권, 보석류 등 상세한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숨겨진 재산을 밝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이 드러난 수백억의 재산 외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윤회는 재산 분할 청구를 돌연 취하했다.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용래씨는 자신이 쓴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을 통해 부정축재의 단서를 제공했다. 최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돈을 자신의 일가 쪽으로 넘겼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순실이 독일 등 해외에 수조원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이 대통령 정치자금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불법 재산형성 의혹은 특검법상 14개 수사대상 중 하나다.

못 다한 특검의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이어갈 예정이다. 과연 부정축재한 최태민 일가 재산을 얼마나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인연은 지난 1986년 독일 유학을 다녀온 최순실이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맡은 뒤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인연은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 현장서 피습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최순실이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전해질 정도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으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내몰린 것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연→악연
40년 걸렸다

박정희-최태민 때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인연은 파국을 항해 달려간 셈이다. 박영수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뀐 지금,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서로를 법의 심판대로 내 몬 악연이 되고 말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민 의붓손자의 폭로

최태민의 의붓손자 조용래씨가 쓴 <또 하나의 가족>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출간됐다.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씨는 아버지 조순제(최태민의 의붓 아들)와, 장기간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생활과 건강관리를 도왔던 어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박근혜·최태민·임선이의 어두운 역사를 재구성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최순실 이전 조순제가 박근혜·최태민이 벌인 각종 사업에 관여하게 된 이유,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넘어간 일, 박근혜·최태민의 미스터리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숨김없이 공개돼있다. 또 ‘조순제 녹취록’과 조순제가 죽기 전 쓴 진정서 초안 전문도 부록으로 수록돼있다.

조씨는 출판에 앞서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사실상 한 가족이다. 정계입문 선거 자금도 임선이가 댄 것”이라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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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