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자유한국당 이종명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29:24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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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전쟁 중”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4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서른 번째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을 만나봤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불편한 몸에도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취재진을 환대했다. 17년 전, 당시 중령이던 이 의원은 참극을 목격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서 지뢰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것.

당시 병사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킨 이 의원은 쓰러진 후임들을 구하기 위해 단신으로 지뢰밭에 뛰어들었다가 두 다리를 잃었다. 그렇지만 이 의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복으로 지뢰밭을 뚫고 나왔다. 앞서 사고를 당한 후임들은 이 의원이 지나간 길로 겨우 참사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참군인’이라 부른다. 그가 보인 헌신과 희생만으로도 진정한 군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고 후 15년간 군 복무를 이어가며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육군대학 교관, 합동군사대학 교관, 합동군사대학 명예교수를 차례로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은 이 의원은 이제 국회라는 생경한 장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 의원과 일문일답.


- 군 출신이다.
▲37년간 군 생활을 했다. 전역식을 하면서도 군복을 벗는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그 자리서 “앞으로 예비전력으로 늘 국가와 군을 위해 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에 사고를 당한 후 그간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큰 성원을 받았다. 정년 전역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국가와 군, 국민들 덕분이다. “전역을 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갚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우리 당 비례대표 선발 요건 중 하나가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 나라를 위한 헌신의 결과로 비록 장애를 입게 됐지만, 이후에도 지난 15년 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다. 이를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선발됐다.

- 이동 거리가 상당할 텐데, 특별히 불편한 점이 있는지?
▲외부에선 국회를 ‘일 안 하는 곳’이라 비판하지만 실제로 와 보니 상임위 활동을 중심으로 토론회, 현장 방문, 각종 면담 등 일정이 상당하더라. 의족을 착용하고 하루 일과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의족을 착용하면 비장애인보다 몇 배의 에너지가 소요된다.

신체 건강한 사람도 국회 활동을 다 소화하기 힘든데, 오죽하겠나. 그래서 본청에 일정이 있을 경우 10~15분 일찍 출발해 절대 늦지 않으려 한다. 실제 회의장에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여 일정을 소화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단, 체력관리를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든다.

- 정치인으로서 비전이 있다면?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란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나를 국회에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랑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가 되게끔 만들어 달라는 염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면에서 군인과 국회의원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성원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의정활동을 해 나가겠다.

- 1호 법안인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아직 상임위서 계류 중이다.
▲군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장애를 입었을 경우 군인연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다 장애를 입었는지 따지지 않고 장애 등급별로 연금을 지급하는 게 현실이다. 전투 또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다 다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평범하게 병영생활을 하다 실수로 장애를 입을 수도 있다.


똑같은 장애라도 국가와 국민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사람은 좀 더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기존의 법을 개정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국방위원회의 다른 위원들도 취지에 동의한다. 단, 타 공적연금 혹은 보훈보상제도와의 관계에 좀 더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어 계류 중이다.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통과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지뢰밭 뚫고 후임 구조 ‘참군인’
장애 딛고 후진 양성에 힘 쏟아

- 북한이 최근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진화하는 북한 무기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 상황인데.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쓰지 못하도록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둘째 특수부대 등 비대칭 전략을 육성하고, 셋째 국제적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만들 돈줄을 막을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미 태평양사령관을 만난 자리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할 우리의 자산이 무엇일지 물어봤다. 그러자 한참을 생각하던 사령관은 한미동맹이라고 답했다. 괌 기지에 있는 하늘을 나는 요새(B-52 전략폭격기), 유령(B-2 스텔스 폭격기), 죽음의 백조(B-1B 초음속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핵항공모함이 비록 우리 것은 아니지만, 동맹 관계가 끈끈하면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김정남 피살의 의미를 진단한다면?
▲피살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수교를 끊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가장 믿고 있는 중국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유럽연합서도 북한에 대해 독자적 제재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가 더욱 가속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우리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그 영향이 미치는 곳은 한국이다. 북한이 내부 불만을 해소시키고자 대남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최근 한 라디오와 인터뷰서 “김정남 독살과 사드배치 불가피론 연결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는데.
▲우리가 안보불감증에 대해 늘 얘기하지 않나. 이복형마저 살해한 김정은의 다음 목표는 우리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사드 배치다. 우리는 지금도 전쟁 중인 나라다. 서울서 불과 40km만 올라가도 지구 상에서 가장 밀도 높게 쌍방이 대치하고 있다.

김정남 피살은 단순히 북한 내부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그 여파가 우리에게 어떻게 미칠지 대비해야 한다. 단순히 전선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믿고 있는 핵미사일 대비로 후방까지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필요한 것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배치돼야 한다.

- 대선주자들의 군 포퓰리즘이 비판받고 있다.
▲대선 때만 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게 ‘군 복무기간 단축’ ‘병력 감축’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심지어 이재명 성남시장은 10개월로 단축하겠단 공약을 내놨다. 군 병력을 지휘해 본 사람은 안다. 병사 한명이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적어도 상병 정도는 돼야 한다. 이들의 공약은 전투력을 가진 부대가 아닌 신병 훈련소만 가지겠단 말과 같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모병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지난해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 병력이 128만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22년이 되면 52만3000명으로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 없이 병력을 감축하겠단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 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라면 국방‧안보로 정책대결을 펼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chm@ilyosisa.co.kr>


[이종명은?]


▲경북 청도 출생
▲육군사관학교 환경학과 학사 39기
▲육군 제1보병사단 수색대대장
▲육군 대령 전역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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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