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박근혜 하야 꼼수’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0:17:24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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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과 얘기 끝? 머리 굴리는 '박통'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서 ‘탄핵 전 하야’ 시나리오가 재부상하고 있다. 수세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전격 하야 발표를 할 것이란 내용이다. 점차 탄핵 인용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는 현 상황서 박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 범여권과 청와대가 기획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통령 하야설이 제기됐다. 1월1일을 전후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것이란 예상이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하야를 하면 본인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뿐더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누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어떠한 발표도 나오지 않았고 하야설은 잠잠해졌다.

여태 버티더니
이제 와서 왜?

당시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지 않은 이유는 본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무죄에 대한 의지는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박 대통령의 발표를 보면 잘 녹아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법률대리인단을 꾸리는 등 탄핵 기각에 힘을 쏟았다.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적극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법률대리인단의 여론전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최후 변론을 지연시키는 작전도 헌재가 27일로 못 박으면서 무산됐다. 사활을 걸었던 지연작전이 무위로 그치면서 박 대통령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현재 3월 초 선고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 측에는 헌재의 탄핵 결정을 지연시킬 수단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이에 최후 수단으로 하야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략적 판단을 열어주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역풍을 맞긴 했지만, 맞불 집회는 보수 결집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하야설을 통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물론이고 특검을 피해갈 수 있는 상수라는 점에서 하야는 매력적인 카드다. 특검이 종료되면 검찰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정치권이 뽑은 박영수 특검팀보다 자신이 임명한 김수남 검찰총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하는 게 편할 수밖에 없다.
 

하야를 할 경우 적어도 구속은 피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만약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기라도 한다면, 탄핵 인용 후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수사의 키가 검찰로 넘어가면 수사팀을 새로 꾸려야 한다.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수사팀이 기록을 검토하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2∼3개월이 훌쩍 지날 수 있다. 재정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하야를 발표하는 순간 정국은 60일간의 조기 대선모드로 전환된다.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순 없겠지만, 자신을 향한 민심의 화살을 대선으로 돌릴 순 있다. 야권의 비난도 피할 수 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시작부터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예상 또한 하야에 무게를 싣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하야설의 진앙지는 어디일까. 정치권은 범여권과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에서 하야설을 골자로 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힘이 야권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노린 정치적 포석이 퇴진론이란 것이다.

퇴진론은 극심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나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 길을 열어주자는 게 핵심이다. 그 속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전제로 깔려 있다.


제 발로 나갈까
인용 예상했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보름 전 탄핵 결정 뒤 후폭풍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며 “탄핵 결정 후 국론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여야의 정치력이 강화돼야 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전제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시 정 원내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날 정 원대대표는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이 문제(퇴진론)에 대해선 이미 청와대서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기획설에 불을 지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청와대와 대통령은 탄핵 심판 전에 국민을 통합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방안이 있는지, 탄핵 이전에 어떤 정치적 해법이 있는지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며 “대통령이 하야하고 정치권은 사법처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해결해야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바른정당 김성태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결단이 헌재 결정 이후 극단적 대립을 수습할 수 있다”고 퇴진론을 언급한 바 있다.

퇴진론은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닮아 있다. 당시 미 의회는 닉슨 대통령에 대한 사임을 전제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닉슨 대통령은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게 사면받았다.

헌재 결정 앞두고 ‘하야설’ 재부상
범여권-청와대 기획설 “사면 전제”

그러나 사면 때문에 퇴진론은 정치권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야권은 물론 바른정당 일부서도 퇴진론은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최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온전히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품격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 헌법 정신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탄핵 소추 전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이제 와서 하야를 검토한다는 것이 사실이면 비겁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도 냉랭하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크게 신경 쓸 것 없다는 모양새다. 전제조건인 사면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박 대통령의 성향상 실제 자진 사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하야를 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만약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더라도 헌재가 탄핵심판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우리당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게 탄핵까지 가지 말고 박 대통령의 하야 내지는 2선 후퇴였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국회서 총리를 추천해주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라며 “곧 탄핵 결정이 내려질 판에 이제 와서 갑자기 해묵은 얘기(퇴진론)를 꺼내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사면을 전제한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갔을 때 사법처리를 막을 생각으로 제안하는 거라면 정말 턱도 없는 소리”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꿩 먹고
알 먹고

같은 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미 청와대서 그런 일(자진 사퇴)은 하지 않겠다고 의사 표명을 분명히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금까지 언행으로 봐서 (하야를)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첫 번째 사과성명을 하면서 진솔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서도 물러나겠다고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이런 혼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뜻이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서 “지금 ‘질서 있는 퇴진’을 끌고 오는 것은 여론호도용 물타기”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과 범죄에 대한 법적 심판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하야설이 실제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회 탄핵소추위원은 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박 대통령이 선제적인 조치가 가능한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cpbc 라디오서 “하야를 하고 안 하고는 대통령의 자유의지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마지막 순간에는 대통령 측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아보려고 할 것”이라며 “인용이 거의 확실시된다면 헌재로부터 탄핵 결정을 받느니 하야를 택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서는 “턱도 없는 소리”
하야하면 탄핵은 끝? 가능도

우선 청와대는 하야설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대통령 하야설은 터무니없는 얘기고,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한 적도 없다”며 “정치권에서 자꾸 그런 식의 얘기를 흘리는데 우리 입장은 명확하다. 더 이상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못 박았다.

이제 와서 하야를 하게 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다. 이는 무죄를 강변해온 박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사면 전제’와 ‘국론 분열 방지’ 중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 양측이 여론전을 펼칠 경우 비등한 싸움이 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박 대통령 하야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야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은 연금 및 유족연금, 기념사업 지원, 경호·경비, 치료, 사무실 및 비서 제공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의전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현재 탄핵 찬성 여론은 80%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변함없는 흐름이다.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국민의 뜻은 그만큼 확고하다. 사면 전제를 받아들였을 때 일어날 역풍을 고려한다면 야권이 한국당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종합해봤을 때 하야설은 범여권과 청와대의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만약 하야를 할 시 탄핵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느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BS 라디오서 “파면할 상대가 없어져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헌재는 탄핵 심판을 종료할 수 있다. 그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나라 위해?
사면 전제?

그러나 단서는 존재한다. 임 교수는 “위헌 행위가 장래에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 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 긴요한 경우에는 (심판 청구 이익의 예외 조항에 해당돼) 최종 결정까지 갈 수 있다”며 “대통령이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해서 탄핵을 받아야 한다면,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이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긴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심판 청구의 예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하야하더라도 헌재는 최종 결정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불어민주당이 본 박근혜정부 4년
경제파탄·국기문란 “역대 최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3일 박근혜정부 4년을 평가한 자료집을 발간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정권의 지난 4년은 무능한 국정으로 민생을 파탄 내고,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자리에서 정책위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안전대책 부실 ▲가계부채 증가 ▲청년층 등 실업난 ▲주거 빈곤 심화 ▲경제민주화 공약 불이행 ▲노동개악 ▲위안부협상·한일군사보호협정 체결 강행 ▲개성공단 폐쇄 ▲국정교과서 강행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언론장악 ▲국민연금의 삼성 경영승계 도구화 등을 지적했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
가계부채 1300조 넘어

세부적으로 정책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대기업 기부금 불법모금, 전 방위적 인사개입, 도를 넘은 권력남용, 부당한 특혜 편취 및 제공,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희대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 정책에 대해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돌파하고 실업난과 주거 빈곤은 더욱 심화됐음에도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는 노동개악을 추진했다”며 “민생은 외면당했고, 경제는 파탄 났다”고 비판했다.

정책위는 “이번 자료집 발간을 통해 국민에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상세히 알리고, 향후 새롭게 출범될 민주정부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성공한 정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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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