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업가인 A에게 사업자금으로 담보 없이 3억을 빌려줬습니다. 하지만 점차 이자도 지급하지 않다가 변제기를 한 달 넘긴 시점서 사업이 부도가 났습니다. 이후 A가 부도 나기 직전에 배우자 B와 이혼하면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시가 15억의 건물 전부를 B에게 재산 분할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의 채권을 회수할 방법이 없을까요?
[A] 우리 민법에는 채권자취소권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행한 채무자의 법률행위, 즉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채무자의 재산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자의 권리입니다.
쉽게 말해 채무자가 갚을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산을 증여, 매매, 은닉, 허위양도 등을 통해 채권자의 채권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해행위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채권자는 상대방에 대한 채권이 있어야 하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사해행위를 했어야 합니다. 여기서 채권은 원칙적으로 금전채권이어야 하며 사해행위이전에 발생하고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질문을 통해 살펴보면 이 사건 채권은 금전채권이며 A가 B에게 건물을 넘기기 전에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사해행위 취소에 필요한 유효한 채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해의사를 검토해보면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을 매각해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해주는 경우 사해의사가 추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 A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건물을 부도직전 B에게 이전했기 때문에 사해의사가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전 배우자인 B가 자신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의 입증책임은 B에게 있으며, 배우자였던 B가 A의 재산 상태나 채무상황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므로 B의 악의는 인정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재산처분 행위가 사해행위가 되기 위해선 재산처분행위로 인해 채무자의 재산이 감소해 채권을 담보할 재산이 부족해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면 초과부분에 대하여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A가 B에게 건물 전부를 넘긴 것은 초과부분에 대해서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결국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통해 A와 B사이의 재산분할을 취소하시어 채권을 변제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편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정황들이 보인다면 미리 채무자의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해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 처분하지 않도록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채무자가 재산은 은닉, 손괴, 허위양도 등을 통해 채권자를 해하였다면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 고소를 통해 채무자를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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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