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④줄어드는 일자리

비리공직자 겨낭했다 청년들 잡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좋은 취지서 만들어진 법이라는 데 사회적 인식이 모아진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저소득층의 주력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업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결국 서민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 문제는 위축되는 일자리에 의존하는 서민층이 많다는 것이다. 그 현장을 <일요시사>에서 확인했다.

상인들은 울상

“고객님께 말씀드립니다. 김영란법의 여파로 식당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건비 절감 차원서 고기 구워 드리는 서비스를 폐지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여의도에 있는 한 대형 고깃집에 붙은 안내문이다. 이 식당은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로 손님을 끌었지만 식사비 3만원 한도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메뉴를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2만5000원대로 내리고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는 동시에 고기 구워주는 서비스를 폐지했다.

김영란법으로 직원 7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인근의 다른 식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3만원대 이하의 ‘김영란법 메뉴’를 만들면서 가격을 낮추는 대신 서빙하는 30∼40대 여직원을 내보냈다.


우리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년째 0%대 분기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작년 4분기 0.7% 성장한 이후 올해 1분기 0.5%, 2분기 0.8%, 3분기 0.6%로 연이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경기불황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영란법으로 요식업 등 서민층의 일자리가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

관련지표도 부정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음식점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9월 85.2로 2011년 9월(83.9)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 등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생산활동이 둔화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4.1%는 “2015년 12월에 비해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정모(34·여)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그 여파는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불안한 우리 같은 서비스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과 경기 침체 여파로 요식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0∼12월까지 석 달 연속으로 각각 전년 대비 해당 업계 일자리가 3만개씩 줄어들었다. 김영란법으로 외식 관련 소비가 감소해 요식업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대거 축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1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주점업 종사자는 94만6058명으로 2015년 12월보다 3만778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10월과 11월에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만67명, 3만302명이 줄었다. 3개월 연속으로 3만명 이상 준 데다 소폭이지만 감소폭이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경기침체가 심화되며 연말특수가 사라지자 12월에도 요식업계 종사자가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접대 상한액에 서비스업 위축

‘설익은 법’ 청년 취업도 줄어

정부는 청탁금지법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연초에 소비촉진 대책 등을 내놓고 3(식사 3만원)·5(선물 5만원)·10(경조사비 10만원)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절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요식업계 일자리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급락한 소비심리가 1∼2분기 시차를 두고 올해 초부터 실제 소비에 본격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부문은 요식업뿐만 아니다. 화훼, 농축산업 등도 김영란법의 여파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직종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하화환이나 명절 선물세트의 한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김영란법 탓에 청년들의 취업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청년층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던 2015년(9.2%) 수치를 1년 만에 경신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도가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진행한 외국어에 능통한 청년인재를 무역전문가로 양성하는 ‘경기청년+4 Trade Manager 육성사업’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첫 번째 수료생은 133명이었다. 첫 수료생 133명 가운데 53명이 취업에 성공해 취업률 39.85%를 기록했다. 이는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성과가 반 토막 난 결과다. 수료생 133명 가운데 72명이 대학 재학생으로, 이들은 취업으로 인한 출석 인정 등을 부정청탁으로 규정한 법에 따라 조기 취업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학기 중 취업한 학생이 취업계를 내면 수업을 듣지 않아도 출석 등을 인정했으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런 관행이 ‘부정청탁’으로 해석됐다. 조기 취업이 어려운 대학 재학생을 제외하면 도가 추진한 첫 사업의 성과는 61명 중 53명이 취업에 성공해 취업률이 86.89%까지 올라간다.

종업원은 불안

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각 대학들의 학칙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으나 해당 대학들은 다른 학생들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학칙 개정을 머뭇거리고 있다”며 “설익은 김영란법 탓에 피해를 보는 학생이 생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동감하는 분위기지만 저소득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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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