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9) 대야성

복수심에 불판 평정심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하들의 시선이 의자왕의 얼굴에서 입으로 옮겨졌다.

“일찍이 성왕께서 관산성 전투에서 패하여 서거하신 적이 있음을 잘 알고 있소. 당시 우리의 세가 약했다 할 수 없으나 성왕께서는 평정심을 잃고 전쟁에 임하였기에 그런 불상사가 발생했던 것이오.”

의자왕이 잠시 말을 멈추고 저만치에 앉아 있는 청년 장수 계백에게 시선을 주었다.

“계백 장군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휘관의 덕목이 뭐라 생각하는고?”

“그야…… 방금 전하께서 말씀하신 평정심입니다.”


“바로 말하였네. 그런데 성왕께서는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 평정심을 잃으셨었네. 그런 연유로 신라군에게 패하신 게고.”

경청하는 신하들이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러니 경들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네. 군사, 계속 설명하게.”

흥수가 가볍게 목례하고 다시 신료들을 바라보았다.

“하여 이번 전투에서는 양동작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양동작전이오?”“그러합니다, 대장군.”

성충의 말에 가벼이 답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성충 장군께서는 전하를 모시고 미후성(구체적 지명은 알 수 없으나 경남 거창 인근 지역으로 사료됨)을 시작으로 진격해 주십시오. 아울러 그와 관련하여 전하께서 계백 장군을 가잠성(경남 거창) 성주로 임명하셨으니 회의가 파하는 즉시 계백 장군은 서둘러 전쟁 준비를 하시오.”

“그렇다면 가잠성을 본진으로 삼고 주변의 모든 성을.”

성충이 말하다 말고 시선을 의자왕에게 주었다.

“그렇소. 그러니 장군은 짐과 함께 움직여야 하오.”

성충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오, 장군.”

“이왕지사 전하께서 친정하신다면 의미 있는 전쟁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났습니다.”

“그 이야기인즉.”

“미후성 정도가 아니라 신라의 중심 혹은 그에 버금가는 장소를 취하심이 옳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급하게 흥수가 말을 이어받았다.

“하면.”


흥수가 즉답에 앞서 의자왕을 주시하자 의자왕의 시선이 윤충에게 향했다.

시선을 받은 윤충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는 듯 흥수를 주시했다.

“대장군께서 전하를 모시고 가잠성을 기반으로 신라를 공략할 시점에 소신은 윤충 장군과 함께 신라의 대야성을 공략하려합니다.”

“대야성!”

모두의 입에서 일시에 터져 나왔다.

“우리 백제의 실제 목표는 바로 대야성입니다.”


“대야성을 치고자 하는데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소이까?”

“신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거점이란 점이 첫째 이유고 둘째는 지금 대야성 성주가 김품석이라는 사실입니다.”

“김품석이라면 김춘추의 사위 아니오?”

“그렇습니다. 하여 지금 신라 선덕여왕의 조카인 김춘추의 사위를 죽여 우리 백제의 기개를 만방에 알리고 이를 계기로 지난 시절 관산성 전투에서 당했던 일을 복수하고자 합니다.”

성충이 김품석을 되뇌며 의자왕을 주시했다.

“왜 그러는 게요, 대장군.”

“전하, 그런 경우라면 소장이 당연히 선봉에 서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 그러하옵니다.”

“대장군이 말이오? 하면 대장군은 짐을 내치고 가겠다는 이야기요?”

의자왕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자 당황한 성충이 의자에서 일어나 급히 무릎 꿇었다.

“전하, 꿈이라도 그런 말씀은 삼가하여 주십시오.”

“하면, 방금 이야기는 무슨 뜻이오?”

“대야성 같은 중요 지점에는 아무래도.”

성충이 말을 하다 말고 윤충을 바라보았다.

“형님, 아니 대장군은 소장을 어찌 보고 그러십니까!”

말을 마친 윤충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왕에게 다가서면서 허리에 있던 칼을 풀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전하, 소장이 명을 받들지 못할 시에 반드시 이 칼로 소장의 목을 베어주십시오.”

윤충의 목소리가 가래 끓는 듯했다.

“하기야 군사가 함께 한다면.”

성충이 동생의 모습, 어깨까지 심하게 떠는 모습을 살피며 급히 말을 돌렸다.

“바로 그러하오. 윤충 장군의 용맹함과 군사의 지략이 합해지면 대야성 아니라 경주를 함락시키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오.”

말을 마친 의자왕이 윤충에게 물러가라 고갯짓하자 윤충이 가볍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성충을 바라보았다.

성충이 그 시선을 은근히 회피하며 흥수를 바라보았다.

“결국 전하를 모시고 신라의 관심을 유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송구하옵니다만 결과는 그렇습니다.”

성충이 생각에 잠겨들었다는 듯 잠시 사이를 두었다.

“그건 그렇다 하고 신라 쪽의 대응은 생각해 보았소?”

성왕 관산성 전투 패배…설욕 위해 성 접수?
앞장서는 계백 장군…신라군 역습 대비 나서

“당연합니다, 대장군. 경주에 잠입해 있는 세작에 의하면 지금 신라의 장수로는 김유신이 으뜸인데 그야말로 찬밥 신세라 합니다.”

“김유신, 찬밥 신세라.”

“사사건건 선덕여왕과 반목을 일으키고 그런 연유로 하루하루 술에 의지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김유신이 지금 신라의 실세인 김춘추와 처남 매부지간으로 알고 있소만.”

“대장군, 권력의 문제입니다.”

흥수가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하고 의자왕을 바라보았다.

순간 의자왕의 얼굴이 경직되고 있었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소.”

의자왕의 표정을 살피던 성충이 급히 말을 돌리고 계백에게 시선을 주었다.

“계백 장군, 아니 가잠성 성주는 여하한 경우라도 방심하지 말고 가잠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대장군.”

“신라 놈들은 간사한 족속들이라 예측할 수 없으니 쉽게 움직이지 말도록 하게. 그리고 행여나 전하를 모시고 백제군이 진군하기 전에 신라군이 쳐들어온다 해도 오로지 수성에만 전념하게.”

“수성만 하라니요?”

혈기왕성한 계백이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 전 전하께서 지적하셨듯이 전쟁은 혈기로만 치르는 게 아니네. 즉 평정심이 중요한 게야, 평정심.”

성충이 평정심에 힘을 주고 의자왕을 바라보았다.

“계백 장군은 대장군의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짐이 가기 전까지 오로지 성을 견고하게 유지하도록 하게. 이후의 일에 장군을 소중히 쓸 터이니.”

의자왕까지 나서 계백의 혈기에 일침을 가하자 계백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타소의 주의를 무시하고 기어코 검일의 처를 빼앗은 품석이 그녀를 위해 집을 마련하고 치마폭에 젖어 지냈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가야금 소리에 낮을 보내고 버들가지처럼 야들야들한 몸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지속되었다.

그 시각 백제는 성충을 앞세운 의자왕이 직접 부대를 이끌고 국경으로 이동했다.

이어 가잠성을 기반으로 미후성 등 국경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성을 공략했다.

그에 따라 백제군을 막기 위해 신라의 주력군이 급히 움직였다.

동시에 윤충이 군사인 흥수와 함께 백제의 정예병 일만 명을 거느리고 김품석이 성주로 있는 대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치고 성을 포위했다.

그 모든 정황을 입수한 대야성 진영에서도 즉각 경계태세가 발동되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말인가?”

“기껏 매복 훈련에다 순찰을 강화했는데 정작 백제군이 코앞까지 닥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검일의 지적에 모척 역시 의아한 듯 백제 진영을 바라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니.”“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했던 훈련을 생각해보았네.”

“훈련이라니요?”

“어느 순간 훈련이 멈췄지. 그래, 자네 일이 있고 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훈련이 종료되지 않았는가?”

검일이 모척의 말을 헤아리는 듯 잠시 사이를 두었다.

“듣고 보니 형님 말이 맞네요.”

“성주가 자네 부인을 취한 후로는 훈련이 없었지.”

“그러면 그게.”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니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비약 말게.”

“아닙니다, 형님.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성주가 자네 부인에게 빠져 지내느라 훈련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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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