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7>

마마의 배신, 꼬여버린 ‘블루문’ 생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지마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마마 우진이가 1600만엔을 들고 도망간 것이다”

■ ‘블루문’의 지마마
나 스스로도 손님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오전에 밥이나 차를 함께 마시기도 했고 때로는 선수들끼리 사우나에서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나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했다. 대화, 노래, 댄스, 유머와 위트까지 갖춰야 했다. 한마디로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지 않으면 손님을 모을 수 없고, 지마마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었다. 때로는 고객들을 위한 쇼킹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에로틱한 스트립쇼 비슷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옷을 벗는 건 아니고 그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해 손님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마도 가와사끼의 블루문에서 나는 유흥가의 속성을 가장 잘 파악했으며 그것을 실제 현실에 적용, 손님들에게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게 된 경우가 있었다. 우리 가게에 50대로 보이는 클럽마마가 가끔씩 놀러오곤 했다. 그녀는 나를 앉히고 놀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지마마이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마마는 그게 아쉬웠는지 한번은 강승모의 ‘무정블루스’를 한번 불러 달라고 했다.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하는 것이 선수들의 자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선을 다해 노래에 임했다. 원래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몇몇 가수들이 TV에서 그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났다. 1절을 마치고 반주가 흐르고 있을 때 갑자기 ‘와~!’하는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슨 소리일까. 쟁반이었다!
‘설마, 저 쟁반이 바로 나에게?’ 쟁반을 받쳐 든 사람은 부쪼였고, 모든 선수들과 손님들은 그 쟁반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좋다고 팔짝팔짝 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노래도 다 끝나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머리는 팽팽 돌아갔다.
정우가 쟁반을 받은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쟁반을 받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쟁반은 바로 호스트빠에서 성공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찰찰 넘치는 현금이 쟁반에 담겨 고스란히 선수에게 전달되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희망이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고 쟁반에 놓여 있는 돈이 보였다. 200만엔. 정우가 받았던 바로 그 액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밖에 없었다.
다시 클럽마마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렇게 큰돈을 받아도 되는지 물었다. 그리고 왜 나에게 쟁반을 주었는지도 궁금했다.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마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너무 멋있고.”
인생은 그런 것인가? 불행 끝에 행복이 찾아오고, 행복한 시절이 지나면 또 어느 정도는 불행한 시기가 다가오고. 지바에서의 불행과 악몽은 오히려 나에게 약이 되었던 부분도 있다. 맞으면서 배웠던 댄스와 쇼가 이곳에서 나의 위상을 에이스 중의 에이스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가와사키는 나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라고.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생기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성공을 잡을 수 있다고.
나는 블루문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했다. 그 후에 나는 지바의 호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 뒤로 사쪼는 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잠깐이고, 가게의 매출이 점점 떨어졌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우가 없는 가게, 그리고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없는 가게는 경쟁력을 많이 잃을 것이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게 문을 닫게 됐고 마마도 한국으로 갔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가게가 문을 닫았으니 이제 더 이상 나를 찾을 일도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블루문은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매달 한국 돈으로 1억원이 넘는 큰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며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가게를 찾아와 주었다. 
 
■ 마마의 배신 ‘당황’
어느 날 사쪼가 숙소로 찾아와 나와 마마를 불렀다. 한국에 급한 일이 생겨서 한두 달 동안 나갔다 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굳이 사쪼가 가게를 지키기 않아도 영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음 날 사쪼는 한국으로 출국했고 나는 금전출납과 카운터를 마마에게 맡겼다. 복잡하게 계산하는 일을 딱 싫어했던 나는 일에만 집중했다. 사쪼는 가끔씩 전화로 “별일 없느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한 달 뒤. 드디어 월급을 주는 날이 돌아왔다. 
‘캬~ 이번 달에도 매출이 엄청나구만!’
기분이 좋았다. 블루문은 나의 모든 것이 투여된 곳이다. 월급을 주는 날 모두들 출근을 했다. 각종 정산을 내가 미리 해두었으니 마마가 돈을 가지고 오면 나눠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새벽 1시가 되어도 마마가 오질 않았다. 이제까지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새벽 2시, 3시가 되어도 도대체 연락이 안 되는 것이다. 가게에는 손님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부쪼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지금 마마한테 전화 왔는데, 갑자기 그냥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나와 부쪼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마마 우진이가 1600만엔을 들고 도망간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정우의 말을 나는 내 성공에 도취되어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쩌면 모든 것은 내 잘못인지도 몰랐다. 내가 조금 더 확실하게 했다면 이러한 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쪼를 따로 커피숍으로 불러 이야기를 해봤다. 결론은 빨리 사쪼에게 알리고 일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수습이란 돈이다. 그러니 수습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마 우진이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수습이 아니라 또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마음먹고 도망간 우진이에게서 다시 돈을 가져올 수 있는 길은 없는 듯이 보였다. 새벽에 전화를 받은 사쪼는 곧바로 다음 날 일본으로 오겠다고 했다. 사쪼가 오기 전까지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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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