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겨눈 특검 최상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11:50
  • 호수 1099호
  • 댓글 0개

어렵게 ‘김꾸라지’ 포획 다음은 ‘우꾸라지’ 차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이 승부수를 걸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하는 데 성공한 특검팀은 이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했다. 성역 없는 수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특검팀은 ‘최종 보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특검팀은 한 차례 부침을 겪었다. 앞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특검팀에서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당시 조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이 부회장의 뇌물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 증거를 특검팀에서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수사2팀
존재감 부각

이 부회장 등 재벌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특검의 법리 적용은 결국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특검팀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영장이 기각됐던 지난 19일, 서울 대치동의 특검 사무실서 브리핑을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서 견해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 시간은 1분. 특검팀이 활동을 시작한 이래 최단 시간 공식 브리핑이었다.


특검팀은 곧바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법원의 기각 발표 직후 4명의 특검보와 윤석열 수사팀장 등은 특검 사무실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려던 특검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자칫 특검팀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복수의 언론과 사설정보지에서는 특검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각에선 재벌 앞에서 맥을 못 추던 역대 특검팀의 전례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하루 만에 반전을 만들어냈다. 그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관여한 의혹을 받아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20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구속이 결정된 직후 조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반전 만든 특검
바로 다음 수는?

이로써 특검팀은 꺼져가던 수사 동력을 다시 회복했다. 블랙리스트는 실재하며 정권이 이를 문화체육계 전반에 대한 압박용으로 이용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특검팀에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기춘·조윤선의 구속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상식이 지켜졌다”고 밝혔다.

특검팀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른바 ‘김기춘 성역’을 깼다는 점 때문이다. 그간 김 전 실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신의 법률 지식을 활용,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에 ‘법꾸라지(법률 미꾸라지)’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이 뿐만 아니라 기수 문화가 강한 법조계 특성을 고려했을 때 선배 검사인 김 전 실장을 구속하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존재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런저런 말들을 뒤로한 채 법꾸라지 포획에 성공했다.

김기춘·조윤선 구속…수사 반환점
남은 우병우·박근혜 향해 정조준

그 중심에는 수사2팀의 활약이 있었다. 법원에서의 피의자심문이 있던 당일, 현장에선 특검팀과 김기춘·조윤선의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때 수사2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용복 특검보와 사건을 수사했던 김태은, 이복현 검사가 나서 두 사람의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이 특검보와 수사검사들은 블랙리스트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헌법에 명시된 내용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도 내세웠다.

무엇보다 신분과 지위를 이용한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법원은 이 특검보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검팀의 적극적 대응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수사2팀은 또 다른 법꾸라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사를 2팀에서 전담하게 됐다. 일련의 성과를 보인 2팀이 우 전 수석의 ‘저격수’로 낙점된 셈이다.

2팀의 수사 대상은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직권남용 의혹이다. 그는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최씨 등의 비리행위에 대해 묵인·방조·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과 최씨 등의 비리행위를 내사하던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을 해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다.

또 다른 법꾸라지
우병우 앞날은?

경우에 따라서 우 전 수석 개인 비리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우병우·이석수 전담 검찰 특별수사팀(이하 특수팀)은 ▲우 전 수석 가족 회사인 ‘정강’ 자금 유용 의혹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 ▲처가의 화성 땅 차명보유 의혹 ▲넥슨코리아와의 강남역 인근 땅 거래 의혹 등을 수사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처분에 이르지 못한 특수팀은 지난해 12월말 해산했고, 자료는 특검팀으로 넘어간 상태다. 자료를 넘겨받은 특검팀은 분석을 통해 우 전 수석의 수상한 ‘돈거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확실한 수사를 위해 특검팀이 이달 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청와대에서 있었던 우 전 수석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

특검팀의 공식 수사기간을 감안하면 압수수색이 머지않았음을 전망할 수 있다. 특검팀의 수사는 오는 2월28일이면 종료된다.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이 필요하다. 연장을 장담할 수 없는 특검팀 입장에선 공식 수사기간에 맞춰 일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압색 초읽기 “이번엔 성공?”
직권남용 입증 관건 “2월에 끝낸다”

이 때문에 내달 초로 예정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전 압수수색이라는 칼을 빼들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검팀은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2월 초에는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영수 특검 역시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 조사를 두 번, 세 번 할 수는 없으니 한 번이나 최대 두 번 안에 끝내야 한다. (그 전에)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국가기밀’이라는 청와대 측 방어 논리를 과연 특검팀에서 뚫을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한차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국가기밀 등을 보관하는 장소’라는 청와대 경호실의 거부로 일부 요청 자료를 문밖에서 받는 수준에 그친 바 있다.

이에 특검팀은 기밀과 그렇지 않은 장소를 나눠 영장을 발부받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외부인의 청와대 출입기록, 청와대 주요인물과 박 대통령 간의 통화·통신 기록, 대통령 업무 관련 기록 등 세월호 침몰뿐만 아니라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데 청와대 기록은 필수적이다.


청와대 방어
뚫을 묘책은?

야권에서는 특검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언행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구속된 데 대해 “박영수 특검의 대미는 우병우-박근혜 구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특검팀이 반환점을 돌았다.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주범 중 박 대통령과 우 전 수석만 남았다”며 “박 대통령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운영의 묘를 보여주고 있는 박영수 특검과 이용복 특검보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지법의 이중잣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그간 ‘정신적 충격’ ‘강압 수사’ 등의 사유로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6차례나 불응했던 최씨는 특검 사무실에 강제로 불려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24일 이후 약 한 달 만의 특검팀 출석이다.

특검팀은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로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최씨의 영장을 발부받았다.

반면 최씨와 같은 혐의(업무방해)인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해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정유라씨가 특혜를 받는 과정에 최 전 총장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단체로부터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김경숙 전 이대 학장과 남궁곤 전 처장, 류철균·이인성 교수 등 이대 사태와 관련된 자들은 모두 구속된 반면, 가장 윗선으로 지목된 최 전 총장만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