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비밀 책사들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38:34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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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조력자들 ‘고도의 두뇌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를 완성, 유비를 초대 황제로 옹립했다. 고려 말 학자 겸 정치가인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루이 하우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비서로 일하며 그를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킹메이커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번 2017년 대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일요시사>는 고도의 두뇌전이 펼쳐지고 있는 책사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책사들은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군에게 조언한다. 그렇기에 관련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원로·실무자들이 책사로 등용되곤 한다. 대선을 앞둔 현 정치권에선 능력 있는 책사를 모셔오기 위한 일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
책사 쟁탈전

삼고초려는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필요하다면 십고초려, 이십고초려도 불사한다. 특히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은 캠프 간 쟁탈전이 펼쳐질 정도다.

정책공약을 위해 영입하는 책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경제·노동·복지 등 대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분야의 전공자 영입은 대선주자 입장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최근 ‘뜨고 있는’ 4차산업혁명 이슈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대거 캠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번 주목받아 온 경제분야 전문가의 몸값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선주자들 중 경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유일하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등 빅3는 물론 안철수·안희정·박원순·손학규·남경필·김부겸 등 지지율 10%대 이하 군소 후보들 중에서도 경제 전문가는 전무하다. 지난 대선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전문가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유력인사도 영입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취약 지역의 경우 반드시 그 지역의 명망 높은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 이 인사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향후 경선 및 본선서 소중한 자산이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금값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은 상당하다.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는 그 중요도에 비해 변수가 많아 대선주자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선주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두머리 책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각 분야 책사들의 조언을 한 데 묶어 정세를 파악, 대권의 길을 밝혀주는 선견지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사들을 총괄하는 일인 만큼 자격 조건도 엄격하다. 지식·안목·경험을 두루 갖추면서 난관을 헤쳐 나갈 임기응변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주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반기문-김숙
외교부 라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책사는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현재 반기문 대선 컨트롤타워인 마포 캠프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1∼2013년까지 유엔서 대사로 근무했던 김 전 대사는 최근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도운 바 있다. 귀국 후에는 대선 전략과 국내 정치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정과 메시지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과 함께 북미국 적통이다. 북미국은 외교부 안에서도 요직으로 통하며, 외교부장관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미국장 출신인 김 전 대사는 이후 국정원 1차장,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며 반 전 총장의 지근거리서 일했다.

반기문 캠프는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핵심참모로서 김 전 대사를 총애하듯 서로 간의 신뢰가 기반인 외교관 출신들의 목소리가 캠프서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캠프 내 여러 그룹 간 파워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기문의 마포 캠프는 총 4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반 전 총장과 관계를 맺어온 외교관 그룹, 이명박정부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친이(친 이명박)계 그룹, 그리고 언론인 그룹과 충청권 그룹이 그들이다. 크게 보면 친이계·충청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언론인 출신의 비정치인 그룹으로 나뉜다.

숨겨둔 ‘제갈량’ 한명씩 거느려
몸값 높은 브레인…막오른 영입전

김 전 대사는 비정치인 외교관 그룹에 속한다. 그는 이명박정부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내며 관료생활을 했지만, 중앙 정치와는 꽤 거리가 있다. 특정 그룹의 리더 격인 인사가 업무총괄을 맡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 그룹 간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 측은 외교관 그룹의 정무감각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외교관 측은 친이계 그룹이 권모술수에만 능하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혼선이 최근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이다. 반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문(비 문재인)계와 국민의당·바른정당 인사들을 끌어안아 연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빅텐트를 형성하기 위해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입당 없이 세력을 꾸릴지를 두고 두 그룹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교관 그룹이 조만간 친이계 그룹을 배제하기 위한 캠프 정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책사이자 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 전 대사의 결단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조윤제
정책 브레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 참모진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들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 청와대서 행정관-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같은 당 박재호·최인호·전재수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동고동락한 인사들이 문 전 대표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들 외에 문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숨은 책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정치인 출신 참모진들이 꾸려진 상황에서 이들 존재가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문 전 대표의 핵심 정책자문그룹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중심이 된 이 그룹은 현재 80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공부문 확충과 노동시간 단축 등도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룹은 향후 1000여명의 교수들이 포진한 싱크탱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해놓은 이들은 문 전 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만 기다리는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여의도에 예비캠프를 차리고 대권을 정조준했다. 현역 국회의원보다 원외 정치인과 시민사회 등에 집중된 해당 캠프의 인적구성은 그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책이나 조직 부문에서 탄탄할 수 있겠지만, 당내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좌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김상희 더민주 의원이 맡고 있다. 그 밑으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남인순 의원이 조직 파트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와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 권미혁 의원이 정책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전략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홍근 의원이 맡고 있다.

반, 북미 적통 이어받은 김숙
문, 핵심 정책 브레인 조윤제
박, 금강팀 좌장 염동연 영입

그러나 캠프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과거 금강팀을 이끈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다.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조직으로 당시 노 후보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했다.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를 찾아가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당신(노무현)이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금강팀이 친노(친 노무현)의 성골로 불릴 정도로 적통을 인정받은 데는 염 전 총장의 공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후 당시 염 전 총장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금강팀의 조직 파트를 맡았다.

국회의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박원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원순 캠프의 좌장은 김상희 의원이지만, 실질적인 좌장은 염 전 총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이든 본선이든 본질은 선거인데, 그 분야의 귀재가 합류한 것 아닌가. 롤(역할)이 결코 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 전 총장은 대표적인 친노이자 비문 성향”이라며 “최근 박 시장의 ‘문재인 때리기’는 염 전 총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 전 총장의 금강팀은 노무현정권 태동의 일등공신임에도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의 부산팀에 비해 홀대받았다. 대표적으로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나라종금 사건’이 터져 검찰 조사를 받은 반면,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다. 염 전 총장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후에도 요직에 앉지 못했다.

박원순-염동연
선거의 귀재

염 전 총장을 중심으로 금강팀 책사 라인은 박 시장에게 전략과 조직 파트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전 총장은 ‘집권결사 2017’이라는 호남지역 기반조직 창립도 준비 중이다. 과연 박 시장은 염 전 총장의 도움을 받아 군소 주자라는 꼬리표를 땔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남·손 캠프 상황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분야별로 30여명의 참모진을 구축,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참모진은 성남시 내부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싱크탱크를 갖추지 않은 이 시장은 대신 30여명의 교수와 한 달에 한번 정도 의제별 스터디를 하며 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모병제의 경우 미래연대에서 인연을 맺은 박재성 전 이명박 대선후보 상임특보의 아이디어라는 말이 전해진다. 박 전 특보는 ‘모병제희망모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힘은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 중 가장 오래된 이 재단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었다. 때문에 오랜 세월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재단 핵심 인사로 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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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