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고의 땅’ 은마아파트는 지금…

  • 이한림 기자 lhl@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09:53:18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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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가 썩고 있다”

[일요시사 경제2팀] 이한림 기자 =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마다 0순위로 지목됐던 초대형 단지가 더러 있다. 이 중 재건축 논의가 오고간 지 20년이 지났으나 관할 지자체와 재건축추진위의 이견차로 준공 당시 모습 그대로인 아파트가 있다. 최적의 교통여건과 명문학군이 둘러싼 올해 38살의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총 4424가구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2번지 일대에 23만7900㎡의 초대형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강남구서 가장 큰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124개 동, 총 5040가구)에 이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준공이 1979년임을 감안하면 1970년대 서울시 강남개발사업의 랜드마크이자 ‘부촌의 상징’으로 각인되는 단지다.

38년된 아파트

은마아파트는 준공 38년차를 맞은 노후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10억원 이상의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해 5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2.47㎡ 평균 매매가는 10억2250만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억원대로 재진입했다. 당시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의 재건축 사업이 착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로 풀이된다. 이후 8개월 연속 1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상승한 매매가는 10월 기준 동일 면적서 11억8500만원부터 12억5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다만 은마아파트도 1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집값 감소세가 드러났고 현재 10억9000만원부터 11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있다.


대치동 일대의 아파트값이 재건축 기조와 입지 여건에 따라 모두 10억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은마아파트의 곳곳에 보이는 주름살은 해당 아파트값이 대체 왜 10억원이 넘어가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은 물론 균열된 콘크리트, 베란다의 철창이 부식돼 이음새가 절단된 가구가 눈에 띄게 많다.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안 요소는 늘어난다.

입주민에 따르면 시설 및 설비 노후화로 인한 배관 터짐 문제, 균열 콘크리트 파편 낙하사고, 도로 파손으로 인한 단지 내 교통 및 주차 문제 등도 빈번하다. 최근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돼 초호화 신식 건물이 들어선 강남구 한복판에 있는 건물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A씨는 “자녀들 때문에 (은마아파트로) 이사 왔지만 노후한 건물에 따른 전기 및 수도 문제, 배관을 타고 오는 벌레, 각종 소음 문제 등으로 불편한 점이 많다”며 “그러나 주변 신규 분양 아파트서 나오는 시세 반등의 여지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참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등기부등본상 매입자의 실거주율은 1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집주인의 80% 이상이 실제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2년에 4~5억원의 전세를 내놓고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셈이다. 고정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은마아파트를 둘러싼 유동 자금의 가치는 편안한 주거보다는 인근 환경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서울대곡초, 서울대현초, 대명중, 진선여중, 휘문중, 경기여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중대부고, 진선여고, 휘문고 등이 도보 통학거리에 위치해 있다. 모두 명문학군이라고 불리며 은마아파트 인근 상가가 ‘사교육의 메카’라는 대치동 학원가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가 됐다.


교통편은 대놓고 편리하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 3·4번 출구 자체가 아파트 입구이며 3호선 학여울역도 도보 10분 거리 내외다. 명칭이 ‘은마아파트’인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는 5개이며 동부간선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진입도 편해 자가용을 통한 교외 이동이 수월하다.
 

인근에 위치한 개포동 재건축 단지들의 호황도 은마아파트 가격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격상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번 달 은마아파트 전용 112.39㎡의 시세는 12억2500만원서 13억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시세가 10억6000만원서 11억3000만원 선이었음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이 더 올랐다.

주변 시세 반등으로 이어지는 고가 아파트가 근처에 들어서다보니 ‘우산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재건축 논의 시작한지 20년이나 지나
여전히 난항…등돌린 추진위-서울시
50층이 뭐기에…양측 고집 팽팽

은마아파트 상가 내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은마아파트 인근에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매매가가 현재 14억원 이상을 상회하고 있어 같은 입지환경을 가지고 있는 은마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은마아파트는 교육과 교통 환경, 주변 아파트 시세의 증가세 등의 요인으로 낡은 건물임에도 높은 아파트값을 유지하며 고정 수요층이 마르지 않고 있다. 뒤집어보면 ‘재건축 떡밥’을 20년째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가 공표한 재건축 대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20년 이상이 지나 주거환경이 불량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노후·불량주택이자 공동주택, 300세대 이상, 1만㎡ 부지 이상 등 모든 면에서 당장 재건축에 들어가야할 대상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이하 추진위)가 본격적으로 재건축사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다. 입주민들은 재건축추진위 결의를 마치고 추진위를 꾸렸다. 비싼 값을 주고 낡은 건물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의 주거 불편 해소가 주된 골자다.

지난 해 9월 추진위는 설계공모를 통해 희림종합건축사무소를 재건축 담당 설계사로 최종 선정하고 계약금 157억8700만원, 기간 2023년에 합의했다. 이어 조감도를 공개하고 강남의 랜드마크 역할을 다질 것을 공표했으나 자문요청을 거절당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단지를 둘로 가른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단지 내 폭 15m 도로폐지안이 조건부 통과되며 추진위 행정의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다만 층수 제한을 놓고 서울시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본격적인 재건축 착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의 은마아파트 재건축 설계안에 따르면, 최고 50층 높이를 요청했다. 추진위가 지난 해 12월 해당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서울시는 ‘2030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건물의 목적이 주거인 경우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어 층수 상한선을 맞출 것을 추진위에 요구하고 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일방적 층수 제한이 거주민들의 환경 개선 요구를 차단하고 재건축 사업의 궁극적 목적인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불허 방침에도 끝까지 초고층 사업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일방적인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서울시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묶고 11월에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50층 계획에 대해서도 재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추진위가 제출한 설계안이 자문 단계를 통과한다 해도 엄연한 법정계획을 어겨가면서까지 특혜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추진위의 요구대로 재건축이 진행될 여지는 남아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교수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위원이 참여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도시계획위원회의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결과가 서울시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추진위는 서울시가 공표한 2030도시기본계획에서 ‘광역중심으로 지정된 지역이 최고 50층의 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대목을 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롭게 단장할 재건축 은마아파트가 추진위가 공개한 조감도와 동일하게 건축된다면 광역중심지역에 걸맞은 ‘명품 주거단지’가 형성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10억 이상 호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재건축 협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거주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거주민들의 불만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입주를 원하는 예비 수요층에게는 재건축 분위기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이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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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