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고의 땅’ 은마아파트는 지금…

  • 이한림 기자 lhl@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09:53:18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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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가 썩고 있다”

[일요시사 경제2팀] 이한림 기자 =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마다 0순위로 지목됐던 초대형 단지가 더러 있다. 이 중 재건축 논의가 오고간 지 20년이 지났으나 관할 지자체와 재건축추진위의 이견차로 준공 당시 모습 그대로인 아파트가 있다. 최적의 교통여건과 명문학군이 둘러싼 올해 38살의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총 4424가구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312번지 일대에 23만7900㎡의 초대형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강남구서 가장 큰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124개 동, 총 5040가구)에 이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준공이 1979년임을 감안하면 1970년대 서울시 강남개발사업의 랜드마크이자 ‘부촌의 상징’으로 각인되는 단지다.

38년된 아파트

은마아파트는 준공 38년차를 맞은 노후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10억원 이상의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해 5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2.47㎡ 평균 매매가는 10억2250만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억원대로 재진입했다. 당시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의 재건축 사업이 착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로 풀이된다. 이후 8개월 연속 1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상승한 매매가는 10월 기준 동일 면적서 11억8500만원부터 12억5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다만 은마아파트도 1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집값 감소세가 드러났고 현재 10억9000만원부터 11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있다.


대치동 일대의 아파트값이 재건축 기조와 입지 여건에 따라 모두 10억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은마아파트의 곳곳에 보이는 주름살은 해당 아파트값이 대체 왜 10억원이 넘어가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은 물론 균열된 콘크리트, 베란다의 철창이 부식돼 이음새가 절단된 가구가 눈에 띄게 많다.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안 요소는 늘어난다.

입주민에 따르면 시설 및 설비 노후화로 인한 배관 터짐 문제, 균열 콘크리트 파편 낙하사고, 도로 파손으로 인한 단지 내 교통 및 주차 문제 등도 빈번하다. 최근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돼 초호화 신식 건물이 들어선 강남구 한복판에 있는 건물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A씨는 “자녀들 때문에 (은마아파트로) 이사 왔지만 노후한 건물에 따른 전기 및 수도 문제, 배관을 타고 오는 벌레, 각종 소음 문제 등으로 불편한 점이 많다”며 “그러나 주변 신규 분양 아파트서 나오는 시세 반등의 여지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참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등기부등본상 매입자의 실거주율은 1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집주인의 80% 이상이 실제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2년에 4~5억원의 전세를 내놓고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셈이다. 고정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은마아파트를 둘러싼 유동 자금의 가치는 편안한 주거보다는 인근 환경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서울대곡초, 서울대현초, 대명중, 진선여중, 휘문중, 경기여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중대부고, 진선여고, 휘문고 등이 도보 통학거리에 위치해 있다. 모두 명문학군이라고 불리며 은마아파트 인근 상가가 ‘사교육의 메카’라는 대치동 학원가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가 됐다.


교통편은 대놓고 편리하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 3·4번 출구 자체가 아파트 입구이며 3호선 학여울역도 도보 10분 거리 내외다. 명칭이 ‘은마아파트’인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는 5개이며 동부간선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진입도 편해 자가용을 통한 교외 이동이 수월하다.
 

인근에 위치한 개포동 재건축 단지들의 호황도 은마아파트 가격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격상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번 달 은마아파트 전용 112.39㎡의 시세는 12억2500만원서 13억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시세가 10억6000만원서 11억3000만원 선이었음을 감안하면 2억원가량이 더 올랐다.

주변 시세 반등으로 이어지는 고가 아파트가 근처에 들어서다보니 ‘우산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재건축 논의 시작한지 20년이나 지나
여전히 난항…등돌린 추진위-서울시
50층이 뭐기에…양측 고집 팽팽

은마아파트 상가 내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은마아파트 인근에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매매가가 현재 14억원 이상을 상회하고 있어 같은 입지환경을 가지고 있는 은마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은마아파트는 교육과 교통 환경, 주변 아파트 시세의 증가세 등의 요인으로 낡은 건물임에도 높은 아파트값을 유지하며 고정 수요층이 마르지 않고 있다. 뒤집어보면 ‘재건축 떡밥’을 20년째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은마아파트는 서울시가 공표한 재건축 대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20년 이상이 지나 주거환경이 불량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노후·불량주택이자 공동주택, 300세대 이상, 1만㎡ 부지 이상 등 모든 면에서 당장 재건축에 들어가야할 대상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이하 추진위)가 본격적으로 재건축사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다. 입주민들은 재건축추진위 결의를 마치고 추진위를 꾸렸다. 비싼 값을 주고 낡은 건물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의 주거 불편 해소가 주된 골자다.

지난 해 9월 추진위는 설계공모를 통해 희림종합건축사무소를 재건축 담당 설계사로 최종 선정하고 계약금 157억8700만원, 기간 2023년에 합의했다. 이어 조감도를 공개하고 강남의 랜드마크 역할을 다질 것을 공표했으나 자문요청을 거절당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단지를 둘로 가른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단지 내 폭 15m 도로폐지안이 조건부 통과되며 추진위 행정의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다만 층수 제한을 놓고 서울시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본격적인 재건축 착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의 은마아파트 재건축 설계안에 따르면, 최고 50층 높이를 요청했다. 추진위가 지난 해 12월 해당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서울시는 ‘2030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건물의 목적이 주거인 경우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어 층수 상한선을 맞출 것을 추진위에 요구하고 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일방적 층수 제한이 거주민들의 환경 개선 요구를 차단하고 재건축 사업의 궁극적 목적인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불허 방침에도 끝까지 초고층 사업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일방적인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서울시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묶고 11월에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50층 계획에 대해서도 재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추진위가 제출한 설계안이 자문 단계를 통과한다 해도 엄연한 법정계획을 어겨가면서까지 특혜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추진위의 요구대로 재건축이 진행될 여지는 남아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교수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위원이 참여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도시계획위원회의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결과가 서울시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추진위는 서울시가 공표한 2030도시기본계획에서 ‘광역중심으로 지정된 지역이 최고 50층의 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대목을 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롭게 단장할 재건축 은마아파트가 추진위가 공개한 조감도와 동일하게 건축된다면 광역중심지역에 걸맞은 ‘명품 주거단지’가 형성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10억 이상 호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재건축 협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거주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거주민들의 불만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입주를 원하는 예비 수요층에게는 재건축 분위기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이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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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