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엘시티 비리’ 마산고 마피아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0:28:41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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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뒤덮은 검은 브로커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엘시티(LCT)’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이우봉 비엔케미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엘시티 비리의 ‘몸통’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제3자 뇌물 취득)로 이우봉 대표에게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부산 지역 재계는 이우봉 대표를 엘시티 비리의 ‘키맨’으로 지목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우봉 비엔케미칼 대표를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이 대표가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이 돈이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허남식 전 부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이 대표는 허남식 전 시장의 최측근 인사다.

이영복 비자금
이우봉 역할은?

이 대표와 허 전 시장은 마산고등학교(이하 마고) 동기다. 부산 재계는 허남식 전 시장이 부산시장으로 있던 지난 10년 동안 지역 곳곳에 마고 출신 동문들을 포진시켰다고 주장한다. 마고 출신들이 지역 사업들을 독식, 부당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급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선 마고 출신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말이 부산 건설업계의 정설로 통할 정도다. 부산시가 1년에 사용하는 예산은 약 12조원에 이른다. 부산 재계는 이를 두고 ‘마고 마피아’라 부른다.

마고 출신인 이우봉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의 허브로 분류된다. 허 전 시장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부산 정재계 인사들에게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 회장도 그중 하나였다. 부산상공회의소(이하 부산상의) 한 내부자 제보에 따르면 이 회장을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과 이어준 사람이 바로 이 대표였다.


이 대표와 조 회장, 이 회장 모두와 잘 아는 사이라고 밝힌 내부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성제 회장은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없다. 내가 두 사람과 같이 술을 마셔봐서 안다. 두 사람이 친하면 어떻게든 이름이 나오고, 한번은 마주쳤을 것인데 지난 10년 동안 두 사람이 만난 적도 없고 이름이 나온 적도 없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엘시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 회장 구명운동을 펼쳤다. 부산상의 임직원 및 의원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지시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내부자는 “한날 부산상의 측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와 엘시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탄원서를 급하게 내야 한다며 서명을 종용했다”며 ”탄원서 내용이 구구절절했다. 그냥 선처를 바란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A4용지 2장에 이영복 회장의 용비어천가를 적어놨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누구의 지시냐고 물어보니 조성제 회장의 직접 하명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구명?

이는 정식 절차를 무시한 처사였다. 사안에 대한 내부 의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임의원회의도 없었다. 무엇보다 구명하려는 엘시티 시행사 ‘엘시티PFV’는 부산상의 회원사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내부자는 “부산상의 회원사는 부산에 약 1000개 정도 있다. 이들 회원사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회비를 낸다. 그러나 엘시티는 회원사도 아니고 한 번도 회비를 낸 적이 없다. (조성제 회장이) 탄원서 제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120명 중 100명의 서명을 받는 데 성공,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측에 탄원서를 넘겼다. 그러나 줄곧 반대 의사를 표했던 이들이 복수의 언론사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해 탄원서 제출은 결국 무산됐다.


납득할 수 없는 조 회장의 행동은 결국 이 대표를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게 내부자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또한 이 대표는 조 회장의 부산상의 회장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있다.

지난 201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뒤풀이 자리서 유력 언론사 경영진들과 이 대표 등 여러 명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2011년 12월에 열릴 부산상의 회장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동석자의 말에 따르면, 해당 자리에 당시 조 후보와 3선에 도전하던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이 시간차를 두고 찾아왔다.
 


조성제·신정택은 팽팽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언론사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상황이었다. 당시 술자리서 있었던 일에 대해 동석자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유력 언론사 사장과 매우 가까워 보이기에 옆 사람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이우봉 대표라고 하더라. 알고 봤더니 이우봉과 언론사 사장은 서울대 선후배 사이였다. 그 사람(이우봉 대표)이 조성제를 회장으로 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성제가 왔다간 후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다른 사람들은 부산상의 선거에 관여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핵심 키맨으로 떠오른 이우봉
이영복 금품 받은 혐의 구속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언론사에서 신정택 회장이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취지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상의 회장을 두 번만 하겠다던 신정택 회장이 약속을 깨고 3선에 도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신 회장은 낙마했고 조 회장이 2012년 3월 새로운 부산상의 회장에 올랐다.

당선에 일조한 이 대표는 그해 비엔그룹 고문으로 위촉된다. 조 회장은 비엔그룹의 명예회장이다. 이후 이 대표는 2015년 12월 비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다. 보은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역 재계는 비엔그룹·비엔케미칼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은행이 비엔 측에도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것이다.
 


비엔그룹은 지난 2011년 3월, 대선주조를 163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다. 당시 비엔그룹은 인수금의 10%만 내고 90%에 해당하는 1500억원을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그런데 인수전까지만 해도 100억원대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던 대선주조가 인수 당해 연도인 2011년부터 1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선다.

부실기업에
215억 대출

기대 수익에서 2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대선그룹은 1500억원을 대출받은 상태였기에 금융 인수 이자비용만 연간 75억원을 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도부터 조선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비엔그룹의 중심 업종은 조선기자제다.

이에 비엔그룹이 선택한 카드가 바로 대출이다. 지난 2011년 6월, 조 회장은 계열사 비엔케미칼에 대한 부산은행 대출을 성사시킨다. 당시 부산은행은 총 221억원(장기대출 215억원+단기대출 6억원)을 차입해 줬다.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비엔케미칼 측은 주남공장 토지, 건물과 기계 등 258억원을 담보로 설정했다. 그러나 해당 유형자산은 2015년 공시자료 기준으로 토지 56억원(공시지가 32억원), 건물 96억원, 기계 62억원 등 총 214억원으로 부산은행이 대출해준 금액에 밑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비엔케미칼의 재정 상태를 봤을 때 금융권으로부터 도저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수 기업을 감사했던 부산지역 회계전문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엔케미칼의) 재무제표를 보면 꽤 장난질이 심하다. 쉽게 말해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인데, 장부상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2013년에 90억원을 주식 증자시켰고, 2014년 자본잠식이 일어난다. 문제는 자본잠식이 일어남에도 현금성 자산은 2014년 2억9000만원서 2015년 9억8000만원으로 약 7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현금은 불어난 것이다. 이건 장부조작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복-조성제 오작교 역할
“당선에 힘써 보은인사 받아”

또 다른 전문가는 이메일로 “(비엔케미칼의) 설립자본은 22억원이었지만, 2014년 비엔철강의 장기대여금을 현물출자 전환해 112억원으로 증자했다”며 “그런데 매년 50% 매출 상장에도 불구하고 매해 30억원가량 마이너스 나고 있다. 현재 누적적자는 12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순부채로만 마이너스 252억원으로 사실상 회생 불가한 부실기업이다. 더욱이 비엔케미칼은 93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6000만원에 불과해 당해 연도 1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자력에 의한 기업 회생에 전환점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부산은행은 상환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에 대출해 준 셈이다.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상환 능력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은행서 특혜 대출이 있을 수 있겠나.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비엔케미칼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은 개별 부서에서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부산은행은 상환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산상의와 비엔케미칼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양측에 메모도 남겼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때문에 지역 재계에선 수많은 의혹들이 양산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과 이장호 BS금융지주 고문 간의 친분이 대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설이 돌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은 그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조 회장이 이장호 고문의 부산은행장 연임을 도와주지 않아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최근 이장호 고문은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장호 고문의 자택과 개인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양산되는 의혹
친분 때문에?

특수부는 이 고문이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금품이나 금전 혜택을 받고 1조7800억원가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이뤄지도록 부산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부산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그룹이 지난 2015년 1월,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고문을 곧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엘시티 배덕광 혐의는?

검찰이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배 의원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지난 5일 새벽 돌려보냈다.

그러나 배 의원은 이날 검찰 청사를 나서면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지금까지 엘시티 측으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검찰에) 확실하게 해명했다”고 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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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