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엘시티 비리’ 마산고 마피아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0:28:41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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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뒤덮은 검은 브로커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엘시티(LCT)’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이우봉 비엔케미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엘시티 비리의 ‘몸통’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제3자 뇌물 취득)로 이우봉 대표에게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부산 지역 재계는 이우봉 대표를 엘시티 비리의 ‘키맨’으로 지목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우봉 비엔케미칼 대표를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이 대표가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이 돈이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허남식 전 부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이 대표는 허남식 전 시장의 최측근 인사다.

이영복 비자금
이우봉 역할은?

이 대표와 허 전 시장은 마산고등학교(이하 마고) 동기다. 부산 재계는 허남식 전 시장이 부산시장으로 있던 지난 10년 동안 지역 곳곳에 마고 출신 동문들을 포진시켰다고 주장한다. 마고 출신들이 지역 사업들을 독식, 부당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급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선 마고 출신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말이 부산 건설업계의 정설로 통할 정도다. 부산시가 1년에 사용하는 예산은 약 12조원에 이른다. 부산 재계는 이를 두고 ‘마고 마피아’라 부른다.

마고 출신인 이우봉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의 허브로 분류된다. 허 전 시장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부산 정재계 인사들에게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 회장도 그중 하나였다. 부산상공회의소(이하 부산상의) 한 내부자 제보에 따르면 이 회장을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과 이어준 사람이 바로 이 대표였다.


이 대표와 조 회장, 이 회장 모두와 잘 아는 사이라고 밝힌 내부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성제 회장은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없다. 내가 두 사람과 같이 술을 마셔봐서 안다. 두 사람이 친하면 어떻게든 이름이 나오고, 한번은 마주쳤을 것인데 지난 10년 동안 두 사람이 만난 적도 없고 이름이 나온 적도 없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엘시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 회장 구명운동을 펼쳤다. 부산상의 임직원 및 의원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지시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내부자는 “한날 부산상의 측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와 엘시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탄원서를 급하게 내야 한다며 서명을 종용했다”며 ”탄원서 내용이 구구절절했다. 그냥 선처를 바란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A4용지 2장에 이영복 회장의 용비어천가를 적어놨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누구의 지시냐고 물어보니 조성제 회장의 직접 하명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구명?

이는 정식 절차를 무시한 처사였다. 사안에 대한 내부 의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임의원회의도 없었다. 무엇보다 구명하려는 엘시티 시행사 ‘엘시티PFV’는 부산상의 회원사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내부자는 “부산상의 회원사는 부산에 약 1000개 정도 있다. 이들 회원사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회비를 낸다. 그러나 엘시티는 회원사도 아니고 한 번도 회비를 낸 적이 없다. (조성제 회장이) 탄원서 제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120명 중 100명의 서명을 받는 데 성공,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측에 탄원서를 넘겼다. 그러나 줄곧 반대 의사를 표했던 이들이 복수의 언론사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해 탄원서 제출은 결국 무산됐다.


납득할 수 없는 조 회장의 행동은 결국 이 대표를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게 내부자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또한 이 대표는 조 회장의 부산상의 회장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있다.

지난 201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뒤풀이 자리서 유력 언론사 경영진들과 이 대표 등 여러 명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2011년 12월에 열릴 부산상의 회장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동석자의 말에 따르면, 해당 자리에 당시 조 후보와 3선에 도전하던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이 시간차를 두고 찾아왔다.
 


조성제·신정택은 팽팽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언론사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상황이었다. 당시 술자리서 있었던 일에 대해 동석자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유력 언론사 사장과 매우 가까워 보이기에 옆 사람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이우봉 대표라고 하더라. 알고 봤더니 이우봉과 언론사 사장은 서울대 선후배 사이였다. 그 사람(이우봉 대표)이 조성제를 회장으로 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성제가 왔다간 후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다른 사람들은 부산상의 선거에 관여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핵심 키맨으로 떠오른 이우봉
이영복 금품 받은 혐의 구속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언론사에서 신정택 회장이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취지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상의 회장을 두 번만 하겠다던 신정택 회장이 약속을 깨고 3선에 도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신 회장은 낙마했고 조 회장이 2012년 3월 새로운 부산상의 회장에 올랐다.

당선에 일조한 이 대표는 그해 비엔그룹 고문으로 위촉된다. 조 회장은 비엔그룹의 명예회장이다. 이후 이 대표는 2015년 12월 비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다. 보은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역 재계는 비엔그룹·비엔케미칼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은행이 비엔 측에도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것이다.
 


비엔그룹은 지난 2011년 3월, 대선주조를 163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다. 당시 비엔그룹은 인수금의 10%만 내고 90%에 해당하는 1500억원을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그런데 인수전까지만 해도 100억원대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던 대선주조가 인수 당해 연도인 2011년부터 1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선다.

부실기업에
215억 대출

기대 수익에서 2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대선그룹은 1500억원을 대출받은 상태였기에 금융 인수 이자비용만 연간 75억원을 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도부터 조선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비엔그룹의 중심 업종은 조선기자제다.

이에 비엔그룹이 선택한 카드가 바로 대출이다. 지난 2011년 6월, 조 회장은 계열사 비엔케미칼에 대한 부산은행 대출을 성사시킨다. 당시 부산은행은 총 221억원(장기대출 215억원+단기대출 6억원)을 차입해 줬다.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비엔케미칼 측은 주남공장 토지, 건물과 기계 등 258억원을 담보로 설정했다. 그러나 해당 유형자산은 2015년 공시자료 기준으로 토지 56억원(공시지가 32억원), 건물 96억원, 기계 62억원 등 총 214억원으로 부산은행이 대출해준 금액에 밑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비엔케미칼의 재정 상태를 봤을 때 금융권으로부터 도저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수 기업을 감사했던 부산지역 회계전문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엔케미칼의) 재무제표를 보면 꽤 장난질이 심하다. 쉽게 말해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인데, 장부상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2013년에 90억원을 주식 증자시켰고, 2014년 자본잠식이 일어난다. 문제는 자본잠식이 일어남에도 현금성 자산은 2014년 2억9000만원서 2015년 9억8000만원으로 약 7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현금은 불어난 것이다. 이건 장부조작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복-조성제 오작교 역할
“당선에 힘써 보은인사 받아”

또 다른 전문가는 이메일로 “(비엔케미칼의) 설립자본은 22억원이었지만, 2014년 비엔철강의 장기대여금을 현물출자 전환해 112억원으로 증자했다”며 “그런데 매년 50% 매출 상장에도 불구하고 매해 30억원가량 마이너스 나고 있다. 현재 누적적자는 12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순부채로만 마이너스 252억원으로 사실상 회생 불가한 부실기업이다. 더욱이 비엔케미칼은 93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6000만원에 불과해 당해 연도 1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자력에 의한 기업 회생에 전환점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부산은행은 상환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에 대출해 준 셈이다.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상환 능력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은행서 특혜 대출이 있을 수 있겠나.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비엔케미칼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은 개별 부서에서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부산은행은 상환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산상의와 비엔케미칼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양측에 메모도 남겼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때문에 지역 재계에선 수많은 의혹들이 양산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과 이장호 BS금융지주 고문 간의 친분이 대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설이 돌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은 그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조 회장이 이장호 고문의 부산은행장 연임을 도와주지 않아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최근 이장호 고문은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장호 고문의 자택과 개인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양산되는 의혹
친분 때문에?

특수부는 이 고문이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금품이나 금전 혜택을 받고 1조7800억원가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이뤄지도록 부산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부산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그룹이 지난 2015년 1월,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고문을 곧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엘시티 배덕광 혐의는?

검찰이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배 의원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지난 5일 새벽 돌려보냈다.

그러나 배 의원은 이날 검찰 청사를 나서면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지금까지 엘시티 측으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검찰에) 확실하게 해명했다”고 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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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