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주목받는 수익형 3선

2016년 한해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린 가운데 ‘상고하저(上高下抵)’흐름을 보였다. 2017년 정유년은 국내외 변수가 많아 투자자와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조정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다.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이 예상된다. 13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의 향방이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저금리로 주목을 받은 수익형 부동산도 금리인상으로 하락이 예상되면서 희소성이 높은 ▲신도시·택지지구 상가 ▲공급 가뭄지역 오피스텔 ▲대단지 지식산업센터 등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입지·임차인
선점이 관건

먼저 신도시·택지지구 상가는 주택 규제 반사이익으로 상업용지 공급난 희소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신규 상가투자는 입지와 임차인 선점이 관건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상가투자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소액투자의 대명사로 꼽히는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가는 높아지면서 정작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지식산업센터나 분양형 호텔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뉴타운, 신도시, 택지지구 등 신흥상권은 아파트 공급이 희소성이 높고, 30~40대의 소비력이 높은 소비세대가 유입됨에 따라 서울 도심 못지않은 상권형성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신흥상권은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는 역세권이나 대학가와 달리 고수익, 고위험 부담이 따른다.

업계에서는 신흥상권 상가투자 핵심 포인트로 ▲선점효과 ▲장기적 안목 ▲주차여건 ▲분양가 적정성 ▲가장(假裝) 선임대 주의 ▲입지 ▲전용률 등 적어도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선점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선점효과란 신흥상권에 특정 업종이 먼저 들어오게 되면 유사업종은 쉽게 들어오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병·의원, 약국, 프랜차이즈, 외식업, 학원 등이 있다.


상권을 선점하면 신규시장을 초기에 독점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쟁점의 추가 입점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새롭게 상권이 형성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장 전반적으로 ‘상고하저’
올해는 관망세 이어지면서 조정국면

분양받을 당시엔 입지가 좋았지만 주변 아파트 분양이나 기반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신흥 상권이 완전히 형성되는 데 최소 2~3년, 많게는 5년 이상 걸리는 곳도 있기 때문에 좋은 입지 선점을 위해서는 시기적으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인근 아파트 입주 전 1년이 가장 좋다.

공급량은 입주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몰리는 경향이 크다. 이때는 가격 조정도 어느 정도 되고, 공급량이 많은 만큼 가격의 선택폭은 크지만 업종이 중복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투자성향이 보수적이라면, 위치 선택폭은 적지만 안정적 투자가 가능한 입주 후 2년까지가 투자의 적기다. 기대 수익률은 6% 내외가 적정하다. 지역 특색뿐 아니라 개별 물건의 조건들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간 공급이 없었거나 적었던 지역 오피스텔도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액 투자처의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급 가뭄지역 오피스텔은 희소성 면에서 가치가 높지만 거주 및 투자 지역 선정시 입지여건과 기존 경쟁 상품과 경쟁력 및 차별성, 임차인 선호성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최근 공급 가뭄지역 지역 오피스텔이 공급과잉 논란을 겪고 있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오는 2017~2018년 약 76만여가구의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가운데 대부분 지역의 ‘공급과잉 후폭풍’이 예상된다. 저금리에 소액투자처로 인기인 오피스텔 분양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 분양 완료·예정 물량은 4만3648실로 2010년 이후 연평균 수준(4만여실)을 웃돌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공급물량의 70%가량이 집중돼 있는 상태다. 공급 가뭄 지역이나 최초 공급물량은 신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이전 수요와 급등하는 전세가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사람과 수익형 부동산을 선점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인기다.

작년부터 이어져온 분양시장 호황에 한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끊겨 있던 지역에서도 오랜만에 새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 아파트의 공급이 끊기면 기존 주택의 노후화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 자체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할 주거시설이 부족해 전입 인구는 줄어들고 기존의 낡고 오래된 집에 살고 있던 지역민들은 새 아파트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돼 결과적으로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경제 발전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투자의
핵심 포인트는?

수년간 분양 명맥이 끊겨 있던 지역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는 그동안 축적돼온 대기 수요로 인해 큰 인기를 끄는 것이 보통이다. 많은 수요를 갖췄음에도 주거시설이 부족해 이들을 품을 수 없었던 지역에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30~40 대도 수익형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투자 상품 가치 하락 시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인구유입에 결정적인 호재가 있는 지역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서울 도심, 강남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경우 기업체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분양 기업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 기간이 3년 연장되어 투자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에 굴뚝 없는 공장이자 최첨단 건축공법이 도입되는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공장)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재테크 차원에서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 투자는 수익률이 다른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높지만 여러 제약이 따른다. 분양업체가 제시하는 수익률도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오피스텔 등 투자 수요가 지식산업센터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식산업센터는 하나의 건물에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 산업시설 등이 입주할 수 있는 건축물로 3층 이상으로 6개 이상의 공장이 입주할 수 있다. 입주 기업의 업무를 지원하는 금융시설, 기숙사, 근린생활시설 등도 들어설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1980년대 수도권 과밀억제지역 지정과 함께 공장 신·증설이 전면 제한되자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대도시로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등장했다.

▲신도시·택지지구 상가
▲공급 가뭄지역 오피스텔
▲대단지 지식산업센터

정부가 지난 2010년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지식산업센터로 명칭이 바뀌었다.
지식산업센터는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부동산 재테크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투자대상으로 꼽힌다. 상가 투자의 경우 투자금액이 많이 들고 초보자가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 장사가 잘 될 지 안 될 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권리금의 문제도 안고 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정형화돼 있고 큰돈이 들지 않는다. 상가와 달리 기업이 임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수익성 부동산보다 제약이 많이 따른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는 특정 업종(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업 등) 사업자만 취득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급이 늘면서 일부 미분양 사업장이 생기거나 높은 분양가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취득 자격이 없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편법 분양을 진행하기도 한다.
입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세입자)에게 이면계약서를 작성한 후 임대하는 불법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공급가격 자체가 낮은 것은 오피스와 달리 사고파는 데 제약이 있는데 특정 업종에 속하지 않는 기업은 입주할 수 없다. 일부 임대 사업자들이 편법을 동원하기는 하지만, 그 사업을 업으로 하는 법인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1·3부동산 대책의 반사이익으로 투자처를 잃은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에 쏠리고 있는데 상가는 신규 택지지구 공급 중단으로 상업용지 공급이 뜸하고 상업용지 비중이 줄어 희소가치가 높으며 오피스텔은 전매제한과 청약통장에 구애받지 않지만, 임대수익률 하락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며 “지식산업센터는 입주 근무자들의 환경을 감안해 연면적 3만3000㎡(1만평) 이상의 규모를 갖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유년 주목받을 수익형 부동산이다.

▲퀸즈파크 미사=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갖춘 하남시 미사지구 업무시설용지 5, 7블록에 ‘퀸즈파크 미사’1차 750실, 2차 593실이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차는 지하 5층~지상 17층, 2차는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다. 지상 1~2층은 상업시설인 상가, 지상 3~17층, 15층까지 오피스텔 1343세대로 조성된다. 오피스텔은 중정형 설계를 도입하여 단지 내 휴식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환기 및 채광을 극대화했다. 층고가 4.2m에 달하는 복층형 구조와 개방형 창호를 도입해 개방감과 쾌적함을 높였다. 2층 다락방 층고 또한 1.27m에 달해 침실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1층은 거실 및 주방, 화장실로 구성된다.

수익성·안정성
높아 인기


▲로얄팰리스테크노 미사= ‘로얄팰리스테크노 미사’1~3차 지식산업센터는 6~7m의 층고를 제공한다. 입주 업종을 다양화했고, 제조장비 설치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Drive-in 시스템으로 물류이동의 극대화 및 대형 화물 및 인화용 리프트가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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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