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따박따박’ 못 믿을 약속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평생수입보장 등 분양형 호텔 분양 관련 거짓·과장 광고 시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부동산 분양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양 관련 허위 및 과대 광고가 하루이틀 동안 벌어진 일들은 아니다. 몇년간 인터넷 포털 뉴스 등에 보도자료가 도배되면서 분양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적발된 13개 분양업체들은 광고가 허위거나 과장이라는 내용이다. 수익률을 부풀리거나 수익보장기간이 장기간인 것처럼 눈속임을 하다 정부 기관으로부터 적발된 것이다. 이들 업체는 2014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인터넷이나 일간 신문 등을 통해 ‘평생 임대료’ ‘객실가동률 1위’ ‘특급호텔’ 등의 내용으로 분양 광고를 했다. 이들의 광고 문구를 보면 현혹되기 십상이다. ‘매월 100만원 월급처럼 따박따박’ ‘실투자금 3000만원이면 연금처럼 매월 90만원 입금’ 등등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못 찾는 심리를 노린 셈이다.

분양형 호텔
넘치는 제주

문제는 이러한 자극적인 광고에 혹해 목돈을 넣었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분양형 호텔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투자 주의보를 내리게 되었을까.

분양형 호텔은 소액 수익형 부동산은 적은 투자자금으로 오피스텔 등 다른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보다 더 높은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분양형 호텔은 객실을 분양한 뒤 이를 모아서 하나의 호텔로 영업하고 수익을 배분해주는 호텔을 말하는데 먼저 시행사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분양한 뒤, 호텔의 운영은 전문 운영사에게 위탁하는 형태다. 중국 등 외국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며 부동산시장에서는 호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분양형 호텔의 경우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1억~2억원의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은 상품이다.

공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52실 ▲2012년 143실 ▲2013년 2914실 ▲2015년 5000여실 등으로 공급이 최근 2~3년 사이에 급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숙박시설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12월 기준 전국 업체는 1293개, 객실수는 14만6511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업체는 1488개로 약 200여개 늘었다. 객실 수도 16만422실로 약 1만3500여실이 증가했다. 제주지역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2014년 2만900개였던 객실 수가 지난해 2만5345개로 늘었고 업체 수도 67개가 증가했다. 문제는 객실이 크게 늘면서 객실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2013년 74.8%에서 2015년 67.7%, 2018년 63.4%(추 정)을 보일 전망이다.


호텔들의 공급이 늘면서 과장·허위광고도 급증하고 있다. 분양형 호텔의 장점은 다른 수익형 부동산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는 점인데 같은 투자금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으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업체들은 ‘매월 100만원’ ‘연 12%’ ‘10년간 월 104만원’ ‘월 70만원 확정지급’등의 광고문구를 통해 상품을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오피스텔이 연 4~5%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분양형 호텔의 경우 연 7~8% 또는 대출금을 제외한 실투자금 대비 12~14% 정도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

일정한 수익률 지급기간이 있다는 점도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는 다른 점이다. 이런 확정수익은 분양업체나 분양업체로부터 호텔운영을 위탁받은 사업자가 분양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으로 호텔의 운영실적과 관계없이 지급된다. 업계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만큼 위험도도 높다고 조언한다. 분양 시 제시했던 수익률이 보장 기간이 끝난 후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객실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으며 호텔의 경우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수요 차이가 심하고, 입지에 따라서 더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분양 관련 허위·과대 광고 주의보
수익 부풀리거나 보장기간 눈속임

분양형 호텔은 최근 공급이 급증해 과잉우려를 낳고 있다. 관광산업과 연계된 만큼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수익률 보장기간 및 객실 구분등기를 잘 살펴봐야 한다. 호텔을 운영하는 업체의 역량이 얼마나 전문적인지도 분석해 투자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분양형 호텔의 공급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분양업자들은 수익보장기간이 제한적임에도 장기간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수익률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호텔의 이용수요나 입지조건, 등급 등도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시정 명령을 받은 분양업체는 보통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기간이 1~5년 정도임에도 ‘평생’ ‘연금처럼’등의 표현으로 장기간 수익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최근에는 수익률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전 분양형 호텔의 확정수익률은 7~12.5% 수준이었으나 2015년 이후 확정수익률은 6.5~1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과대광고는 아파트 분양도 마찬가지다. ‘OO역까지 5분거리’ ‘시청역까지 30분’이라는 광고 문구를 버젓이 내거는데 실제 알고 보면 대부분이 차량이 없는 새벽 시간대 제한속도를 넘어 달려야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 미분양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 인근에선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사와 건설사가 현수막 및 전단을 활용, 과도한 광고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해당 아파트의 거래 주선을 부탁하며 리베이트를 제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광고비용과 리베이트 비용이 아파트 가격에 거품을 형성해 소비자들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등 주택 분양을 받기 전 수요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 3가지를 제시했다. ▲주택은 선분양이 대부분인 만큼 본보기집(모델하우스)보다 실제로 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곳을 계약 전에 꼭 가 봐야 한다 ▲광고에 의존하기보다는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방법으로 검증해야 한다 ▲중도금을 무이자로 회사가 내주는 조건의 계약은 추후 계약 해제가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피해야 한다 등이다.


아파트도…
계속되는 논란

이번엔 허위 및 과대광고와 분양사기 논란에 대한 법적공방에 대해 알아보자.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모두 대부분의 대규모 공사가 선분양 후시공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분양광고 시점과 실질 준공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의도적이었든 의도한 바가 아니었든 분양광고 당시와는 상황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과장광고나 사기분양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분양을 받은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분양광고가 지켜지지 않으면 중도금부터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취소나 해제를 주장하며, 계약금반환이나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게 된다. 분양광고만을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입장에서는, 광고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계약파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해당 단지 전체가 집단으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며, 중소건설사는 시공 시 자금압박을 받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광고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과장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허용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아파트 입지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두 가지는 교육환경과 교통환경이다. 대법원은 올해 초 아파트 옆에 학교가 들어선다는 광고가 지켜지지 않았으나, 허위·과장 광고는 아니라는 판결을 선고했는데 해당지구가 새로 개발되는 택지지구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학교가 표기된 도면 역시 도시계획상의 토지이용계획도를 그대로 옮겨 계획도 이상의 인상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다.

교통환경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판단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부산 오륙도 아파트 사건에서 경전철에 관한 분양광고는 부산시의 당시 계획을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에 경전철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도 소비자들의 오인가능성을 야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입지 외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분양가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 광고하고, 중도금 이자를 분양가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법원은 세종시 한 분양 아파트 입주자 494명이 건설사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들어있는 것은 누구든 어렵지 않게 접근가능한 정보고, 광고내용이 완전무상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분양상황에 대한 과장은 어떨까. 법원은 미분양 아파트가 존재하는데도 ‘마감임박’으로 사실을 부풀려 광고한 경우에도 손해를 묻거나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지자체 발표계획을 그대로 인용했고, 경기침체로 사업추진이 후발적으로 불가능해 진 것이지 건설사가 사업무산을 미리 인식하고 기망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그렇다면 사전에 사기분양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업계에서는 업체에서 제시한 조건만 너무 신뢰하지 말고 의심이 나는 점은 전문가와 미리 상의하는 등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먼저 잇따른 수익형 부동산 투자 예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최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형 호텔 등 분양과정에서 계약금 등 분양대금을 떼이는 사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신탁사 계좌로 송금해야 할 계약금을 시행사나 대표의 개인통장으로 보내 당첨이 취소될 뿐 아니라 금전적인 피해도 입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은 시행사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관계자 등이 고의적으로 사기를 치고 잠적하며 발생한다. 안타깝지만 이 경우 계약금을 환불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계약금은 입주자 모집공고나 분양계약서에 나온 계좌번호로 납부해야 한다. 다른 계좌번호로 입금하면 분양당첨이 취소되고 보증기관인 신탁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피해구제를 해주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분양대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지정계좌로 입금되지 않은 금액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분양계약서에 나와 있는 은행계좌에 입금하면 앞으로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나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만일에 대비해 무통장입금을 할 때는 분양받은 동과 호수, 계약자 이름을 기재해야 하며 무통장입금자 중 부적격자로 판명된 경우 소명기간을 거쳐 분양대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초저금리 시대’투자처 찾는 심리 노려
자극적 문구에 혹해 목돈 넣었다 낭패

다음은 수익을 시행사 등 분양업체에서 보장하는 경우다. 초저금리 기조를 틈타 고수익 분양광고로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수익형 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은 그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분양형 호텔이나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분양형 펜션 등 세컨드하우스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공통점은 ‘연간 10% 이상 수익률 지급’ ‘1억원 투자로 월 120만원 임대수익’등 한결같이 고수익을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약속하는 투자수익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년간 확정수익률 보장제’와 같은 조건을 내거는 곳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분양사업자가 수익금 지급을 미루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확정수익을 내걸고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과장광고에 대한 처벌만 가능할 뿐 그 이상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보호받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로선 시간과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확정수익률 보장제’도 부분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마치 실제 임대수익인 것처럼 과장하거나 분양가를 높게 받아 이 자금으로 일부 수익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이 대부분이란 것이라 임대수익이 예상치를 밑돌거나 금리가 오르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시 분양업자들이 내거는 달콤한 조건보다는 사업성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하며,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을 분양받을 때는 등기방식이 구분등기인지, 지분등기인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최근 상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선임대 후분양’방식의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선임대 후분양 상가는 이미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물건을 분양 받는 형태의 상가로, 투자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선임대 상가는 해당 점포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만큼 임차인을 구하는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투자 즉시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이를 통한 자금계획을 세우기도 수월하다. 특히 도시 형성과 함께 상권 안정화에 시일이 소요되는 신도시 및 신규 택지지구 일대의 상가는 대체로 선임대 형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교통환경
‘살기 좋다’포장

다만 ‘가짜 임대차 계약’과 같은 사기 행태로 인한 피해자도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불확실한 고수익을 내세워 홍보에 나서거나, 확정되지 않은 핵심 점포 입점을 부각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선임대를 악용한 가짜 임대차 계약의 경우 매우 조심해야한다. 선임대 후분양 상가는 임대료를 곧바로 받을 수 있고, 상가의 구성 및 설계 등을 확인해 향후 상권 동향까지 가늠할 수 있어 최근 많이 선호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금액대가 높은 상가 특성상 투자 리스크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한다. 가짜 임대차 계약에 따른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선임대 계약에서 표기된 계약주체가 시행사가 아닌 영업사원이라면 가짜 임대차 계약을 의심해 봐야한다. 임대차 계약은 소유권을 가진 임대인과 계약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경우라면 시행사와 체결한 계약서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확인하면 계약 당사자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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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