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신당 프로젝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09:57:04
  • 호수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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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모시고' 안철수 '손잡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이 창당 이래 최초로 분당의 기로에 섰다.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 34명은 최근 탈당결의문을 통해 친박(친 박근혜)계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오는 27일,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하기로 합의했다. 원내 제4당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 당의 정체성은 당연지사 ‘친박계 퇴진’이다. 사생결단의 격전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드라마처럼 집안싸움이 결국 결별로 끝나기 직전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4명은 친박계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통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그래서인지 친박계도 담담히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광화문서 일어난 촛불혁명에 비박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친박계는 눈과 귀를 닫아왔다. 성향이 다른 두 계파의 분열은 일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비박계 분당
결의문 발표

비박계 의원들은 지난 21일, 회동 직후 탈당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친박계를 가짜 보수라 정의했다. 진정한 보수를 위해 ‘혁신’과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도 전했다. 비박계는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며 “친박·친문(친 문재인) 패권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안정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주호영·정병국 의원을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창당발기인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중앙당 등록까지 완료하면 원내 4당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원내교섭단체 요건은 현역 국회의원 20명으로 이변이 없는 한 원내 입성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큰 틀에서 기존 새누리당 당헌·당규를 벤치마킹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국정농단과는 분명히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계파는 봉합의 실낱같은 적기가 있었다. 원내대표·비대위원장 물밑협상이 그것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물러나면서 공백이 된 원내사령탑 자리를 두고 친박계 정우택 후보와 비박계 나경원 후보가 경합을 펼쳤다. 결과는 정 후보의 7표차 신승으로 끝났다(총 119표 중 정 후보 62표, 나 후보 55표, 기권 2표).
 

선거 전 두 계파 사이에는 몇 차례 봉합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양측 계파의 좌장 격인 친박계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두고 두 계파가 선거전을 치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이란 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선 대신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이명수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합의 추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급
무더기 탈당

그러나 그 대가로 친박계가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면서 협상은 깨졌다. 최종적으로 친박계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전권 비대위원장’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새로운 원대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한때 유 전 원내대표의 런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의원도 “외부인사를 모셔 당내 갈등을 봉합시키고 나아가서는 쇄신도 해서 내년 대선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드러냈다.

결국 오랜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갈라서게 됐지만, 친박계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청원 의원은 최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분당이야 한두 번 봤느냐. 나가면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경환 의원도 유 전 원내대표의 탈당에 대해 “그건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신당의 핵심 멤버는 누가 뭐래도 과거 ‘K-Y라인’으로 불렸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김 전 대표는 탈당결의문 발표 하루 전, 유 전 원내대표를 만나 “창당 작업을 주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대표 측이 유 전 원내대표에게 “배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가 만들 테니 그 배의 선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함으로 인해 주호영·정병국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게 됐다. 비록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지만, 비박계 좌장과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두 사람은 새로운 배의 실질적인 선주와 선장인 셈이다.

비박계 30여명 집단 탈당 초읽기
덤덤한 친박계 “나갈 사람 나가”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공천서 탈락하자 신당 창당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김덕룡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과 함께 ‘YS신당’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막판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백지화됐다. 그러나 그는 이번 창당을 주도, 4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신당이 ‘김무성 신당’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무성 신당은 단숨에 친박계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찍이 특정 당을 겨냥해 새로운 당이 만들어진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이처럼 특정 계파를 겨냥한 당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친박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만들었지만, 김무성 신당과 친박연대는 결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연대는 친이(친 이명박)계 공천 학살이 자행되자 서청원, 홍사덕 등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친박연대가 지난 2011년 2월 한나라당과 합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적으로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박계의 이번 탈당은 가산을 송두리째 들고 나온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일찍이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까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모두 새누리당을 떠날 방침이다.

탈당도 함께
K-Y ‘투톱’

때문에 정치권은 향후 새누리당과 김무성 신당의 합당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만약 두 계파가 다시 합친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은 대선 후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쪽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을 때만 재결합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선 전 재결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두 계파의 감정의 골은 박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 차이일 뿐 기본적인 이념과 성향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손을 잡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탈당결의문을 발표한 날 친박계와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와 합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과연 김무성 신당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중앙선관위는 2016년 4분기 전체 의석수 294석 중 129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에게 36억9160만원을 지급했다. 김무성 신당이 창당될 경우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경상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

만약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커트라인인 20명으로 시작한다면 14억6242만원, 35명이면 15억8893만원, 인원이 늘어 37명이면 16억499만원을 중앙선관위로부터 받게 된다. 재정적으론 새누리당 친박계가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재창출 가능성만 놓고 따지면 김무성 신당이 우세하다. 현재 보유한 대선주자군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영입한다면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이미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결별을 통보한 상태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서 그는 “한국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 총장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내년 설 이후 창당, 보조금 16억
국민의당 연대해 캐스팅보트 쥘까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이 반 총장 영입에 가장 적극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무성 신당 입장서 본다면 반 총장 영입은 새누리당의 ‘후속 탈당’을 불러올 카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미 정치권에선 최대 2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2차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으로 전락한다면 강성 친박계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자연스레 당을 떠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분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반 총장과 함께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박계 공세를 위해 두 당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해관계는 서로 맞아떨어진다. 대부분 의원들의 지역구가 수도권과 경남 지역인 김무성 신당 입장에선 연대가 당의 토대를 닦아줄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지지부진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을 연대카드로 뚫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연대했을 때 기대되는 최소 60여명(국민의당 38석 + 김무성 신당 30여명)의 맨파워는 향후 캐스팅보트로서의 중요도를 높여줄 수 있는 요소다.

“반 영입은
탈당 도화선”

최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회색정치의 공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와 비박계의 연대는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비박계 연대가 형성된다면 (국민의당은) 보수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보고, 아마 호남 아디오(결별) 선언이 되지 않겠나”라고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계 모임 미스터리

새누리당 친박계 모임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별다른 활동도 없이 결성 일주일 만에 해산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나온 ‘혁신’과 ‘통합’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없었다. 해당 모임은 지난 13일 결성됐다. 친박계 의원 50여명이 참여했고,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이 모임은 원내대표 경선이 있었던 지난 16일 이후 4일 만에 전격 해체됐다.

모임이 해산되기 전 당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졌기 때문일까. 일각에선 모임의 목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계파 세를 과시, 친박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 아니었냐는 것이다.

모임서 나오는 발언들이 오히려 당내 분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해산을 밝힌 그들은 “‘최순실 사태’의 책임에서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도 자유롭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시류에 편승한 일부 의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쇄신’ ‘개혁적 투사’로 자처하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비박계를 자극, 갈등만 확산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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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