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신당 프로젝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09:57:04
  • 호수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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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모시고' 안철수 '손잡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이 창당 이래 최초로 분당의 기로에 섰다.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 34명은 최근 탈당결의문을 통해 친박(친 박근혜)계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오는 27일,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하기로 합의했다. 원내 제4당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 당의 정체성은 당연지사 ‘친박계 퇴진’이다. 사생결단의 격전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드라마처럼 집안싸움이 결국 결별로 끝나기 직전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4명은 친박계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통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그래서인지 친박계도 담담히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광화문서 일어난 촛불혁명에 비박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친박계는 눈과 귀를 닫아왔다. 성향이 다른 두 계파의 분열은 일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비박계 분당
결의문 발표

비박계 의원들은 지난 21일, 회동 직후 탈당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친박계를 가짜 보수라 정의했다. 진정한 보수를 위해 ‘혁신’과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도 전했다. 비박계는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며 “친박·친문(친 문재인) 패권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안정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 정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주호영·정병국 의원을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창당발기인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중앙당 등록까지 완료하면 원내 4당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원내교섭단체 요건은 현역 국회의원 20명으로 이변이 없는 한 원내 입성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큰 틀에서 기존 새누리당 당헌·당규를 벤치마킹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국정농단과는 분명히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계파는 봉합의 실낱같은 적기가 있었다. 원내대표·비대위원장 물밑협상이 그것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물러나면서 공백이 된 원내사령탑 자리를 두고 친박계 정우택 후보와 비박계 나경원 후보가 경합을 펼쳤다. 결과는 정 후보의 7표차 신승으로 끝났다(총 119표 중 정 후보 62표, 나 후보 55표, 기권 2표).
 

선거 전 두 계파 사이에는 몇 차례 봉합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양측 계파의 좌장 격인 친박계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두고 두 계파가 선거전을 치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이란 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선 대신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이명수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합의 추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자급
무더기 탈당

그러나 그 대가로 친박계가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면서 협상은 깨졌다. 최종적으로 친박계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전권 비대위원장’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새로운 원대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한때 유 전 원내대표의 런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의원도 “외부인사를 모셔 당내 갈등을 봉합시키고 나아가서는 쇄신도 해서 내년 대선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드러냈다.

결국 오랜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갈라서게 됐지만, 친박계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청원 의원은 최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분당이야 한두 번 봤느냐. 나가면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경환 의원도 유 전 원내대표의 탈당에 대해 “그건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신당의 핵심 멤버는 누가 뭐래도 과거 ‘K-Y라인’으로 불렸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김 전 대표는 탈당결의문 발표 하루 전, 유 전 원내대표를 만나 “창당 작업을 주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대표 측이 유 전 원내대표에게 “배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가 만들 테니 그 배의 선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함으로 인해 주호영·정병국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게 됐다. 비록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지만, 비박계 좌장과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두 사람은 새로운 배의 실질적인 선주와 선장인 셈이다.

비박계 30여명 집단 탈당 초읽기
덤덤한 친박계 “나갈 사람 나가”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공천서 탈락하자 신당 창당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김덕룡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과 함께 ‘YS신당’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막판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백지화됐다. 그러나 그는 이번 창당을 주도, 4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신당이 ‘김무성 신당’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무성 신당은 단숨에 친박계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찍이 특정 당을 겨냥해 새로운 당이 만들어진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이처럼 특정 계파를 겨냥한 당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친박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만들었지만, 김무성 신당과 친박연대는 결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연대는 친이(친 이명박)계 공천 학살이 자행되자 서청원, 홍사덕 등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친박연대가 지난 2011년 2월 한나라당과 합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적으로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박계의 이번 탈당은 가산을 송두리째 들고 나온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일찍이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까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모두 새누리당을 떠날 방침이다.

탈당도 함께
K-Y ‘투톱’

때문에 정치권은 향후 새누리당과 김무성 신당의 합당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만약 두 계파가 다시 합친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은 대선 후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쪽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을 때만 재결합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선 전 재결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두 계파의 감정의 골은 박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 차이일 뿐 기본적인 이념과 성향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손을 잡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탈당결의문을 발표한 날 친박계와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 “친박계와 합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과연 김무성 신당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중앙선관위는 2016년 4분기 전체 의석수 294석 중 129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에게 36억9160만원을 지급했다. 김무성 신당이 창당될 경우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경상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

만약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커트라인인 20명으로 시작한다면 14억6242만원, 35명이면 15억8893만원, 인원이 늘어 37명이면 16억499만원을 중앙선관위로부터 받게 된다. 재정적으론 새누리당 친박계가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재창출 가능성만 놓고 따지면 김무성 신당이 우세하다. 현재 보유한 대선주자군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영입한다면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이미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결별을 통보한 상태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서 그는 “한국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 총장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내년 설 이후 창당, 보조금 16억
국민의당 연대해 캐스팅보트 쥘까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이 반 총장 영입에 가장 적극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무성 신당 입장서 본다면 반 총장 영입은 새누리당의 ‘후속 탈당’을 불러올 카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미 정치권에선 최대 2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2차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으로 전락한다면 강성 친박계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자연스레 당을 떠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분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반 총장과 함께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박계 공세를 위해 두 당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해관계는 서로 맞아떨어진다. 대부분 의원들의 지역구가 수도권과 경남 지역인 김무성 신당 입장에선 연대가 당의 토대를 닦아줄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지지부진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을 연대카드로 뚫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연대했을 때 기대되는 최소 60여명(국민의당 38석 + 김무성 신당 30여명)의 맨파워는 향후 캐스팅보트로서의 중요도를 높여줄 수 있는 요소다.

“반 영입은
탈당 도화선”

최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김무성 신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회색정치의 공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와 비박계의 연대는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비박계 연대가 형성된다면 (국민의당은) 보수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보고, 아마 호남 아디오(결별) 선언이 되지 않겠나”라고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계 모임 미스터리

새누리당 친박계 모임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별다른 활동도 없이 결성 일주일 만에 해산했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나온 ‘혁신’과 ‘통합’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없었다. 해당 모임은 지난 13일 결성됐다. 친박계 의원 50여명이 참여했고,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이 모임은 원내대표 경선이 있었던 지난 16일 이후 4일 만에 전격 해체됐다.

모임이 해산되기 전 당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졌기 때문일까. 일각에선 모임의 목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계파 세를 과시, 친박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 아니었냐는 것이다.

모임서 나오는 발언들이 오히려 당내 분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해산을 밝힌 그들은 “‘최순실 사태’의 책임에서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도 자유롭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시류에 편승한 일부 의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쇄신’ ‘개혁적 투사’로 자처하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비박계를 자극, 갈등만 확산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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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