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휴·노’ 부동산 신 재테크

부동산의 대표적인 재테크로 절세효과를 따지는 세테크가 있었다. 최근엔 시(時)테크, 휴(休)테크, 노(老)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 등 주거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얼마나 직장이나 근무지와 가까운지를 감안하기 시작했다. 잘 쉬는 것도 경쟁력이라는 것과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대비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가 온 것이다. 같은 교통수단이라고 하더라도 KTX나 GTX 등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다 이런 이유다. 이제 주류로 떠오른 신 재테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직·학주근접형
시테크

‘시테크’가 돈인 시대가 왔다. 특히 분양시장에서 시테크는 빛을 발한다. 교통수단으로 직장이나 학교가 얼마나 가까워지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고 임대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요 확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쾌속 교통망의 쌍두마차인 KTX, GTX가 속속 개통을 하거나 예산안이 확정, 착공이 가시화되면서 일대 분양시장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개통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KTX에 비해 주춤했던 GTX도 예산안이 확정, 착공이 가시화되면서 수도권 남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존 지하철 영업속도의 2배가 넘는 쾌속 교통망이 개통되면 같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기존과 달리 수혜지역의 거주자들의 생활반경이 크게 넓어져 생활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쾌속 교통망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속도다. 현재 KTX 산천의 영업 최고속도는 305㎞/h,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는 180㎞/h로 지하철 중 가장 빠른 신분당선이 90㎞/h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이상이나 빠른 셈이다.

직주근접형 주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층은 당연 30~4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출퇴근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고, 퇴근 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물리적 시간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 또 풍부한 배후수요로 환금성이 좋아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직주근접형 아파트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직주근접형 아파트는 분양성적도 좋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평균 경쟁률 6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이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더 퍼스트’도 창원지역 내 역대 최고 청약자를 모았다.

창원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46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3만4537명이 몰리면서 평균 73.96 대 1의 청약 경쟁률로 완판됐다. 창원시에서 1순위 청약자가 3만명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컨드하우스
휴테크

은퇴자 혹은 30~40대를 중심으로 휴식과 여가를 위한 세컨드하우스를 갖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주 5일제의 정착과 국민소득의 증가, 웰빙 및 힐링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주택과 단독주택, 펜션 등의 세컨드하우스는 관리가 어렵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체 레저용 상품으로 콘도분양권이나 분양형 호텔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구매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용할 때마다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심지어 성수기에 이용자가 몰리면 예약이 취소되거나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요즘은 관리도 용이하고 좋은 전망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무장한 레저형 아파트가 세컨드하우스의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강원 속초, 부산, 제주도, 경남 거제, 전남 여수 등 탁 트인 조망권을 확보하고 휴식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관광지 주변 아파트들이 주요 선호지다.

단순 절세효과 세테크는 옛말
시테크·휴테크·노테크 주목

관광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비수기에 휴양, 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볼 수도 있다. 본인이 필요할 때에는 세컨드하우스로 사용하다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임대를 줘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이용관리도 편리하니 ‘일타삼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셈.


소형아파트의 경우 경제적 부담도 덜해 인기가 높다. 게다가 소형아파트는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에 비해서 매입과 양도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또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나 한류열풍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관광지 주변 레저형아파트가 세컨드하우스로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분양성적도 좋다. 실제 대표적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된 ‘더 에이치 스위트’는 부산 거주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천여명이 몰려 높은 청약경쟁률로 계약 시작 3개월 만에 100% 완판 됐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지구에 공급된 아파트 ‘제주 강정 유승한내들 퍼스트오션’도 평균 10.2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로 전 타입 마감된 데 이어 조기에 100% 계약 완료됐다.

최근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관광지 주변 아파트를 매입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거주하지 않는 날에는 임대를 놓아 수익을 챙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컨드하우스 구입 시에는 구입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본인이 이용하면서 임대수익률도 높이려면, 4계절 내내 관광객이 많은 곳이나 관광자원개발호재가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장기연금형
노테크


기대 수명이 늘면서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시대가 왔다. 길어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익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장기임대형 수익형 부동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장기임대형 수익형 부동산 정의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른 말로 연금형 부동산이라고도 불리는데 매달 꼬박꼬박 연금처럼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을 말한다. 고정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상품 가운데 높은 수익률보다는 공실(빈집)없는 안정적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면 상가, 오피스텔 등 기존 수익형 부동산은 물론 소형 빌딩이나 섹션 오피스, 외국인 임대사업 등이 해당된다.

장기임대형 수익형 부동산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수익률은 다소 낮더라도 임대수요가 풍부해 공실 위험이 적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상가의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 ▲대형마트·패스트푸드점 등 ▲병·의원 등 메디컬 업종 등 ▲공공기관,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 외국인 임대사업 중 미군전용렌탈하우스 등이 있다.

먼저 ▲은행 등 금융기관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 등 ▲병의원 등 메디컬 업종 ▲공공기관 등은 초기 시설비 등이 많이 들어가고 임대료를 체불할 가능성이 낮으며 한번 입점하면 최소 5년 이상의 장기적인 임대가 보장된다. 분양업체도 장기임대가 가능한 우량 임차인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상권 활성화 및 마케팅에 주는 효과도 큰 데다 선임대가 확정되어 있을 경우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기 때문이다.

더불어 철저한 상권 검증과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매장을 오픈하는 우량 임차인의 특성상, 입지선정에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숨은 이점도 있다. 최근 임대규제 완화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도 통상적으로 기업체가 임차인으로 들어오면 특성상 임대기간이 가능하다. 개인이 분양을 받아 기업체에 임대를 줄 경우 7~8%대의 높은 수익률이 가능해 임대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 대상이 법인체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안전하다.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이 장기임대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본 10%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는데 특히 주한미군이 이전하는 평택의 경우 미군기지이전이 임박하면서 주한미군렌탈하우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쉴 때 잘 쉬는 것도 경쟁력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대비


임대료를 미군 주택과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이 예상된다. 또 SOFA 협정에 의해 2060년까지 전체 주한미군이 유지하도록 되어있어 향후 40년에서 50년간 임대수요 걱정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미군의 경우 비상상황 발생 시 빠른 부대 복귀가 가능한 직주접근형 여부가 투자의 핵심포인트다. 또한 전입이나 확정일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않아 사실상 면세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는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 동두천 미2사단 사령부 등이 이전하는데 군인 및 가족·군무원 등을 포함, 약 8만명의 인구유입이 예상된다. 올해 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총 8000여세대의 렌탈하우스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장기간 임대가 가능한 장기임대형 상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수익형 부동산 또한 안전성이 담보된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인 만큼 입지를 기본적으로 살피되 상품 자체의 경쟁력은 갖췄는지, 주변에 공급은 과도하지 않은지 파악한 후 투자에 임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최근 본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조건의 문호를 확대하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가입이 제한되어 있던 9억원 초과 고가주택·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부부 중 한 명만 60세를 넘어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지는 등 가입대상이 확대된다. 다만 고가주택일지라도 연금지급 기준이 되는 집값은 9억원까지만 인정한다. 집값이 9억원을 넘더라도 담보가 되는 가격은 9억원으로 보고 연금을 지급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주거용 오피스텔로에 사는 사람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주택연금 가입자격을 얻지 못했다. 부부 중 1명이 60세 이상이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은 주택 소유자가 60세 이상이어야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했고 만일 소유자가 60세 미만이면 60세 이상인 배우자에게 집 소유권을 이전한 뒤에야 가입할 수 있었다. 단 주택연금의 월 지급금은 부부 중 적은 쪽의 나이를 적용해 산정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국민들이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상품으로 국민들이 자기 집에 계속 살면서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기위해 지난 2007년 7월 도입됐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해도 월지급금에 변동이 없고, 집값 상승분은 사망 후에 자손에게 상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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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집단지도체제 꺼낸 친윤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도 ‘전권 부여’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송 비대위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지도부를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할 것”이란 예상엔 여전히 힘을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송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다. 비대위원으로는 ▲4선 박덕흠 의원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경기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구분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고,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친윤 일색 새 비대위 지난 2일엔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송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의사 출신답게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일컬어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스를 들어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은 송 비대위원장의 원내대표 출마 당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3년 인요한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했던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는 다양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취소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권고 등 혁신안 2개만이 실행됐다. 혁신위엔 의결권이 없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내외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란 말을 들은 위원 3명이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안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꼭 필요한 처방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국민의힘이 김 전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무위로 돌린 게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안 의원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도 아니고,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니다. 대선주자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당내 세력이 부실하다. 지난해 12월7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1차 시도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이후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찬성 견해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 1월엔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됐던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과도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준석 의원과 화해하고, AI와 미래에 대한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친윤계로선 안 의원의 혁신적이면서도 당내 충돌을 자제하는 성향과 이미지를 당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안 의원에게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던 대목으로 해석된다. 어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전 혁신위원장이었던 인 의원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 혁신위원장 임명하고 권한 부여에 말끝 흐려 안 의원이 2회에 걸쳐 홀로 본회의장에 남아 국민의힘에 불리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이어야 한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으로 계보를 거느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만 해도 친윤계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세가 없는 안 의원이 당시와 같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당내 세력이 없어서 ‘제2의 한동훈’이 되긴 어렵다. 지난달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동안 숙식 농성을 잇던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은 묘한 견제구를 던졌다. 나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는 것”이라며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방향을 골고루 정하라”는 말은 당내 다수인 친윤계의 요구 수렴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송 비대위원장조차도 안 의원과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이 특위 형식 기구를 만들면, 당의 의사 결정 체계 내서 운영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혁신위를 운용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 수준의 혁신 방안이 잘 마련되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의 의사결정 체계 내’라는 것이다. “안 의원과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강하다. 이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께서 바라고 계신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조치 등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걸 못하면, 혁신위는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등 혁신위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 발표 당시에도 같은 당 조정훈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롱을 당한 적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함만… 권한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 설치 외에도 많은 구상을 밝혔다. 비대위 활동 방향으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혁신안 추진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도약 ▲유능한 정책 전문 정당으로 발돋움 등을 제시했다. 또 정책 정당화를 위해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 ▲청년 자산 형성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등 국민의힘이 추진할 3대 중점 정책도 밝혔다. 문제는 불과 한 달여 남짓 활동할 비대위임에도 너무 많은 구상을 밝혔단 것에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의힘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이 전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비대위가 소화하기엔 너무 거시적이고 분야도 넓다. 이렇게 되면 구상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차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송 비대위원장은 이를 부정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누가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저는 얘기한 적 없고,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힘을 모아 강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서 힘의 결집을 방해하는 이야기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친윤계 입장에선 매력적인 체제가 될 수도 있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로 선출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지도부에 입성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탈락한 후보들이 지도부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안 의원 ▲나 의원이다. 이들 중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와 치열하게 다투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 나 의원도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전당대회 출마 및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놓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과 지지층도 다르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이들 모두가 지도부에 모이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서로 싸우다가 죽으라”는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에서는 계파 간 밥그릇 싸움·진영 간 내홍·주도권 다툼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협의와 조율이란 핑계로 시간만 허비하고 혁신은 실종되면서, 당이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윤 중심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쉼 없을 내부 투쟁 집단지도체제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채택한다. 이오시프 스탈린·덩샤오핑·김일성 등 강력한 권위를 가진 독재자가 없는 상황에선 파벌별로 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정치국원들을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당과 국가를 통치할 수장을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치투쟁이 매우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서 개혁도 지지부진해진다. 김일성은 파벌을 모두 숙청한 후 1인 지배체제와 세습체제를 확고히 굳혔다. 중국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파벌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휘하인 시자쥔으로만 정치국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도 게오르기 말렌코프·라브렌티 베리야 등 경쟁 상대를 몰아내 권력 독점을 완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정당사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에서 지난 2016년 발생한 ‘옥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직을 차지했고, 2위에 머물렀던 서청원 전 의원 등은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전 대표는 비박(비 박근혜)계였지만,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는 지난 2004년 총선 패배 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외부에도 격렬하게 표출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극심한 공천 갈등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다가 실패했고, 친박에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핵심에 대한 공천을 거부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전 대표도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등 김 전 대표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천을 의논했다. 현 수석도 직속상관인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건너뛴 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위원장은 유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 5명의 공천을 취소하고, 친박계 후보를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천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직인을 찍어야 할 김 전 대표는 날인을 거부하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을 대거 몰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 대형 선거 홍보 현수막을 배경 삼아 영도대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간에선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제목을 따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패러디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당 대표에게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채 서로 비슷한 위상을 가진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으면 이 같은 내부투쟁은 쉼 없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옥새 들고 나르샤’는 불과 9년 전 일이었고, 국민의힘 구성원 대부분은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패배 후 지도 체제를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꿨다. 아픈 기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단지도체제라는 구상이 외부에 거론된 것에 대해선 “구 친윤계의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 ▲한 전 대표 ▲안 의원 등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당권 주자들을 같은 지도부에 몰아넣어 서로 싸우게 하다 자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친윤계는 대선주자를 외부에서 데려와 옹립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당내 후보 경선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외부의 한덕수 전 총리를 데려와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교체하려고 했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다. 당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대충 대선을 치르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구 공천을 보장할 당만 유지하면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텃밭 지역구와 특정 이익집단의 지원만 있으면 계속 여의도서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정치인 중 상당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 ▲후원회 ▲특정 이익집단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반영구적인 정치생명을 누린다. 현재 일본에서 이어지는 쌀값 상승 파동과 관련해, 농협·쌀 도매상 등과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형성한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이 “쌀을 사본 적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주신다. 팔아도 될 만큼 있다”는 망언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일본엔 특정 집단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배경 삼아 지도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숙청하려고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당의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안 좋은 방식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겉핥기 자민당 내부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총리를 배출하는 파벌만 달라져도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이것이야말로 자민당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비결이었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엔 당의 혁신엔 무관심하고 자리 다툼에만 집착하는 일부 계파의 뻔한 속내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하는 안 의원과 “혁신위와 안 의원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송 비대위원장이 크게 대비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