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참사 계기…한반도 안전성 <긴급진단>

지진·쓰나미·화산·원전“방심은 금물…한반도도 위험하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은 일본열도를 뒤흔들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가 하면 대형 쓰나미까지 몰려와 일부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원전과 규수지방 화산이 폭발하고, 이제는 일본의 상징 후지산 화산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된 것. 지진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반도도 안전지대는 아니다’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이번 일본 대참사를 계기로 한반도의 자연재해 안전성에 대해 긴급 진단했다.

한반도, 판 내부에 있어도 안심은 금물 1~2년 사이 강진 가능성?
쓰나미 가능성 배제할 수 없는데 기상청에는 쓰나미 전문가 없어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국민들의 관심이 일본에 쏠린 가운데 국회 보고서 하나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규모 6.5 지진 발생. 사망자 7726명, 부상자 10만7534명, 이재민 10만4011명, 건축물 전파 2만7582개동, 부분손실 51만7269개동.”
국회 보고서에 적시된 이 같은 각종 수치들은 최근 일본 도호쿠 지역 대지진과 연이은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일본의 상황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피해상황 예측이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은 놀랍게도 지난 2월 소방방재청 산하 방재연구소에 이 같은 내용의 실험과 분석을 의뢰했고, 이는 이미 일본 대지진 이전에 경고된 내용이었다.

한반도, 지진·해일 위협?
더 이상 안전지대 아냐

전문가들에 따르면 규모 6.5의 지진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특성과 과거 지진 사례를 감안할 때 남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위와 같은 수치들은 우리나라 지진 대책의 미비함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한반도 내에서도 6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중 세 차례는 모두 제주도 인근 해역인 것으로 탐지됐다.

지난해에는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모두 42회의 지진이 있었고, 이 가운데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규모 3.0 이상은 5회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한의 평양에서 10회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대구 경북에서 5회, 대전 충남에서 5회, 광주 전남에서 2회, 경기와 전북에서 각각 1회 지진이 관측됐다. 해역에서는 동해와 남해에서 각각 7회, 서해에서 4회 발생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에 비하면 갓난아기 같은 수준이지만 어쨌든 한반도에도 꾸준히 지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지진 안전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저마다 이론에 기대 답을 내놓고는 있지만 100% 자신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지진은 아직도 예측 불가능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반도도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유라시아 판에 위치한 한반도는 지각 판의 경계면이 없어 지진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견해를 내놨었다. 하지만 지진은 지각 등에 쌓여 있는 에너지가 분출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큰 지진과 함께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면 결국 그 에너지는 주변 지역에 다시 쌓이게 된다. 이같이 에너지가 계속 축적될 경우 한반도 역시 언젠가 지진 활성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판 경계에서 약간 떨어진 유라시아 판 내부에 위치해 지진 발생 빈도가 낮은 편이지만 역사 문헌 기록에도 약 2000회 지진 발생이 발견됐고, 최근 지진 발생 횟수도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번 일본 강진의 영향으로 1~2년 이내에 한반도 주변에서도 큰 지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판의 내부에 위치한 중국 탕산에서 1976년 대지진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그런가 하면 한반도는 지진해일, 즉 쓰나미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서·남해안은 대륙붕 및 일본열도가 막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일본 북해도 연안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해저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우리나라 동해안에 지진해일 내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태평양 등지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가까운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과 달리 한반도에 도착하는 시간이 현격하게 줄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983년 아키다 근해 지진해일은 한반도 동해안 울릉도에 77분 만에 최대 1.36m로, 묵호에는 95분 만에 2.00m로, 속초에는 103분 만에 1.56m로 각각 도달했다.

1993년 훗카이도 오쿠시리 해역 지진해일도 울릉도에는 90분 만에 1.19m로, 속초에는 103분 만에 2.03m로, 동해에는 112분 만에 2.76m로 각각 몰려와 해안 시설물과 정박했던 선박에 피해를 줬다.

‘33년 무사고’ 한국 원전
“안일하다” vs “안전하다”

충격적인 것은 쓰나미를 예보하는 박사급 전문가가 우리나라 기상청에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석사급 인력이 1명 있는데 이 연구원은 쓰나미는 물론 다양한 해양 관련 연구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지진으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된 일본열도에서 현재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은 원전이다. 후쿠시마 원전 1~4호기가 잇따라 폭발을 일으켰고, 5, 6호기에서까지 이상이 감지된 상황이다. 특히, 2호기는 격납용기가 손상돼, 세슘과 요오드 같은 방사선 물질의 대량 확산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궁금증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21개의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됐다. 하지만 최고의 내진 시스템을 자랑했던 일본마저 원전이 폭발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K대 원자력공학과 모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지난 33년간의 무사고 운전 실적으로 대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있을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비했고, 그 동안 안전조치를 강화해 왔으므로 이번 일본의 사고 원전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는 것. 또 이번에 문제가 된 비상 노심냉각 능력도 훨씬 높고 격납용기의 건전성도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국형 원자로를 설계한 핵심자급 인사 역시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 언론에서 노심이 녹으면 무조건 체르노빌과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도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노심을 둘러싸고 있는 탱크 형태의 원자로 용기가 깨지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고, 설사 깨진다 하더라도 그 밖을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가 파손되지 않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더했다. 가장 노후된 고리원자력도 후쿠시마 원전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는 것. 특히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보강 조치가 강화됐기 때문에 후쿠시마와 유사한 사고는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33년 무사고’ 자신감 내비친 한국 원전, “안일하다” vs “안전하다”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설’ 모락모락…가능성은 완전 충분하다고?
  

또 그는 “한국형 원자로의 경우 그 어떤 원자로에 비해 안전하다”면서 “사고 발생 확률은 10만년에 1번꼴이다. 현재 그 사고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기술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국내 원전은 안전한데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원전 설계가 30년 전 기준이어서 상향 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모가 더 큰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성 보강에 힘을 써야 한다는 것.

특히, 울진과 경주, 월성 등의 해안에 집중된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보다 쓰나미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대지진은 쓰나미와 원전 폭발이라는 후폭풍을 몰고 왔고, 규수지방의 화산이 폭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본의 상징 후지산이 화산 활동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번지자 우리 국민들은 몇 해 전부터 불거져 나온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감지했는지 지난 17일 백두산 화산 문제를 공동으로 조사할 것을 우리 측이 제의해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조만간 백두산 화산 문제를 매개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백두산 화산 폭발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먼저 이번 일본 대지진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백두산이 화산 폭발에서 안전한가’라는 물음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백두산이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어 영향을 덜 받긴 하지만 확률은 존재하는 이유에서다. 또 근래의 백두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후지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우리 국민 “백두산은?”


한국지질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백두산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월 최대 270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게다가 백두산은 ‘활화산’이다. 여기에 전문가 의견까지 더해지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설’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윤성효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근래에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논하면서 “화산가스인 이산화황이 지난해 11월 백두산에서 배출됐다는 증거를 공개하며 ‘백두산 폭발 임박설’에 무게를 더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백두산은 약 1000년 전 폭발적인 대분화를 한 뒤, 1403년, 1668년, 1702년, 1904년 등 역사시대 분화 기록을 가진 활동적인 화산체로 2002년 이후 백두산 천지 칼데라 호수 내에 화산성 군발 지진의 진앙이 집중 분포해 그 전원의 깊이가 지하 -2km에서 -4km에 집중되어 있다. 또 GPS 관측과 수준계를 통한 지표면의 팽창이 10cm 이상이고, 화산가스에서 헬륨의 농도 증가, 화산가스의 방출로 인한 삼림의 고사, 산사태, 암석 균열 등이 감지됐다.

윤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은 백두산이 화산 폭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면서 “화산 재해를 경감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만약의 경우 백두산 화산 폭발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북한과 중국의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 우선 백두산 천지 칼데라 호수에는 20억 톤의 물이 존재하기 때문이 화산이 폭발할 경우, 이 물이 쏟아지면서 엄청난 홍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산재로 인해 농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식량난을 가중시킬 수 있고, 화산재가 북한으로 날리면서 철도, 도로, 전기, 수도 등 사회 기반 시설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산재로 인한 정밀제조업 결함, 호흡기 질환 증가, 항공기 결항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백두산이 폭발하면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서 한반도 내에도 피해가 상당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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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