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MB 미소재단 vs GH 미르재단 전격 비교

정권 바뀌면 미소도 털린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국정 농단 ‘최순실 게이트’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미르재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재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소재단의 성격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양측은 격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일요시사>에서 양 재단을 전격 비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재단법인 미르(이하 미르재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소금융중앙재단(이하 미소재단)이 서로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의 시작은 최순실 게이트서 불거진 검찰 수사 관련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역대 정부서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출연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며 이명박정부의 미소재단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각 정권 추진]
[대통령 연관?]

김승유 초대 미소재단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서 “미소재단은 미르재단 등과 출발부터 달랐다”며 미르재단과의 유사성 언급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2009년 설립된 미소재단은 금융이용의 접근성을 높여 자활의지가 있으나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 및 영세사업자의 자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됐다.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 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Micro Credit)을 주사업으로 했다.

이명박정부는 2000년 이후 약 10년간 30여개의 민간단체가 재정, 지자체 예산, 소액서민금융재단자금, 민간 기부금을 재원으로 수행해 온 소규모 사업을 중앙재단을 통해 관리하기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을 만들어 운영했다.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 200~300개의 미소금융법인을 설립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계·금융권 등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출연금을 재원으로 향후 10년간 총 2조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을 목표로 했다.

미르재단은 문화산업 지원을 목표로 2015년 10월 설립됐는데, 사업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미르재단은 문화연구·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국문화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고 문화생산자 그룹들을 연결해 주제별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개발한다.

또 문화 저변 구축 및 확산을 위해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문화 확산 플랫폼을 생성함으로써 한국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문화를 통해 문화외교까지 겸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 논의조차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르재단의 신뢰성은 현재 바닥인 상황이다.

[이상한 라인]
[측근 요직에]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자신의 라인들로 이사장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양 재단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두 재단은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른거리는 재단으로 통한다. 재단을 거쳐간 인사들이 각자의 라인인 경우가 많다.
 

미소재단의 초대이사장 김승유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동기다. 그는 이명박정부 내내 이사직을 유지하다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사직을 현 이종휘 이사장에 넘겨줬다.


대통령 어른거리는 재단
공통점보단 차이점 부각

이명박정권 내내 이명박 라인이 미소재단을 이끈 셈이다. 미르재단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우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라인이 미소재단을 장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최순실씨와 친분이 두터운 차은택씨와의 친분으로 이사장 직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김 전 이사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월 돌연 이사직을 사퇴해 배경에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있거나 없거나]
[설립구조 차이]

법적 근거의 유무도 두 재단 간 차이가 있다. 미소재단의 경우 2007년 노무현정부의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그 근간으로 해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대출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반면 미르재단은 설립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전 이사장은 또다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미르재단은 애초부터 재단 설립과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재단 자금이 쉽게 유용될 수 있는 구조다”며 이들 재단 사이의 차이점을 제시했다.

문제는 미르재단의 이 같은 자금 운용방식이 점이 유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단 설립에 법적 근거가 있으면 자금 출처, 자금의 활용 등에 제한을 받지만 한정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면 정관이나 규약 등에 따라 언제든지 용처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자금 유용 가능성이 높다.

자금 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 미소재단은 각 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해준다. 정부는 미소재단의 컨트롤 타워역할에 그친다.

즉 직접적으로 자금 운용을 하지 않아 자금과 관련되 분란의 여지가 적다. 반면 미르재단은 재단이 직접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형식으로 모금을 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자금 유용의 가능성이 크다.

김승유 전 미소재단 이사장도 이 점을 미르재단과의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실제 미소재단의 경우 자금을 출연했던 기업들은 해당 자금을 이용해 삼성미소금융재단, SK미소금융재단 등의 재단을 만들어서 서민 대출을 하고 있다.

반면, 미르재단의 경우 자금의 유용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이사장은 “미소재단은 기업들로부터 돈을 단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이는 재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전두환정부의)일해재단처럼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유용하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공익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자금이 사익을 위해 쓰일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 여부가 본질적 차이”라고 덧붙였다.

[규모 보니… ]
[차이 나는 몸집]

재단의 자금규모는 미소재단이 컸다. 미소재단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미소금융 지점을 통한 대출액이 1784억7000만원(총 1만5021건) 수준으로 현재까지 휴면예금 출연금은 1조89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기업들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이 2018년까지 총 1조원(2016년 현재 약 5400억원 출연)의 자금을 출연했다.

반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한 이후 30개 기업에서 480여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운용 규모는 미소재단이 더 크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미소재단의 경우 서민들에게 융자를 해준 뒤 상환받을 수 있고, 미르재단은 기부금 형식으로 기업에게 돈을 받아 상환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수억∼수십억씩 기부 행렬
정권 차원 강행… 성격 비슷 분석

이 차이 때문에 미르재단과 기업 간 커넥션에 대해 뒷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르재단에 자금은 출연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125억원, 현대차그룹은 85억원, SK하이닉스는 68억원, LG그룹은 48억원, 롯데그룹은 28억원, GS그룹은 26억원 등을 기부했다.


특히 총 기부금 480억원이 모이는 데 한달밖에 걸리지 않아 대가성 의혹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각 기업들은 미르재단 측에 지원한 돈이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뭐하는 곳? ]
[사업의 영속성]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사업의 영속성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미소재단은 2009년 이명박정부서 설립된 이후 해마다 대출규모를 늘리며 활발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13년 박근혜정부들어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미소재단은 운영 중이다.
 

2016년 9월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인계됐지만 관련 사업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운영중인 미소재단도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소재단 측이 밝힌 상반기 대출액(1784억7000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29.1% 증가했다.

특히 전국 34개의 미소금융 지역법인의 대출실적이 전년대비 73.5% 증가하면서 미소재단이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각 기업들도 미소금융 재단 관련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SK그룹의 SK미소금융재단은 인천서 ‘SK미소금융 데이(DAY)’ 행사를 했다.

SK미소금융재단은 지난 9월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SK와이번스와 기아타이거즈 야구 경기에서 미소금융을 홍보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SK미소재단은 구장 내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인천지역 미소금융 대출자가족 100여명을 초청해 싸인볼과 도시락 등을 제공했다.

실제 SK그룹은 미소재단 사업에 꾸준히 재원을 출연하고 있다. 2009년부터 10년간 대출재원을 미소금융사업에 출연한 것. 특히 미소금융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그 결과 SK미소재단은 전국에 2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르재단은 현재 존립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립 2년이 채 안돼 비리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존폐위기에 놓인 것이다. 의혹 가운데 가장 큰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재단 기부금을 모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실상 미르재단은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권력형 비리 ]
[의혹 모락모락]

양 재단 모두 비리와 관련해 논란이 됐다. 다만 미소재단은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미르재단은 재단내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소재단은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주원 부장검사)는 2011년 미소금융중앙재단 간부가 돈을 받고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에 복지사업금을 지원한 정황을 파악하고 서울 종로구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압수수색했다.

재단 간부 양모씨는 뉴라이트계열 단체 대표 김모씨에게서 1억원을 받고 김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 복지사업금 35억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제주서부경찰서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복지사업 지원금을 착복한 혐의(업무상횡령)로 제주시 모 전통시장 상인회장 A(49)씨를 붙잡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2011년 2월까지 미소금융재단의 전통시장 소액대출사업을 위탁받은 A씨는 시장 상인 19명이 대출했다가 갚은 총 9500만원(1인당 500만원) 중 8500만원을 재단에 반납하지 않고 빚 탕감 등에 쓴 혐의가 드러났다.

미르재단의 경우 ‘권력형 비리’ 의혹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들에 기부금을 모집하고 임직원을 최순실과 직간접적인 친분이 있는 인물을 채용해 고액의 임금을 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인재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K스포츠의 사업장적용신고서’에 따르면 미르재단 유급직원의 평균연봉이 9212만원에 달했다.

이 중 최고 연봉(2015년 12월 기준)은 1억6640만원이었으며,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은 1억3640만원으로 6명의 유급 직원 중 1억원 이상 연봉자가 2명이나 됐다. 다음으로 9110만원의 연봉자가 1명, 6341만원이 두 명, 3203만원의 연봉을 받는 직원 한 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연봉만 9212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재단 이름만… ]
[“다르다”주장도]

양 재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재단이라는 큰 범주는 같지만 운영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며 “미르재단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기사속기사 참조)과 오히려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