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0) 권력

복수의 칼날을 갈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하들의 요구가 집요했다.

하시라도 권력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는 만큼 상보다는 보위가 우선이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효는 신하들의 집요한 주청에 밀려 보위에 올라, 의자왕으로서 국상을 치렀다.

 

의자왕이 상을 치르고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거처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중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전하. 신, 윤충이옵니다.”


귀를 곧추세우고 상황을 파악하려는 중에 근위대장인 윤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좌평 흥수가 알현을 청하였사옵니다.”

 

흥수, 천문지리 뿐만 아니라 전술에도 능통한데다 과묵하여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며 따르는 인물이었다.

선왕인 무왕의 책사로서 수차례에 걸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들라 이르게.”

문이 열리며 윤충이 흥수와 함께 들어왔다.


“신 흥수, 전하를 뵈옵니다.”

“선왕의 상을 치르느라 수고 많았네. 어서 자리하게나.”

“황공하옵니다, 전하.”

“그런데, 혼자 왔는가?”

“성충 장군은 혹여 군사들이 방심할까 보아 궁궐 근처의 부대들을 시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소신 혼자 전하께 아뢰라 말씀 주셨습니다.”

“고마운지고.”

가볍게 탄식하던 의자왕이 시선을 윤충에게 주었다.

“장군도 자리하지 않겠는가?”

“아니옵니다, 전하. 소장도 궁궐 곳곳을 둘러보도록 하겠사옵니다.”

말을 마친 윤충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참으로 충신들이로고. 그러면 그리하도록 하고, 나가는 길에 술상을 들이라 전하게. 아울러 일을 마치고 장군도 함께 자리하도록 하게나.”

밖으로 나서는 윤충을 살피다 흥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전하, 괜찮으시겠사옵니까?”

“오히려 몸이 피곤할 때는 한잔 술에 의지해봄도 이로울 듯하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듯 흥수가 시선을 의자왕의 얼굴에 주었다.

피곤한 기운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전하, 피곤하시면 다음에 날을 잡으심이 이롭지 않으시겠는지요.”

“한시도 마음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아니 될 일이야.”


“하오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이, 우리 백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보도록 하세나.”

말을 마친 의자왕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가장 시급한 일은 조정의 체제 정비, 즉 모든 힘이 전하께 집중되도록 해야 하옵니다.”

“짐의 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리오만?”

“당연하옵니다. 그리고 권력 강화를 위해서는 일사불란한 지휘계통이 중요한데, 전하께 조금이라도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은 모두 제거함이 바람직하옵니다.”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새기고는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힘들고 괴로우시겠으나 선왕의 계비인 사택비와 그 일족을 내치셔야 하옵니다.”

“다음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흥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자 애써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백제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하옵니다.”

“그 이야기는?”

“그동안 백제는 백성을 소홀히 하여 민심이 따로 노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하여 시급하게 이 부분을 해소하여 백제의 모든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하옵니다.”

선왕 말기에 행해졌던 여러 폐단에 대해 돌려 이야기하고 있었다.

선왕이었던 무왕은 보위에 앉은 시점에 정열적으로 국사에 매진하였건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수시로 토목공사를 일으키며 사치와 유흥을 일삼았다.

또한 밖으로는 신라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자주 군대를 동원하여 백성들의 고통이 도를 넘어섰었다.

보위에 오른 의자왕…백제 중흥 도모
관산성 전투 복수계획…사택비 처리는?

“그 방법이 무엇인가?”

“외람되게도 전쟁이옵니다.”

“전쟁!”

“물론 신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국력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또 그를 통해 백성들의 사기를 드높이며 결국 백제의 중흥을 도모해야 합니다.”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입니다. 전하께서는 관산성(管山城, 충북 옥천) 전투에서 당한 일에 대한 복수를 천명하시면 될 것입니다.”

“관산성 전투라.”

의자왕의 얼굴로 미소가 번졌다.

 

관산성 전투, 554년 진흥왕 시절 백제와 신라가 관산성에서 싸워 신라군이 백제군을 무찌르고 백제의 성왕을 죽인 전투였다.

“복수 부분을 떠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 전쟁이옵니다.”

의자왕이 전쟁을 되뇌며 잠시 생각에 빠진 순간 궁녀들에 의해 주안상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주시하며 상이 정리되자 의자왕이 상 앞에 자리 잡았다.

“군사도 어서 자리하도록 하게.”

흥수가 멈칫하다가 마지 못한다는 듯이 자리 잡자 의자왕이 궁녀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궁녀들이 두 사람의 잔을 채우자 의자왕이 흥수에게 잔 들 것을 종용하고 단번에 잔을 비워냈다.

그를 살피며 흥수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공손하게 잔을 비워냈다.

“고구려와 왜국은?”

“당연히 우방으로 삼아야 하옵니다.”

“그러면 당나라는?”

“당나라는 지금처럼 변수로 활용하심이 가당하옵니다.”

“변수라 함은.”

“상황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여 당나라를 상대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도록 할 일입니다.”

“신라가 철석같이 매달려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신라 역시 길게 본다면 저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흥수가 궁녀들에게 시선을 주자 궁녀들이 다시 빈 잔들을 채웠다.

“너희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거라.”

잔이 채워지는 모습을 살피던 의자왕이 은근한 목소리로 하명하자 궁녀들이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물렸다.

“그런데, 군사.”

의자왕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떨렸다.

“말씀 주십시오, 전하.”

“사택비와 관련한 이야기일세.”

의자왕이 중간에 말을 멈추고 잔을 만지작거리다 흥수에게 마시라는 눈짓을 주고는 단번에 비워냈다.

그 모습을 살피던 흥수 역시 조심스럽게 잔을 비워냈다.

“군사, 충과 효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가?”

“충이라 하시면?”

“물론 짐의 입장에서는 백제를 향한 마음을 지칭하네.”

“전하, 어리석은 소신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말씀 주십시오.”

의자왕이 답에 앞서 술병을 잡자 흥수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껏 고개 숙였다.

“전하, 소신이 따르겠사옵니다.”

“아니야, 짐이 따를 일이야. 선왕이셨던 아바마마의 충신에게 그리고 짐을 보필하여줄 군사에게 당연히 짐이 따라주어야지.”

의자왕이 흥수의 잔을 채우고 손수 자신의 잔을 채웠다.

“선왕께서 승하하시기 전에 사택비, 그리고 그 일족과 관련하여말씀을 주셨었네.”

“선왕께서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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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