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 부촌 “한강변이 대세”

과거 드라마를 보면 전화를 받는 부잣집 사모님이 ‘성북동입니다’ ‘평창동입니다’라고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밝힌 뒤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꼭 들어갔다. 그만큼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만으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압구정동, 도곡동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 입성하는 것은 시기, 질투와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부촌 흐름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서울 성북동, 평창동이 ‘전통 부촌’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1970년대부터 2000 년대까지는 압구정, 대치, 도곡동 등이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명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반포, 청담동이 한강변 개발 바람을 타고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형성
강북서 한강으로

사실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조성된 1960년대부터 1950여년 동안 부촌의 흐름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남하했다. 부유층마다 선호하는 지역도 약간씩 달랐다. 해방 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 부촌이 강북권이라면 재벌 2, 3세와 신흥 갑부는 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금의 ‘강남시대’가 형성된 건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던 1970년대 후반부터로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히지만 어느새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2000년대 초 입시학원 메카인 대치동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밀집지인 도곡동이 부상하면서 압구정동은 부촌의 위상을 점차 다른 지역에 물려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부촌은 1960년대 한 국의 전통 부촌인 성북, 한남동을 시작으로 1970년대 동부이촌동, 1970년대 후반부터 1980 년대 초반 압구정동이 부촌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대치, 도곡동 일대에 부유층이 몰리고 최근 들어서는 한강변 인기를 바탕으로 청담, 반포동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촌의 기준은 어떻게 볼까. 무조건 집값이 비싸다고 부촌으로 불리진 않는다. 부촌을 결정짓는 변수들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싼 집값에 교육·문화 등 주변 인프라, 이웃의 수준 등 요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국의 비버리힐스’라는 명성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단 부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체로 대형 평형이 많고 학군이 좋은 데다 자기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촌 대표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은 대부분 165㎡(50평) 이상 대형 평형 단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은마아파트로 대표되는 대치동은 재건축 호재 외에도 입시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게 매력이다.

1960년대 성북·평창동
1970년대부터는 강남권
최근엔 한강 조망지

진정한 부촌은 초기 부유층들이 몰려 집값이 급등한 뒤 점차 가격이 안정되고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 위주로 주민들이 구성된다. 잠깐 집값이 반짝 상승했다 계속 하향세를 보이는 지역은 부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부촌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보안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강, 숲, 공원 조망권 등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기본적으로 의료, 문화시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부촌의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번 부촌은 결코 영원한 부촌이 아니다. 부촌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환경, 인적 커뮤니티 등이 부촌을 좌우하는 요인이었지만 앞으로는 한강 조망권 등 쾌적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공원, 녹지 등이 풍부한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이용이 수월하면서 공원이나 녹지 등이 풍부한 한강변과 남산 주변이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 중심지 집값이 급등했던 현상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사교육 차단 노력과 함께 대학 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가 부촌 명성을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주상복합 단지처럼 ‘도심형 신흥 부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일본 롯폰기힐즈와 같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쾌적성보다는 편의, 독창성의 생활패턴을 선호하는 부촌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흥 부촌은 한강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초고가 단지도 한강 주변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평형 많고
학군이 좋아야

한남·잠실·성수 등 한강변 일대에 초고가 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분양전환에 들어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임대주택 ‘한남더힐’은 3.3㎡당 분양가가 평균 7000만원을 넘었다. 한남더힐 전용 244㎡는 올 초 79억원에 거래되었는데 3.3㎡당 7840만원 선이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은 3.3㎡당 4173만원 선에 분양보증을 받아 1순위 청약에서 총 6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무려 6339명이 신청해 평균 100.6대1의 경쟁률로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대림산업이 이르면 연내에 선을 보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공원 인근에서 분양하는 ‘서울숲아크로빌’도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42~ 71층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분양가는 3.3㎡당 1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흥부촌으로 떠오를 지역의 한강 조망권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같은 평수라도 최대 10억원 차이가 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조망권에 따른 매매가격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의 대형 평형은 같은 평수라고 해도 조망권에 따라 최대 1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강변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망권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신흥부촌의 ‘한강 사랑’은 “집은 남향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관도 바꾸고 있다. 강남에서 한강을 조망하려면 집 방향이 북향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남향을 포기하는 대신 한강 조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 래미안 로이뷰’는 같은 단지라도 북동향 아파트 가격이 남동향보다 1억원가량 비싸다. 한강 조망이 되는 전용 110㎡ 북동향 아파트는 16억~17억원, 남동향은 14억~15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아예 남향이 없는 아파트도 있다. 청담동 ‘청담 자이’는 총 708 가구 모두를 애초부터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게 북동향으로 설계했다. 강북으로 올라가도 한강 조망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변에 위치한 한강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래미안이촌첼리투스(전용 124㎡)’. 한강이 잘 보이는 동은 20억~26억원에 거래되는 반면 뒤쪽에 있는 동은 18억원 수준에 머문다. 한강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동간 가격 차이는 최대 7억~ 8억원가량 벌어진다.

‘그들만의 리그’용산
서판교·남산 주변도
부유층 몰려 집값 급등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자산가들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선호한다. 이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도 ‘강변 불패’ 법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강 조망권 단지라고 해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한강 조망이 좋아도 지하철역과 한참 떨어져 교통이 불편하거나 학군이 취약하면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

일부 한강 인접 단지 주민의 경우 백화점, 할인점 등 편의시설이 멀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에 인접한 단지는 외부 소음, 매연에 시달리는 것도 단점이다. 한강 조망이 부촌 지도도 바꾸고 있다. 대치·도곡에서 한강 인접한 압구정·삼성으로 이동 중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 부촌의 명성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일대였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관심과 함께 고급 주상복합 바람이 불면서 대치·도곡동 일대로 왕좌가 넘어갔는데, 자립형 사립고가 줄줄이 들어서고 내신이 강화되면서 ‘강남 8학군’ 매력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전통 부촌의 교육 파워가 시들해지면서 대치·도곡을 이끌었던 부촌 수요는 한강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모습이다. 2000년대 후반 한강 조망을 1순위로 둔 고가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하면서 서울 부촌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한강 조망 등 쾌적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한강에 인접한 청담, 반포,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강에 인접한 압구정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에 들어가면 다시 한 번 최고 부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강북의 경우 한강을 낀 한남, 이촌 등 전통 부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세다. 여기에 한강과 인접한 뚝섬이나 용산,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 하남 미사지구 등 한강변 주거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판교 지역도 한국판 비벌리힐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판교 중에서도 운중동 일대는 재계의 오너, CEO들이 둥지를 틀면서 명실공히 신(新) 부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나 법조계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국 건축가 마크맥이 설계한 알록달록한 단지 디자인이 인상적인 ‘판교 월든힐스’, 럭셔리 전원일기 분위기의 ‘산운 아펠바움’ 등이 서판교의 고급 부촌 이미지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교 테크로밸리의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심지역 아파트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독립되고 조용한 주거지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판교는 교통여건이 뛰어난 데다 용적률과 인구밀도가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상업시설과 분리돼 있어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쾌적하다.
운중초·중·고가 위치해 있고 운중도서관, 성남판교도서관 등이 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서울·용인간 도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입지이다. 여기에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창조경제벨트 등 굵직한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판교역, 판교~월곶 복선 전철 등도 계획돼 있어 서판교의 미래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강 조망권
매매가 차이

수요가 몰리다 보니 집값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판교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판교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23만원으로 2012년 말 2092만원보다 11.04% 상승했다. 이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 하나인 송파구(3.3㎡당 2342만원)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652만원에서 1810만원으로 9.56% 올랐다. 고급 주택이 밀집돼 있다는 점도 향후 집값 안정기나 상승기에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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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