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PGA투어 최고는?

장타력+웨지샷 환상 궁합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5-2016시즌 최고 활약 선수는 1000만달러 보너스를 받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아니었다. 시즌 내내 위협적이면서도 안정된 기록을 뽐낸 세계랭킹 2위인 장타자 저스틴 존슨(미국)이었다.

세계랭킹 2위 더스틴 존슨
위협적이면서 안정된 기록

지난해 10월15일 개막한 프라이스닷컴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 9월26일 끝난 투어챔피언십까지 1년 동안 46개 대회를 치른 PGA투어 2015-2016년 시즌에서 38명의 선수가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플레이오프 페덱스컵을 차지하면서 가장 짭짤한 소득을 올렸다.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에서만 2승을 거둬 페덱스컵 우승 상금 1000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PGA투어 홈페이지는 2015-2016년 시즌 PGA투어 최고 선수는 매킬로이가 아니라 더스틴 존슨(미국)이라고 못 박았다. 아닌 게 아니라 2015- 2016년은 존슨에게 최고의 시즌이었다.

그가 손에 넣은 3개의 우승 트로피는 모두 특급 대회에서 나왔다. 메이저대회 US오픈을 제패했고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오프 4개 대회 가운데 하나인 BMW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동일 시즌 메이저대회와 WGC 대회, 그리고 플레이오프 대회를 골고루 우승한 선수는 2007년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존슨이 두 번째다. 

특히 존슨은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었다. 존슨은 무엇보다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쳤다. 22개 대회에 출전, 15차례 ‘톱10’에 들었다. 25위 밖으로 밀린 적은 세 번뿐이다. 컷 탈락도 한 번밖에 없다. 이런 활약을 앞세워 존슨은 936만달러의 상금을 쌓아 제이슨 데이(호주)를 130만달러 차이로 따돌리고 상금왕에 올랐다. 존슨은 평균 타수(69.172타)에서도 데이를 제쳐 주요 개인 타이틀 3관왕(다승, 상금, 평균타수)을 차지했다.

꾸준함의 승리

존슨의 눈부신 성과는 투어 최고 수준의 장타력 덕이다. 그는 평균 313.6야드라는 무시무시한 장타를 휘둘렀다. 장타 부문 1위는 J.B.홈스(314.5야드)에 내줬지만 투어 최고 수준의 장타력은 존슨을 투어 1인자로 이끈 원동력이다. 하지만 원래 장타자였던 존슨은 올해 웨지샷 정확도를 크게 끌어 올리면서 진정한 강호로 거듭났다. 존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50∼125야드 거리 웨지샷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장타자 존슨이 그린을 공략할 때 주로 남는 거리다. 존슨은 지난해 50∼125야드 거리 웨지샷 정확도가 53위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에는 4위에 올랐다. 그만큼 버디를 수월하게 잡았다. 그는 라운드당 버디 1위(4.45개)에도 올랐다.

존슨의 성공 비결은 또 있다. 그는 2014-2015년 시즌이 끝난 작년 늦가을부터 페이드샷 연습에 착수했다. 존슨은 백스윙 때 왼쪽 손목이 과도하게 접혔다. 때문에 다운스윙 때 클럽 페이스가 닫히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종종 볼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악성 훅이 종종 나타났다. 특히 드라이버로 티샷할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치명적이었다. 그는 겨우내 페이드샷을 익혔다. 거리는 조금 줄었지만 정확도가 훨씬 높아졌다. 페이드샷을 장착한 존슨의 드라이버는 위력이 더 커졌다.

하지만 존슨은 플레이오프에서 매킬로이에 덜미를 잡힌 게 옥에 티가 됐다.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단독 2위만 했어도 페덱스컵과 보너스 1000만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공동 6위로 밀렸다. 데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세계랭킹 2위에 머문 점도 아쉽다.

플레이오프 최고 선수는 물론 매킬로이 몫이다.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를 시작할 때 36위였다. 올해 PGA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그를 플레이오프 우승 후보로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는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6타차 역전 우승을 일궜다.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15번 홀까지 2타 뒤지던 경기를 16번 홀 이글 한방으로 따라잡아 연장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뒷심을 보였다.

22개 대회에 출전해 15차례 ‘톱10’
꾸준한 활약…최고 라운드는 스텐손

이번 시즌 ‘최고의 라운드’ 주인공은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나 역전 드라마를 쓴 매킬로이가 아니었다. PGA투어는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의 디오픈 최종 라운드를 ‘최고의 라운드’로 선정했다. 스텐손은 필 미컬슨(미국)과 동반 라운드에서 매치 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명승부를 연출한 끝에 63타를 쳐 디오픈 정상에 올랐다. 스텐손과 미컬슨이 펼친 디오픈 최종 라운드 우승 경쟁은 길이 남을 명승부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스텐손은 특히 18번 홀 6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메이저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을 남겼다.

PGA투어는 짐 퓨릭(미국)이 트레블러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적어낸 12언더파 58타도 스텐손의 디오픈 최종 라운드 63타에 밀렸다고 전했다. ‘가장 저평가된 라운드’는 브랜트 스네데커(미국)의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최종일 경기였다. 스네데커는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4라운드에서 69타를 적어냈다. 엄청난 강풍이 분 당시 출전 선수 평균 스코어는 무려 77.9타까지 치솟았다. 그는 시속 65㎞의 강풍 속에서 2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17개 홀에서 보기를 하나도 적어내지 않는 놀라운 샷을 뽐낸 끝에 우승했다.

약점이 없다

전직 해군 장교 빌리 헐리(미국)의 퀴큰 론스내셔널 제패는 ‘최고의 인생 역전 우승’으로 꼽혔다. 대회 직전 세계랭킹 607위의 헐리는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예비역 장교라는 이유로 초청을 받았다. 103번 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이렇다 할 성적이 내지 못했던 그는 보란 듯이 우승해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1년 전 그의 부친이 총기 사고로 세상을 뜬 사실도 알려져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데뷔 21년 만에 386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린 42세의 노장 그렉 차머스(호주)의 배라큐다 챔피언십 우승도 인생 역전 우승 후보로 올랐다.

김시우(21·CJ대한통운)와 신인왕을 다투는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는 ‘최고의 데뷔전’을 치른 선수로 유명하다. 2부 투어 시즌최종전을 우승으로 이끈 지 2주 만에 PGA투어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데뷔전에 나선 그리요는 우승까지 차지해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각고의 노력과 고난 끝에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는 PGA투어 카드를 너무나 손쉽게 낚아챈 주인공은 욘 람 로드리게스(스페인)이다. 그는 초청 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첫 대회 퀴큰 론스 내셔널에서 3위를 차지하더니 캐나다오픈에서 2위에 올라 간단하게 다음 시즌 투어 카드를 받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