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VS 유영하’ 난타전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1.21 10:47:28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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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려는 자 VS 덮으려는 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판은 깔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곧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실을 가려낼 차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으로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 야권은 임무를 다할 특별검사 물색에 나선 상황. 물망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야가 ‘최순실 특검안(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합의했다. 이제 포커스는 과연 누가 칼자루를 쥐게 될 것인가로 옮겨갔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보로 채동욱(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 김지형(11기), 이광범(13기), 임수빈(19기) 변호사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불의의 사태로 낙마한 채 전 총장에게 모아지는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누가 칼자루

지난 2013년 채 전 총장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성역 없는 수사를 검찰에 주문,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두고 당시 검찰은 청와대·법무부와 각을 세웠다.

선거개입 결론으로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은 흠집이 났다. 야당이 일제히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성토하고 나섰고,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여당은 ‘정권 흔들기’라며 응수했다. 수사의 정점에 있던 채 전 총장이 정권에 밉보였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며 보도했다. 야권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찍어내기 수순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즉시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감찰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외부의 시선은 달랐다.


당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채 전 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지속적인 사찰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내부인사가 제보하길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찰의 주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법무부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국민의 의심까지 바꿀 순 없었다.

그런 채 전 총장이 3년 동안의 잠행을 끝내고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특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JTBC 인터뷰서 채 전 총장은 “만약 특검 제의가 오면 수락하겠나”라는 질문에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겠다.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지키면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CBS 인터뷰에선 “국민들께서 맡겨주신다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책임은 다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야권도 화답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채 전 총장이 특검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 “본인 수락여부가 중요해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해보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영하(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 검찰조사에 대비했다. 유 변호사는 검사 출신의 ‘친박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과도 상당한 친분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청와대 민정수석 하마평에도 올랐을 정도. 청주지검·인천지검·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서울변호사협회 인권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뒷말이 많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유 변호사는 과거 청주지검 근무 시절, K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두 차례 금품을 제공받아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 또한 변호사로 개업한 후 ‘군포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채, 전투력서 최고…야권 반응 걸림돌
유, 친박 정치인…대통령 의중 꿰뚫어

무엇보다 그의 행보가 법조인이라기보다 정치인에 가까워 구설을 낳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박 대통령의 법률특보를 지냈고 총선에도 4번이나 출마했다. 새누리당 경기 군포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17~19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지난 4·13총선에선 새누리당 송파을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소위 ‘옥새파동’으로 출마가 좌절됐다.

때문에 박근혜정권의 비호를 받는 변호사와 찍어내기를 당한 전 검찰총장 간 대결 성사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빠르면 이달 말 성사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채 전 총장은 이미 특검 포인트를 공개한 상황. 앞서 인터뷰서 “특검으로 임명된다면 어떤 점을 주목해서 보겠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했던 것은 거기에 가담하고 방조하고 조력하고 추종했던, 속된 표현이지만 부역한 공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 상당히 역점을 둬서 청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 또한 검찰조사에 대한 방어 전략을 공개한 상태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나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 분열이 우려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사가 부적절하다”고 말한 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최소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면 조사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두겠단 뜻이다. 유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가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결국 최순실 선에서 자르려는 변호사와 박 대통령과의 직접 관련성을 찾으려는 특검·검찰 간의 살벌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두 사람의 대결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특검에 채 전 총장은 추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의사를 타진해보겠다던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포인트

그러나 곳곳에서 채 전 총장을 특검에 임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반전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채 전 총장 특검 추천은 아직 국민 여론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채 전 총장은 수사에 관한 한, 또 검찰에 대한 호소력과 장악력 등 측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야당은 어서 채 전 총장을 특검 후보로 추천하라”는 여론이 확산되는 추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동욱 말고 누구?

‘슈퍼 특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과연 지휘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외에 4~5명의 이름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광범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맡아 특검을 지휘한 사람이다. 임수빈 변호사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PD수첩 제작진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다 사직한 이력이 있다.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 전 대법관도 후보로 꼽힌다.

야권 성향 인사로 알려진 이홍훈 전 대법관과 진보성향 법관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박시환 전 대법관도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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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