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 김유신의 갈등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00:10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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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치기로 결정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왕과 귀족의 차이라니?”

“왕은 말 그대로 왕으로서 이 나라 최고 통치자이십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선적으로 고구려의 혼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하면 귀족은?”

연개소문이 힘을 실어 말하자 영류왕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

“귀족은 비록 일정 부분 특권을 가지고 있으나 왕의 입장과는 다릅니다. 왕만큼 절대적인 위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누가 왕이 되던 상관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알량한 권세만 누릴 수 있으면 그뿐인 존재들입니다.”


영류왕이 뜻을 생각하는 듯 침묵을 지켰다.

“부디 소신의 충정어린 말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영류왕이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잠시 살피고는 정중하게 예를 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영류왕을 알현하고 막 궁을 벗어나자 연정토가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어찌 되었습니까?”

답에 앞서 연개소문이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힘듭니까?”


“힘들다기보다 달리 방도가 없네.”

“그러면 결국!”

연정토가 소리 나도록 이를 갈았다.

“저런 것도 왕이라고.”

누구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라 허탈한 나머지 절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일단 가시지요.”

움직이기에 앞서 연정토 뒤에 늘어선 수레와 하인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야기한 대로 실었느냐?”

연정토 역시 시선을 그리 주며 다시 이빨을 갈았다.

“그냥 확 쓸어버렸으면 하는 생각 굴뚝같습니다.”

연정토의 노기를 살피며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왜요?”


“방금 전 나도 똑같은 생각했다. 어차피 벽치기 하는 꼴인데 그냥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당장 절단내버릴까 하고 말이야.”

“그럼 그리 해버립시다, 형님!”

“허허, 이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 넘겼지만 마음이 씁쓸했다.

“서둘러 가세. 얼마 있지 않으면 회의가 시작될 모양이니 그 전에 만나서 미끼를 풀어놔야지 않겠나.”

“그 더러운 아가리로 덥석 물게 처박아 넣어야지요.”


연개소문이 미간을 찡그리며 아우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자네 말투 말이야. 아무리 미워도 좀 부드럽게 표현할 수 없겠나?”

“이리 같은 놈들에게도 그럴까요?”“말이 그렇게 되나!”

형제가 마주보며 한바탕 시원하게 소리 내 웃었다.

“그런데 형님. 그 부분은 어찌하시기로 했습니까?”

“그 부분이라니?”

“형님이 직접 보위에 오르는 일 말입니다.”

연개소문이 답에 앞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선 책사 말 대로 길게 살피기로 했다.”

“그렇다면?”

“고대양을 내세워야지.”

술 취해 걷는 김유신, 지난 날 회고
고구려 동태 파악… “후미부터 공격개시”

저녁 늦은 시간 술에 취한 김유신이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경주 거리를 걷다 올려다본 남산 위로 보름달이 덩그마니 떠있었다.

그를 바라보다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목석처럼 서서 한동안 보름달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 보름달 위로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이 서른다섯이던 해에 소판(17관등 중 3위)인 아버지 김서현과 파진찬(17관등 중 4위)인 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과 함께 진평왕의 명을 받고 고구려의 낭비성(파주 적성)을 공격하기 위해 전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이르자 고구려 군이 성이 아닌 성 앞에 진지를 구축한 점을 살피며 미처 전열도 가다듬지 않고 전투를 서둘렀다.

의기양양하게 진군한 신라군은 견고한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고구려 군을 얕잡아보고 섣불리 공격했고, 결국 고구려 군에게 대패한 신라군은 공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급히 퇴각하고 말았다.

저녁 늦은 시간 당시 하급부대 지휘관인 중당당주(中幢幢主)로 참전한 유신이 패배의 쓴맛을 곱씹고 있던 김용춘과 김서현 앞으로 나섰다.

“소장, 아뢰올 말씀 있습니다.”

느닷없이 앞으로 나선 유신의 굳은 표정을 보며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일이냐?”

“지금 상태로는 힘든 일인 줄 아오나, 고구려를 치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됩니다. 소장에게 출전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자세히 일러 보거라.”

반문하는 김서현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지금 고구려 군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첩보라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정보인지라, 퇴각할 때 제 수하병사를 적진 가까이에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그 병사로부터 방금 적의 동태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 적의 동태가 어떻다고 하더냐?”

“오늘의 승리로 모두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고 경계도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 합니다.”

“틀림없는 보고냐?”

“그러하옵니다.”

“허허, 어찌 그런 생각을 다했는가.”

확신에 찬 유신의 보고에 아버지는 물론 김용춘도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출전하겠다는 말이냐?”

“소장이 수하들과 적의 후미로부터 공격을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는 적진에서 불화살이 솟아오르면 본진을 이끌고 곧바로 공격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적군을 섬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걱정스런 말투와는 달리 유신은 담담했다.

“보내도 되겠소?”

김서현이 김용춘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께서 판단하시지요.”

서현이 다시 유신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적의 기선을 제압해야하느니라. 그리하여 승리를 쟁취하도록 하라!”

명령에 따라 유신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수하들을 거느리고 발소리를 죽여 가며 고구려 진영 가까이 이르렀다.

그곳에서 잠시 적진을 바라보다 병사들과 함께 적의 후미가 아닌 측면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수하병사의 보고대로 고구려 군사들은 그날의 승리에 젖어 오합지졸도 그런 오합지졸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잠에 떨어져 있거나 삼삼오오 짝지어 비틀거리며 흥청거리고 있었다.

고구려 군의 상태를 간파한 유신이 병사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발소리를 죽여 고구려 진영에 잠입해 있다가 자신이 장군 막사를 찾아 적장의 수급을 베어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공격하라는 지시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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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