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 김유신의 갈등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00:10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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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치기로 결정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왕과 귀족의 차이라니?”

“왕은 말 그대로 왕으로서 이 나라 최고 통치자이십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선적으로 고구려의 혼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하면 귀족은?”

연개소문이 힘을 실어 말하자 영류왕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

“귀족은 비록 일정 부분 특권을 가지고 있으나 왕의 입장과는 다릅니다. 왕만큼 절대적인 위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누가 왕이 되던 상관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알량한 권세만 누릴 수 있으면 그뿐인 존재들입니다.”


영류왕이 뜻을 생각하는 듯 침묵을 지켰다.

“부디 소신의 충정어린 말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영류왕이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잠시 살피고는 정중하게 예를 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영류왕을 알현하고 막 궁을 벗어나자 연정토가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어찌 되었습니까?”

답에 앞서 연개소문이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힘듭니까?”


“힘들다기보다 달리 방도가 없네.”

“그러면 결국!”

연정토가 소리 나도록 이를 갈았다.

“저런 것도 왕이라고.”

누구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라 허탈한 나머지 절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일단 가시지요.”

움직이기에 앞서 연정토 뒤에 늘어선 수레와 하인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야기한 대로 실었느냐?”

연정토 역시 시선을 그리 주며 다시 이빨을 갈았다.

“그냥 확 쓸어버렸으면 하는 생각 굴뚝같습니다.”

연정토의 노기를 살피며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왜요?”


“방금 전 나도 똑같은 생각했다. 어차피 벽치기 하는 꼴인데 그냥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당장 절단내버릴까 하고 말이야.”

“그럼 그리 해버립시다, 형님!”

“허허, 이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 넘겼지만 마음이 씁쓸했다.

“서둘러 가세. 얼마 있지 않으면 회의가 시작될 모양이니 그 전에 만나서 미끼를 풀어놔야지 않겠나.”

“그 더러운 아가리로 덥석 물게 처박아 넣어야지요.”


연개소문이 미간을 찡그리며 아우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자네 말투 말이야. 아무리 미워도 좀 부드럽게 표현할 수 없겠나?”

“이리 같은 놈들에게도 그럴까요?”“말이 그렇게 되나!”

형제가 마주보며 한바탕 시원하게 소리 내 웃었다.

“그런데 형님. 그 부분은 어찌하시기로 했습니까?”

“그 부분이라니?”

“형님이 직접 보위에 오르는 일 말입니다.”

연개소문이 답에 앞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선 책사 말 대로 길게 살피기로 했다.”

“그렇다면?”

“고대양을 내세워야지.”

술 취해 걷는 김유신, 지난 날 회고
고구려 동태 파악… “후미부터 공격개시”

저녁 늦은 시간 술에 취한 김유신이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경주 거리를 걷다 올려다본 남산 위로 보름달이 덩그마니 떠있었다.

그를 바라보다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목석처럼 서서 한동안 보름달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 보름달 위로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이 서른다섯이던 해에 소판(17관등 중 3위)인 아버지 김서현과 파진찬(17관등 중 4위)인 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과 함께 진평왕의 명을 받고 고구려의 낭비성(파주 적성)을 공격하기 위해 전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이르자 고구려 군이 성이 아닌 성 앞에 진지를 구축한 점을 살피며 미처 전열도 가다듬지 않고 전투를 서둘렀다.

의기양양하게 진군한 신라군은 견고한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고구려 군을 얕잡아보고 섣불리 공격했고, 결국 고구려 군에게 대패한 신라군은 공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급히 퇴각하고 말았다.

저녁 늦은 시간 당시 하급부대 지휘관인 중당당주(中幢幢主)로 참전한 유신이 패배의 쓴맛을 곱씹고 있던 김용춘과 김서현 앞으로 나섰다.

“소장, 아뢰올 말씀 있습니다.”

느닷없이 앞으로 나선 유신의 굳은 표정을 보며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일이냐?”

“지금 상태로는 힘든 일인 줄 아오나, 고구려를 치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됩니다. 소장에게 출전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자세히 일러 보거라.”

반문하는 김서현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지금 고구려 군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첩보라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정보인지라, 퇴각할 때 제 수하병사를 적진 가까이에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그 병사로부터 방금 적의 동태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 적의 동태가 어떻다고 하더냐?”

“오늘의 승리로 모두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고 경계도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 합니다.”

“틀림없는 보고냐?”

“그러하옵니다.”

“허허, 어찌 그런 생각을 다했는가.”

확신에 찬 유신의 보고에 아버지는 물론 김용춘도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출전하겠다는 말이냐?”

“소장이 수하들과 적의 후미로부터 공격을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는 적진에서 불화살이 솟아오르면 본진을 이끌고 곧바로 공격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적군을 섬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걱정스런 말투와는 달리 유신은 담담했다.

“보내도 되겠소?”

김서현이 김용춘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께서 판단하시지요.”

서현이 다시 유신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적의 기선을 제압해야하느니라. 그리하여 승리를 쟁취하도록 하라!”

명령에 따라 유신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수하들을 거느리고 발소리를 죽여 가며 고구려 진영 가까이 이르렀다.

그곳에서 잠시 적진을 바라보다 병사들과 함께 적의 후미가 아닌 측면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수하병사의 보고대로 고구려 군사들은 그날의 승리에 젖어 오합지졸도 그런 오합지졸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잠에 떨어져 있거나 삼삼오오 짝지어 비틀거리며 흥청거리고 있었다.

고구려 군의 상태를 간파한 유신이 병사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발소리를 죽여 고구려 진영에 잠입해 있다가 자신이 장군 막사를 찾아 적장의 수급을 베어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공격하라는 지시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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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