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박성현 천하 ‘스토리’

‘토종 원톱’ LPGA 안 부럽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인자로 우뚝 선 박성현(23·넵스)은 지난달 4일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우승 상금 3억원을 추가, 시즌 상금 12억591만원을 획득했다. 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웬만한 한국 선수와 비교해봐도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액수다.

 

상금·세계랭킹 LPGA 선수 능가
시즌 상금 12억원 돌파 초읽기

현재 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한국 선수는 김세영(23·미래에셋)이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에 2승을 올리며 122만1219달러를 받았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억4847만원이다. 박성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시즌 상금이 많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91만7554달러(약 10억1316만원)로 박성현이 국내에서 번 상금보다 적다. 올해 2차례 우승을 차지한 장하나(24·비씨카드)가 벌어들인 상금 역시 84만1633달러(약 9억2933만원)로 박성현에 미치지 못한다.

4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238만달러(약 26억3038만원)를 번 리디아 고(뉴질랜드)나 5승을 쓸어담아 213만2483달러(약 23억5000만원)를 쌓아 올린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는 한참 떨어지지만 적어도 한국투어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에게는 뒤지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상금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를 주름잡는 한국 출신 선수들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상금왕 2연패를 향하고 있는 이보미(28)는 올해 1억3472만엔(약 14억3569만원)을 벌어 박성현보다 2억3000여만원 더 벌었지만 8376만엔(약 8억9268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신지애(28)는 박성현보다 시즌 상금액이 적다. 김하늘(28·하이트진로)도 18개 대회에 출전,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12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상금랭킹 4위를 달리지만 벌어들인 상금은 8366만엔(약 8억9156만원)으로 박성현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박성현이 무려 7승이나 거둬 상금을 싹쓸이한 효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내 상금랭킹 2위 고진영(21·넵스)이 8억208만원을 벌어들여 일본 여자프로골프 상금랭킹 5위와 LPGA투어 상금랭킹 15위 선수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상금왕을 다투는 최정상급 선수라면 미국이나 일본투어 선수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올해 시즌 상금 3억원을 넘긴 선수는 11명에 이른다. 우승 한번 없이 3억861만원을 탄 김지현(23·롯데)은 LPGA투어로 치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든다. LPGA투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면 출전 선수를 제한하는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원화로 3억원 이상을 벌면 상금랭킹 20위 이내에 진입한다. 각종 투어 비용이나 세금과 물가 등을 고려하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정상급 선수의 실질적인 상금 규모는 더 커진다.

 

박성현이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으로 던진 또 하나의 시사점은 세계랭킹이다. 올해 1월 첫째 주 세계랭킹이 27위였던 박성현은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이후 세계랭킹을 12위까지 끌어 올렸다. 미국이나 일본 투어가 주 무대가 아닌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로는 전인지 다음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박성현(23·넵스)은 지난 8월26일의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대회 기권 상황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동안 박성현의 캐디 장종학 씨를 통해 기권 상황이 설명되기는 했지만, 본인의 입을 통한 해명 기회는 없었다. 박성현은 지난달 1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 6546야드)에서 벌어진 ‘한화금융 클래식 2016’(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3억원) 1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약식 인터뷰에서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변했다.

이날 박성현은 미국의 렉시 톰슨(21)과의 장타 대결로 관심이 쏠린 가운데 2오버파 74타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미국 LPGA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고, 또 상대가 LPGA에서 장타를 주무기로 하는 렉시 톰슨이기에 둘의 맞대결은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카드였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의 렉시 톰슨은 장타를 숨기고 침착하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했다.

타수 관리? “말도 안돼”
국내 평정 후 해외 진출

상대가 렉시 톰슨인 데다가 과도한 관심이 박성현의 부진을 불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질문에 박성현은 “렉시 톰슨이 별로 의식되지 않았다.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함께 쳐본 선수이기 때문에 부담도 안 됐다. 서로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오늘 렉시 톰슨이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풍이 부는 날 드라이버를 자제하는 전략은 박성현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드라이버를 잡은 적이 많지 않았다. 같이 잡았을 때는 거리가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다. 둘 다 장타가 필요 없는 코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거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에 대한 대답은 평소의 그녀답게 담담했지만,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기권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2라운드 11번 홀로 넘어갈 때 볼이 해저드 쪽으로 가서 볼을 찾다가 캐디가 발을 헛디뎌 발목 부상을 당했다”며 “아직 대회들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 기권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타수 관리를 한다는 눈총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그런 기록들 하나하나에 신경 쓴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많은 대회가 남아 평균 타수는 언제든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플레이할 때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목표

박성현은 지난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이어 보그너MBN여자 오픈에서 평균 66.165타라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2승을 챙겼다. 한 달 가장 많은 대상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렌타인스테이 트루 어워드’ 역시 그의 차지였다. 지난 4월 발렌타인 스테이 트루 어워드 최초 수상에 이어 8월에도 수상하면서 처음으로 발렌타인 스테이 트루 어워드 다관왕에 오른 선수도 박성현이었다.

바쁜 스케줄에도 올림픽은 꼭 챙겨봤다는 박성현은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며 “TV로 중계를 보는데 1번 홀 티박스에서 한국 선수들 이름이 호명되더라. 심장이 뛰는 느낌이었다. 나도 그 속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울려 경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 이야기가 나오자 박성현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역시 ‘인비’ 언니였다. 박성현은 “(박인비의) 경기하는 동안 일관된 자세나 행동 등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며 “솔직히 금메달 따고 우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언니들을 보면 박성현의 마음도 같이 뛰기 시작한다. 한국 밖으로 곁눈질을 멈추기 힘들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라고 털어놨다. 다만 “순리대로 진출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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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