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교통, 전자기기의 발달은 강산이 바뀌는 속도를 10년보다 한껏 앞당겼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옛것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강봉규 작가의 작품 속 과거 세계로 초대하고자 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오는 12월18일까지 seMA기증작가 초대전 <강봉규의 사진: 인간극장>을 개최한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기록해온 광주 지역의 역사·정치적 사건들과 서민들의 삶의 현장, 사라져가는 거리 제례, 굿판 같은 전통 축제 등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전시는 크게 세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 ‘보편적인 인간극장을 그리다’는 다시 ‘동시대 현장기록’ ‘사람 사는 이야기’ ‘지역 양식과 정신’으로 나뉜다.
동시대 현장기록은 작가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비롯해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포착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현장에 참여, 생생하고 역동적인 구도로 보통 사람들의 결정적인 순간을 기록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전해주는 작품을 남겼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가가 지속해온 주제로 단 한 명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들이다. 작가는 스토리와 결합된 얼굴 사진을 통해 사연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정을 전달한다.
지역 양식과 정신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적 삶의 양식이 담긴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근대화·산업화·세계화를 빠르게 경험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점점 분리돼 갔다.
사건·서민의 삶·전통축제의 향수
사라지는 옛것으로 세대간 이해 추구
그러면서 개인에게 전통이란 정서적 안정감, 고향, 향수이자 이미 사라져 가는 것으로서 노스탤지어를 의미하게 됐다. 이 작품들은 인물을 위주의 다양한 구도로 배치돼 내적 완결성을 지닌다.
두 번째 섹션 ‘세대기억, 이미지의 원형을 전하다’는 작가의 1970년대부터 1990년대의 작품들로, 거리제례·굿판 등 사라져가는 전통축제의 장면들과 사람이 어우러진 자연풍경이 담겨 있다. 이는 동시대를 살았던 세대가 공유했던 이미지임과 동시에 후대에 넓은 의미의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이미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섹션 ‘편집·기획자로서의 사진가’에선 1960년대부터 신문, 잡지, 출판물에 이르는 넓은 의미의 미디어를 통해 당대 대중들의 휴먼다큐멘터리를 직접 편집·기획해온 작가의 기억과 담론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지역, 대중, 개인, 전통양식 등 타자화되기 쉬운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그것들을 ‘잃지 말아야 할 어떤 것들’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소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늘 따뜻하며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서도 담겨 있다.
대상과 동일시
전시 담당자는 “이번 전시는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을 총체적으로 비춰주는 인간극장이다. 그 드라마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시대와 사진가의 태도를 한국적 상황에서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강봉규는?]
▲경력
<광주일보> 사진부장, 출판국장 역임(1960~1980)
동강대학, 서강정보대학, 호남대학에서 사진학 강의(1980~1990)
월간 <사람사는이야기> 발행인겸 편집장(1992)
광주예총회장 역임(1993)
‘제1회 광주비엔날레’ 집행위원장(1995)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1995-1998)
1998 사진영상의해’ 조직위원(1998)
‘광주세계아리랑축전’ 추진위원장(2013)
‘사진아카이브 프로젝트 아시아의 사진’ 초대작가(2016)
명지미술관 설립자(2016)
광주문화예술재단 이사(2016)
사단법인 광주예술인회 회장(2016)
▲수상 및 수훈
제10회 전라남도 문화상(1966)
제12회 현대사진 문화상 창작상(1989)
대한민국 은관 문화훈장 수훈(1996)
광주시민대상 예술부문 수상(2000)
국전 초대작가, 한사전 초대작가(2000)
전라남도·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