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현-경남기업 무슨 일이…

성완종은 반기문을 믿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벌어졌던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대로 끝이 날 모양새다. 반씨는 경남기업과의 민사소송서 패소하면서 59만달러(한화 약 6억 5000만원)를 배상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재판부는 반씨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영하던 경남기업에 조작된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현재 반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로 판결은 항소 없이 곧 확정될 전망이다.

경남기업 측은 지난해 7월2일 반주현씨(미국명 데니스 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경남기업 측은 “반씨가 랜드마크72 매각을 도와주기로 해 콜리어스인터내셔널 뉴욕지점(이하 콜리어스)과 계약을 체결하고 60만달러를 예치했으나, 반씨는 카타르투자청과 교섭하지 않았고 허위 계약서를 줬다”며 서울북부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국제 사기

종합편성채널 JTBC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소식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5월14일, 반씨의 국제 사기 의혹을 보도했다. 핵심은 반씨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을 맡은 후 위조한 카타르투자청 측 공문을 경남기업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랜드마크72는 경남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1월15일. 영국계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콜리어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때 반씨는 콜리어스의 랜드마크72 담당 임원으로 해당 계약을 전담하게 됐다.

지난해 3월, 경남기업은 카타르투자청이 랜드마크72 매입 의향을 표시했다고 공식 문서를 자신의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문서에는 투자청 이사진 승인까지 떨어졌으며, 대표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곧 해당 문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카타르투자청 측 또한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투자청 측은 경남기업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랜드마크72 빌딩에 대한 매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도 전했다.

당시 언론의 의혹보도에 경남기업 측은 “반씨를 통해서만 카타르투자청과 매각 협상 작업을 진행해왔고 투자청 관계자들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경남기업 측은 인수의향서를 받는 조건으로 콜리어스 측에 6억여원의 수수료를 선지급한 후였다.

랜드마크72 매각은 경남기업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었다. 경남기업은 지난 2009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비록 2011년 5월,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지난 2013년 10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던 성 전 회장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011년 11월8일부터 국내에 국빈 방문 중인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상호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베트남 투자사업 중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국내 언론에 홍보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난항을 겪었다.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성 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결국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경남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덩달아 랜드마크72 입주가 부진해지자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랜드마크72 매각 도우미 자청
허위 계약서 들통 “6억 배상하라”

자살 하루 전인 지난해 4월8일,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서 랜드마크72 매각을 언급하며 구사일생을 노렸다. 그는 “3월23∼25일쯤 카타르투자청에 랜드마크72 빌딩을 매각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며 “계약금액이 워낙 크니까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당초 성 전 회장은 1조원에 달하는 랜드마크72 건물을 팔아 경남기업의 회생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해당 발언으로 볼 때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도 반씨의 문서 조작 여부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경남기업의 법정관리를 지휘하는 법원 파산부는 반씨가 전달한 문서가 위조됐는지 여부를 사실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감정 결과 문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경남기업은 지난해 7월, 반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반씨의 허위 문서 때문에 매각이 지연되면서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한 결과가 지난달 말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3개월만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미리)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경남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남기업이 위와 같은 반씨의 행위를 알았다면 그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채무자회사(경남기업)로서는 이와 같이 피고(반씨)가 계약체결 및 이행의 의사 없이 금원 편취의 목적으로 채무자회사를 기망하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서를 위조해 채무자회사의 의사와 전혀 다른 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이 사건 계약이 처음부터 성립되지 아니할 사정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반씨에 의해 경남기업이 상당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기에 59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행방 묘연

재판부는 해당 판결을 ‘공시 송달’했다. 공시 송달은 판결문을 송달할 수 없을 때 관보에 판결문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즉 현재 반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1년3개월 동안 반씨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된 당시에도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반씨에게는 소송 관련 서류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반씨의 아버지이자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씨가 항소하지 않는다면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불’ 반주현 어디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지난 5일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앞으로 반 총장과 경남기업과의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며 “반 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민사소송 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당시 랜드마크72 매각 업무를 책임진 반씨가 반 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고 경남기업 측에 의견을 밝힌 사실이 알려져 반 총장 연루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어 송 최고위원은 “현재 반주현씨은 행방불명이고 경남기업에서는 민사소송을 청구해서 승소했다”며 “이는 명백한 형사고발 사안으로 우리 당에서 형사고발을 요구함과 동시에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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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