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부는 ‘심상찮은 북풍’ 실체

대통령 의혹들 북풍이 삼킨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북 안보정국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달 들어서만 북한 주민에게 두 차례 탈북을 권유했다. 야권에선 북한 주민을 수용할 마땅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 일각에선 정권과 관련된 의혹들을 덮기 위한 ‘북풍몰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최근 굳건해지고 있는 대북 강경노선에 숨은 이면을 파헤쳐봤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라.”

지난 1일 ‘국군의 날’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서 열린 제6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여러분들(북한 주민)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기념사를 전했다. 탈북 권유였다.

“자유로운 터전
대한민국 오라”

이날 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북한 정권에 대해 ‘촌철살인’을 날렸다. 그는 북한 정권이 붕괴 직전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며 “북한 당국과 군,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권이 처한 현실을 명확히 알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서도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북한 정권을 압박했다. 그는 “국제사회 역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고 있으며 우려와 협상의 단계를 넘어 한층 강화된 제재와 압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해 “이제라도 북한 당국은 시대의 흐름과 스스로 처한 현실을 직시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정상국가의 길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 압박은 지난 5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 롯데호텔월드서 개최된 ‘제1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및 2016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북한은 금년에만 두 차례나 핵실험을 하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끊임없이 위협하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광적으로 집착할수록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될 뿐이며 결국 북한은 자멸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사를 통해 ‘탈북 권유’를 한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했다. 내각에 대규모 탈북민 수용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서 주재한 영상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관계부처들은 긴밀하게 협업해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 나가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10만명 규모의 탈북자를 수용할 수 있는 탈북촌 건설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설과 맞물려 큰 파장을 낳았다.

이어 대북제재와 관련해 관계부처에 “기존 대북체제의 틈새를 메울 수 있도록 완전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 조치 내용이 포함된 유엔 안보리 신규 결의가 조속히 채택되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탈북민 언급은 기획된 것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시점 상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 하루 뒤에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노동당 창건일은 10월10일이다. 북한 북부지역을 휩쓴 수해로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에도 북한 정권이 노동당 창건일 행사를 치른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러시아 등 기존 북핵 관련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두 열강이 최근 북핵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박 대통령이 고삐를 당기는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보완하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돌연 탈북 권유
사실상 선전포고

일련의 탈북 권유에 야권은 즉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에 있었던 박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북한 붕괴와 귀순을 직접 거론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압박하는 효과보다 오히려 선전포고에 가깝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국가원수라면 외교적 수사의 기념사였어야 한다”라며 “그렇게 직접적·공격적 기념사가 타당한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가 아닌 전쟁의 대상으로 단정지었다고 해석한 것이다.
 

박 위원장의 글은 이후 논란을 낳았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한 일간지 보도를 통해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선전포고라고 하는 박 위원장은 과연 북한에 어떤 큰 약점이 잡힌 것이냐”고 원색 비난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논평은 북한 노동신문의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야당 지도자의 안보·통일의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박 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적행위를 멈추고 대북송금 청문회에 응하라”며 “박 대통령의 기념사를 선전포고라고 느꼈다면 그분들의 뇌 주파수는 북한 당국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김 의원은 박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간첩에 빗대 논란을 샀다.

연이은 대북 발언…이번 달만 3번째
여야 정쟁 발발 ‘선전포고 VS 간첩’

이에 박 위원장은 “내가 간첩이라면 정부가 잡아가야지. 신고해서 포상금 받아라”고 응수했다. 국민의당은 자당 의원에 대해 간첩이라고 한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정부·여당의 반박에도 야권의 성토는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다른 시각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서 “북한이 붕괴하면 중동처럼 난민이 발생한다. 북한 난민이 약 10만명만 발생해도 서울 지역 25개구에 각 구별로 4000명이 넘는 난민이 노숙하게 된다”며 “지금 북한 난민을 수용하면 정상적인 서울 생활이 이뤄질 것 같으냐”고 꼬집었다.

즉 대비책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탈북이 이루어질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북한붕괴론에 대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의 주장에 맞불 작전으로 대응했다. 그는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영역”이라며 “우 원내대표 발언의 속내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든 말든, 북한 주민이 어려움에 처하든 말든 북한 정권을 건드리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색깔론을 펼쳤다.
 

이렇듯 여야가 박 대통령의 북풍몰이를 두고 정쟁을 펼칠 때, 당시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역설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의혹과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차은택씨 등 소위 비선 실세로 불리는 자들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 고 백남기씨 사태 등 정권을 흔들만한 사안들을 묻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중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북풍몰이에 나선 것이란 게 가장 현실성 높은 해석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 제3후보지를 발표했음에도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또 다시
간첩으로 몰기

때문에 국방부는 반대 여론 잠재우기에 들어갈 태세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견지해왔던 국방부는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한 명씩 설득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겠단 입장이다. 앞서 지난 7월15일 국방부가 성주 성산포대를 최적지로 전격 발표한 뒤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성주 주민들에 의해 7시간 가까이 발이 묶여 곤욕을 치른 일을 반면교사로 삼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김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여전히 답보 상태다.


국방부는 “김천 주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사드부지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최근 김천 시민 1000여명이 서울로 상경해 사드 배치 반대 항의집회를 진행하는 등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 또한 국방부의 사드배치 설명회를 거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지역 정가의 힘을 빌릴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정세 급변, 중-러 공동대응 나서
기승전 사드? 보수층 결집은 성공적
10만명 탈북촌 건설 사실이었나

때문에 이번 북풍몰이의 이면에는 답보 상태에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내려는 박 대통령의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붕괴 직전의 북한 상황을 강조함으로써 대내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러시아와의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국군의 날 이후 북한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감히 모독하면서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도 서슴지 않았다”며 “조국통일과 북남관계 개선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은 박근혜는 역사의 가장 가혹한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의도된 북풍몰이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반박했다. 지난 11일 그는 “최근 일각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있다거나 선전포고 운운하는 등은 현재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사실과도 다른 왜곡”이라며 “그런 것들이 내부에 쌓이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를 도와주려는 국제 공조를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드와 관련, 주변국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내년에는 ‘반(反)사드’ 훈련을 함께 갖겠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중-러 양국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던 지난 11일 베이징서 개최된 제7회 샹산포럼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월 ‘모의 미사일방어 연합훈련’에 이어 내년에 두 번째 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록 구체적인 훈련 시기와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는 양국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확실한 입장 표명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지난 4∼5일 이틀간 전국 1015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1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지난주 9월 4주차 주간집계 대비 0.5%포인트 소폭 오른 34.4%로 2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부정평가 60.0%, 모름/무응답 5.6%).

계속되는 의문
누군에겐 땡큐

이처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고 백남기씨 사인 및 부검 논란 등 일련의 의혹들이 불거졌음에도 오히려 지지율이 오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가 여야 간 대북 노선 공방을 촉발, 북핵 안보정국을 띄웠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북제재’ 조용했던 북한 왜?

북한은 그간 국경일이나 기념일에 맞춰 수차례 도발을 감행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06년에 있었던 1차 핵실험의 경우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 직전인 10월9일에 강행했다. 4차 핵실험은 김정은 생일인 1월8일을 이틀 앞둔 1월6일에, 5차 핵실험은 북한정권수립기념일인 9월9일에 실시했다. 따라서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습발사나 추가 핵실험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 또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올해는 특별히 기념할 만한 해가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준의 행사 이외에는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어느 때보다 조용히 창건일을 치른 것에 대해 5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5차 핵실험에 의한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가 논의 중인 점이 북한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수해 복구 문제와 중국의 핵실험 반대 입장이 최대한 조용히 창건일을 치르게 한 원인이라 분석되고 있다.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군에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를 주문한 바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논의됐다는 소문도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NSC 논의 내용이 어떻게 찌라시에서 나왔다는 말이냐”며 부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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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