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

“내가 친박? 철저히 중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번 국감은 당초 15일까지 예정됐으나, 초반 파행으로 인해 여야 지도부는 19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전체 16개 상임위서 여야 의원들 간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특히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전국경제인연합회 무용론 등이 논의되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0대 국회 최연소 상임위원장에 당선된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올해 국민들 사이서 가장 많이 회자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총선 전 야당서 여당으로 정당을 옮겼으며, 총선 후에는 자신의 이력에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위원장직을 더했다.

그러나 상임위원장 경선 후 “친박계 지원을 엎고 당선됐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4선이라는 관록을 자랑하는 조 위원장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주장. 그러나 임기 5개월째로 접어든 조 위원장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 논란들을 하나하나 잠재우며 순항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12일 조 위원장을 직접 만나 그간의 논란과 기재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상임위원장으로서는 첫 국감이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기재위는 우리나라의 재정, 조세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플랜을 짚어보고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논의하는 곳이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보면 여야 의원들께서 너무 정쟁에 몰입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장 독일과 노르웨이, 중국만 해도 화석 연료를 사용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전환하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트렌트로써 4차 산업혁명을 준비 중인데, 우리나라는 그런 대비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서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보완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한다.


- 기재위는 처음이다. 때문에 기재위원장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임기 초기부터 있어 왔다.
▲분야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은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국민들의 먹고 사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간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 중 경제 불확실성을 정확히 짚어낸 사람이 있나? 난 4선 의원을 하면서 건설교통위원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실물경제를 두루 거쳐 왔다. 비록 우리나라 경제 흐름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난 18·19·20대 국회에 걸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문제점을 최초로 지적하고 개선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경제 전문가란 분들은 왜 그동안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나. 전문성을 따진다면 나보다 더 빨리 주장했었어야 한다. 우린 정치인이지 학자가 아니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요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정치인들이 청년들에 대해 얘기하지만, 청년 창업 기업에 대한 특별법, 청년들을 위한 조세 특례법을 내가 제정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경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보다 실천적인 게 어디 있나.
 

-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법 취지는?
▲청년 기업들의 초기 생존율이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3, 4년 만에 폐업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기 2년, 추후 2년, 총 4년 동안 청년기업에 조세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청년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어떤 정치인은 창업국가를 만들자고 하는데, 말로만 청년을 살리자고 하지 말고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 질의시간 7분을 지키지 않는 위원에게 ‘갑질’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우리는 입법기관이다. 약속은 법의 기초다. 그렇기에 입법기관서 약속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야가 국회 운영을 위해 한 약속은 더욱 그렇다. 난 질의시간 7분을 ‘7분의 약속’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내가 임의대로 정한 게 아니라 여야 의원들의 협의사항이다.

초등학교 학급회의서도 발언 시간을 지키지 않나. 그런데 국회가 초등학교 학급 회의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어서 되겠나. 충격적인 건 ‘NGO모니터단’이 이번 20대 국회 국감을 중간 평가했는데, F학점이 나왔다. 15대 국회 이후로 F학점은 처음이라고 한다. 입법부는 법을 만드는 기관인 만큼 사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합의된 약속은 반드시 지켜내는 성실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아마도 ‘갑질’이라는 표현 때문에 기재위원들의 반발이 심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봐야 한다. 의원들은 기관 사람들에게 갑질이란 표현을 자주 쓰지 않나. 갑질보다 더 심한 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피감기관 사람들을 윽박지르고 약속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게 갑질이지 않고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스스로가 갑질의 행태를 보이지 말고 모범을 보이자는 것이다.


“여야 정쟁에만 매달려 있어” 지적
‘7분 갑질’ 논란 “약속부터 지키자”

- 당초 정무위원장을 희망했으나, 기재위원장 경선에 뛰어들었다. 선회한 이유는?
▲내가 정무위원장을 희망한 건 아니다. 실물경제는 많이 다루다 보니 경제에 관심이 있었다. 무엇보다 어떤 위원회가 주어진들 내가 잘 해낼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 일각에선 기재위원장에 당선되는 과정에 친박계의 지원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 당시 투표결과를 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상임위원장 투표서 소위 친박이라는 분이 53표를 받았는데, 난 70표를 받았다. 만약 날 친박에서 밀어줬다면, 그분이 나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어야 정상 아닌가.
 

70표라는 것은 특정 계파만 밀어줘서는 나올 수 없는 수다. 당시 비박에서도 나를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분이 많았다. 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국회의 전통인 선수 존중 문화가 작용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위원장은 사회를 보는 자리다. 때문에 국회 흐름을 좀 더 잘 아는 사람이 맡는 경우가 많다.

- 상임위서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해체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 해체 여부는 국회가 아닌 전경련이 결정해야 될 사안이다. 다만 난 전경련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좀 더 발전적 단체로 성장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IMF 이후 생산성은 매우 높아진 데 비해 소득의 재분배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전경련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정규직을 최소화하고 정규직을 많이 양성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경제단체들이 앞장서야 한다.

- 기재위 국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추가 지원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서 발생한 문제를 메우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지나치게 투입하는 것은 썩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대기업 구성원들의 책임이지 않나. 오히려 지원할 돈이 있다면 소상공인 기금을 늘려서 그분들을 지원하든지, 학자금 대출에 힘들어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국민 세금을 집행하는 게 생산적이라 생각한다. 정부나 정치권에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 분수경제론, 경제민주화, 국민성장론 등 최근 잠룡들을 중심으로 각자의 성장 담론이 있는 상황이다. 기재위원장으로서의 생각은?
▲현재 정치권에선 성장이냐 분배냐를 이분법적으로 얘기한다. 난 이걸 하나로 묶어내는 제3의 키워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그걸 ‘성숙’이라 표현하고 싶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한 단계 성숙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2만8000불까지 오는 과정에서 부의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양극화라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때문에 세대‧계층‧지역 간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을 치유하고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법인세율 인상 문제도 이슈다.
▲법인세, 소득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국감이 끝나면 상임위 차원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법인세율이 45%였다. 이후 역대 정권을 거치며 법인세가 인하돼 지금까지 온 것이다. 과거처럼 인상할지 말지를 정치권에서만 논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을 불러 그분들의 시각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여야 정쟁의 시각에서 보는 한계가 있다. 기재위원장으로서 이 부분을 곧 있을 공청회에서 공론화시켜볼 계획이다.


<chm@ilyosisa.co.kr>



[조경태는 누구?]

▲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보좌역
▲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 2016년 1월 새누리당 입당
▲ 제17, 18, 19, 20대 국회의원 (부산 사하구을)
▲ 제20대 국회 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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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