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전해철 의원

“수권정당이 되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열아홉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만나봤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최고위원과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으면서 제1야당의 실세로 거듭났다. 전 의원은 ‘수권정당’이 되는 것이 더민주의 목표라며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책 중심의 정당’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재선의원으로서 20대 국회를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 지난 19대에선 당과 국회서 필요로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다. 20대도 마찬가지로 국회와 당을 위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당이 민생을 실천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적 과제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는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도당의 정책적 기능을 고양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역구인 안산에선 매주 금요일 시도위원 정책협의회를 열기도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지역현안도 꼼꼼히 챙기도록 하겠다.

- 더민주 최고위원을 맡은 지 한 달여 지났다. 지도부에 일원으로 당을 보는 시각이 이전과 달라졌을 것 같은데.


▲ 최고위원이 되면서 상임위 본연의 활동뿐만 아니라 당의 운영 방향과 구체적 개선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실제로 더민주는 좀 더 정비되고 혁신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당의 조직역량, 전략, 홍보, 정책적 기능 등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정비되고 혁신돼 궁극적으로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가질 수 있는 당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경기도에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을 짚어준다면.

▲ 누리과정 문제와 지방세 개편안이 있다. 누리과정은 원래 정부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도 궁극적 해결책이 나온 것이 아니라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다. 누리과정 문제는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직접 책임진다고 약속도 했던 부분이다. 국가가 담당해야할 부분은 담당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을 시·도교육청에 넘겼기 때문에 우리당에서는 정책협의회를 통해 수차례 해결을 촉구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지방재정개편안이 있다. 이 문제로 경기도에 있는 자치단체장들이 농성도 하고 단식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정되지 않은 상태로 지난 8월에 시행령이 발표됐다. 불교부단체 우선 배분이라던지 조정교부금 제도의 재정반영 비율을 20~30%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는 시정돼야 한다고 본다.

- ‘협치’를 주장하던 국회가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1야당으로서 해법은 무엇인가?

▲ 국정감사는 국회 본연의 임무다. 어떤 이유라도 국정감사를 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 이번 일의 근본적인 이유는 박근혜정부의 인사 파행을 들 수 있다.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서 나왔던 의견들도 무시해 버리고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제기의 일환으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물론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절차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여당의 당 대표까지 나서 단식투쟁하는 것은 정말 맞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타협하고 협상하는 자세가 중요하겠지만 무리하고 극단적 주장을 하는 현재의 상황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서 제1야당 최고위원으로
정부에 강한 비판 “야권통합은 계속돼야”

- 청와대가 최근 불거진 각종의혹에 대해 ‘버티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 국민과 언론이 국회에 문제제기를 하면 그 문제에 대해 근거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당히 근거 있는 주장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문제의 성격을 단순하게 규정해 버린다.

‘확인도 안된 폭로’라며 일축하기 때문에 그 이후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사실관계 파악은 하지 않고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지금 나오고 있는 의혹들은 개인의 일탈이라기 보다는 권력형·구조적 비리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성격을 규정해 덮으려고 하는 자세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19대 대선과 2년 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 할 역할을 맡게 됐다. 플랜을 듣고 싶다.

▲ 우리당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정권교체가 돼야 다음 지방선거서도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권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경제·안보·복지 등 민생 과제나 주요한 현안에 대해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국민들에게 보여드려 성과가 있을 때 국민들이 비로소 우리당을 믿고 지지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력을 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내년 대선에 있어서 경선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도 만들고 규정과 방법에 입각해 공정하게 실천하고자 한다.

- 내년 대선 경선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아직 구체적인 경선 방식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1차적으로는 당헌·당규의 큰 틀이 규정돼 있기 때문에 방식과 시기는 당헌·당규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일이다. 예외 장치가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서 필요하면 예외를 둘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합의해 이해 가능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최근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일각에선 야권통합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단결되고 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원외 민주당과 합당은 의미가 크다. ‘민주당’이라는 명칭은 정통적 지지층을 중점적으로 대변한다. 이를 결집하는 데도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야권통합을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

- 앞으로 더민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 결국은 당이 잘되고 당이 앞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 중심이 아니라 정당 중심의 당이 돼야 한다. 정당이 중심을 잡고 선거를 준비해야 실제 선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 정당이 선행 돼야 한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현시키기 위해서 후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후보는 당과 함께 정책을 실천한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당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shs@ilyosisa.co.kr>

 

[전해철 의원은?]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전 제19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갑/새정치민주연합)
▲현 제20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갑/더불어민주당)
▲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
▲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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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