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조각가 정욱장은 자연과 인생을 사유하며 끊임없이 작업해왔다. 정욱장이 선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재된 사유가 발생하는 지점인 긴 여정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의 작품이 전하는 하늘과 동·식물의 관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예술재단은 지난달 23일, 조각가 정욱장의 개인전 ‘A Long Journey’를 열었다. 정욱장의 열여덟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선 신작 20여점과 예전 작품이지만 처음 공개하는 대형 작품 1점을 볼 수 있다.
정욱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40년 동안 조각의 정신과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그는 조각의 물질성으로 예술 자체의 본질과 특수성을 실험하면서 환경에 관한 문제를 덧입혔다.
가는 다리의 동물
홍익대 미술대학원 김미진 교수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반짝이는 재료로 나뭇가지나 식물처럼 유기적으로 가늘고 긴 팔다리를 한 북극곰, 낙타, 코끼리, 사슴 등의 덩치 큰 동물들을 조각한 ‘A Long Journey 긴 여정’(이하 긴 여정)은 초현실적이면서 숭고한 느낌까지 준다”고 평했다.
긴 여정의 동물들은 정글, 북극, 사막 등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또는 종을 보존하기 위한 에너지 넘치는 야생 본능의 정체성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머리를 하늘로 향한 채 식물도 동물도 아닌 접목된 혼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형태는 비극적인 환경서 오랫동안 변형의 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간의 욕심으로 그들의 영토를 빼앗긴 상징, 즉 걸을 수 없는 다리를 갖게 된 덩치 큰 동물들의 모습은 초현실적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식물의 다리를 가진 동물이라는 초현실적인 형태는 만날 수 없는 형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인간에게 경종을 울린다.
정욱장은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되뇌어 왔다. 조각가로서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표면과 내부, 채움과 비움 등 작품의 형식과 과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온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다비드상의 형태를 철사로 엮어 만든 망 조각 작품인 ‘Work-David 2001년’은 정욱장이 표현한 비움의 조각이다. 정욱장은 역사 안에서 권위와 명작의 아이콘이었던 조각을 금속의 가장 최소 단위인 철사를 엮는 기법으로 허물을 벗겨냈다.
정욱장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두고 재료와 기법을 꾸준히 연구, 창작의 자유와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는 삶에서 예술을 찾는 노자적 태도와 서구의 연금술적 예술관을 균형있게 병치, 인간과 환경의 구조적 관계를 하나의 작품 안에서 풀어냈다.
김 교수는 “정욱장의 작품은 기법의 완성도와 함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존재의 본질들 간의 대단한 긴장구조가 내재돼 있다”면서도 “반영, 비움, 단색의 인상이 자연스럽기에 앞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서양 예술관 병치
이어 “인간, 동물, 식물, 자연, 사회, 환경을 주제로 서로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며 질료와 기법 그리고 마음을 통합시키며 조화를 찾고 있는 앞으로의 정욱장의 작업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욱장의 개인전은 오는 27일까지 서울예술재단 및 야외전시장서 열린다. 정욱장의 작품이 실린 화집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jsjang@ilyosisa.co.kr>
[정욱장은?]
▲학력 및 경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89)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전공 졸업(1991)
울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과 교수(2001∼)
▲개인전
서울예술재단, 서울(2016)
하버시티, 홍콩(2014)
가나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 서울(2013)
크리스탈스, 라스베거스(2013)
빛 갤러리, 서울(2012)
갤러리 몽마르뜨, 부산(2009)
갤러리 H, 울산(2007)
갤러리 보우, 울산(2006)
아트 퀼른, 독일(2006)
마린갤러리, 부산(2003)
마린갤러리, 부산(2001)
갤러리 도올, 서울(2000)
▲수상
제1회 부산야외조각대전 대상(1991)
제7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 대상(1992)
부산학생독립운동기념탑공모 대상(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