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채광, 개방감 높여라!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과 아파트 분양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채광, 통풍, 개방감을 살린 ‘썬큰형’ ‘중정형’ ‘판상형’설계가 속속 도입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썬큰형·중정형·판상형 설계 인기↑
단기간 100% 분양…눈길가는 현장은?

상가시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하층에 썬큰설계를 도입, 지하층의 단점인 통풍과 채광 문제를 해결해 개방감을 높인 상품들이 속속 선을 보여 인기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공급된 ‘당산역 데시앙루브’ 오피스텔 단지내 상가는 지하 공간을 살리기 위해 중정형(오피스텔 각 실을 ‘ㅁ’자 형태로 배치하고 중앙에는 로비나 휴게공간을 만드는 것) 설계를 적용, 단기간 내에 100% 분양을 마쳤다. 중정형 설계로 자연 채광과 통풍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하 공간 개방감도 끌어올린 것이 성공적인 분양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하층의 반전
썬큰형으로 성공

상가의 경우 지하층은 지상 1층보다 분양가가 1/3가량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개방감과 접근성 등이 떨어져 투자자나 임차인의 선호도가 떨어졌다. 최근 분양업체들은 아예 지하층 공급을 안 하거나 대형마트, 스크린골프장 등을 입점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썬큰형 설계를 도입해 개방감과 전용 에스컬레이터 등을 통해 단점을 극복해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어 상가시장에 이런 시도가 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세난과 1~2인 가구의 급증으로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 중정형 설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동안 오피스텔의 최대 단점으로 꼽혀왔던 환기나 통풍 등의 기능을 고려해 환기와 통풍에 유리한 중정형 설계를 도입하는가 하면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높은 천장고 등의 설계도 오피스텔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중정형 설계란, 일반적인 박스형 형태가 아닌 ‘ㄴ·ㅁ·ㄷ’자의 건물 배치로 내외부의 빛을 끌어들여 채광을 높여주고 바람길을 열어 통풍을 극대화 한 설계를 말한다.

이러한 설계가 적용된 오피스텔은 분양시장에서도 실제 인기가 좋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마곡지구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역(2015년 11월 분양)’은 전용면적 19~20㎡로 구성된 소형 오피스텔로 ‘ㄷ’자의 건물 배치로 중정형 설계를 적용했다. 이 오피스텔은 단기간에 100% 계약이 완료됐다.

사생활 보호가 문제네~
꼼꼼한 장단점 체크 필수

주로 상업지구에 공급되는 오피스텔은 전용률이 낮아 환기 및 통풍이 떨어지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최근 공급되는 오피스텔은 이를 보완할 만한 중정형과 같은 다양한 특화 설계를 제공하고 있는데, 더욱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수요자들이 환기 및 통풍에 대한 요소를 더욱 꼼꼼하게 따지고 있어 실내환경이 쾌적한 오피스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도 개방감이 중시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 설계에 복고 바람이 불면서 판상형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건설사들이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탑상형보다 옛날 스타일의 판상형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 판상형은 네모반듯한 성냥갑 형태로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초반 화려한 외관의 탑상형에 밀려났다. 탑상형의 경우 조망권과 일조권 확보에 유리하고 단지 내 녹지 공간을 판상형에 비해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한 개 층에 3~4가구를 둥글게 배치하는 탓에 거실과 마주보는 쪽 벽면이 막혀 통풍이 잘되지 않고 옆 가구와 거리가 좁아 사생활보호가 어려운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구조상 통풍·환기에 불리해 관리비가 높고 오피스텔처럼 전용률이 낮아 공간 활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판상형 아파트는 거실과 마주보는 벽면에 창이 있어 맞통풍이 잘되고 채광이 좋다. 정남향 방향으로 배치되는 대부분의 판상형의 경우 난방비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판상형에 4~5.5베이 구조를 적용하는 등 판상형의 장점을 극대화한 상품 공급으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공급돼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마린시티자이’의 최고경쟁률은 판상형인 전용 84m²A의 837대 1이었다. 이에 비해 탑상형의 전용 80m²B 주택형은 30가구 모집에 7378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월 광명역세권에서 분양한 ‘광명역 태영데시앙’역시 판상형이 두각을 나타냈다. 1순위 청약 결과 판상형인 84m²A 타입이 46.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탑상형인 102m²B 타입은 4.02대 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점 최소화
장점 극대화

이를 반영하듯 실제 건설사들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판상형 아파트 비중을 높이고 있다. 판상형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분양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에서 분양되는 대단지 아파트는 전 가구 내지 대부분의 가구를 판상형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판상형 아파트는 경제성과 실용성면에서도 좋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처럼 실수요자들이 많은 경우 실거주에 장점이 많은 판상형이 청약경쟁률과 집값 오름폭 등에서 타워형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나 오피스텔은 임차인 위주로, 아파트는 실수요자 위주의 맞춤형 설계가 도입되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실속형 투자가 늘면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한 마케팅 전략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통풍·채광·개방감을 높인 분양단지다.

수익형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상가)= ‘강동역 파밀리에 테라자’는 230가구 규모의 ‘강동 신동아 파밀리’에 단지 내 상가로 5호선 강동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상가다. 강동역은 일일 유동인구가 7만~9만명에 이르는 거대상권으로 유동인구가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올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상가활성화에 도움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 1층 56개, 지상 1층 20개, 총 76개 점포로 공급된다. 휴식과 새로운 테마,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썬큰형 테라스 스트리트형 상가(일부점포 한정)으로 개발돼 개방감이 높고 가시성과 접근성이 뛰어나다. 업무동 상가도 분양중이다. 지상 1~5층은 상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입점이 확정되었다. 강동역 일대는 천호·성내 재정비촉진지구와 함께 업무·상업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안산 센트럴파크 그랑베르(오피스텔)=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26-3번지 일대에 ‘안산 센트럴파크 그랑베르’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4598.11 ㎡, 지하 3층~지상 25층, 총 397실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3호)이 공급된다. 층별 구성은 지하 1~3층은 주차장, 1층은 근린생활시설, 5~25층은 오피스텔로 이뤄진다.

4면이 탁 트인 25층 초고층으로 지어져 개방감, 조망권 및 일조권을 확보했다. 4호선 안산 고잔역 및 중앙역 도보 3분, 5분 거리 역세권 오피스텔로 안산 중앙대로와 접해 있다. 안산시청 등 행정타운, 세무서 등 주변 관공서, 백화점 등 밀집지역으로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보광종합건설이 시행 및 시공을 맡았다. 2018 년 4월 준공예정.

아파트

▲평택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효성이 소사2지구 A-1블록과 A-2블록에 짓는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인근 단지들이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공급되고 있는 반면 3.3㎡당 800만원대 분양가 책정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3240가구 40개동, 전용면적 59~136㎡의 다양한 주택형으로 구성된다. 단지 주변은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수서발 KTX인 SRT(Super Rapid Train) 지제역이 올해 말 개통된다. 조경시설 및 커뮤니티시설도 다량으로 갖춰진다. 축구장의 약 8.5배 규모의 테마 조경도 적용된다. 평택 최대 규모의 스파까지 단지 내에 조성될 예정이다. 총 8개의 테마형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 효성은 내부 설계에도 힘을 기울였다. 채광과 통풍이 좋은 4베이-판상형 설계에 팬트리, 드레스룸, 3면 발코니 등을 적용했다. 동 배치는 남향 위주로 이뤄진다.

▲영천 완산 미소지움2차 프리미엄= SG신성건설이 경북 영천시 완산동에 ‘완산지구 2차 미소지움 프리미엄’을 분양한다. 지하 2층 ~지상 28층, 6개동, 총 773가구 규모다. 분양가는 3.3㎡당 최저 600만원대, 중도금 이자 6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금호강변에 자리해 있는 배산임수형 단지로 바로 앞에 영천생태공원, 영천시민가족공원 등이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영천초·영천고 등 교육시설도 있다. 내년 동대구~영천 간 복선전철화사업이 완공되면 17분대에 대구로 오갈 수 있다. 판상형 4Bay-4Room으로 이루어진 84A㎡은 침실 옆으로 대형 드레스룸이 마련돼 있다. 주부들의 동선을 고려한 주방은 알파룸과 직접 출입이 가능하게 설계된 점이 이목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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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