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7>

물 건너 일본에서 호빠 생활 스타트!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드디어 일본 호빠에서의 첫 손님맞이가 시작됐다.
이미 만취상태의 그녀들은 거침없이 반말을 썼다.

■ 일본에서의 호빠 생활
나에게 존댓말을 써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샤워를 종용했고 서둘러 가게에 출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욕실에서 본 나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참 그간 고생도 많이 했다. 수염은 제대로 깎지도 못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이 낯선 곳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샤워실을 같이 쓰고 이제 앞으로 그들과 같이 먹고 함께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낯선 건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생각마저도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것이었을까. 샤워실 밖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뭐해? 빨리 안 나오고.”
그렇게 해서 또다시 ‘타쿠시(택시)’를 타고 가게로 향했다. 또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막막했지만 그냥 가는대로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서둘러 전단지를 손에 들려줬다. 길거리에 나가서 여자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했던 건 그 전단지를 받는 여자들이 모두 한국여자들이었다. 선수들은 한국말로 그들에게 이야기했고 그녀들도 한국말로 응대했다. 그렇게 난생 처음 일본이라는 곳에서 전단지를 돌리면서 나의 호빠 선수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말을 배울 필요가 없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했다.
어느덧 밤 10시가 됐다. 마마가 이제 전단지는 그만 돌리고 업소로 들어가라고 명령한다. 모두들 우르르 2층에 위치한 호빠로 뛰어올라간다. 그러더니 미팅이 시작된다. 분위기는 마치 군대 내무반 같다. 담배를 피워서도 안 되고 다리를 떨어서도 안 된다. 이 시간만큼은 군기가 바짝 들었다. 사실 나는 가게 내부를 자세하게 볼 틈도 없었다. 일본 공항에서 내린 뒤 정신없이 굴러다녔기 때문이다. 겨우 그제야 가게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내부는 생각보다는 좁았다. 한국만큼 큰 규모의 호빠가 아닌 듯 했다. 건물은 허름했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꽤 신경을 썼는지 괜찮아 보이기는 했다. 가게 중앙에는 스테이지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라오케 시설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의 호빠와는 확연하게 틀린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은 대부분 각각의 룸이 따로 있다. 그 안에서 선수와 고객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일본 호빠는 개방적인 구조였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냥 한국의 술집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의자들이 고급스러운 소파들이기는 하지만, 그냥 뻥 뚫려 있는 모습이 사뭇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김동이 나와서 인사해라.”

■ 초이스 없는 일본
갑자기 사쪼가 내 이름을 호명했다. 잔뜩 긴장한 나는 엉거주춤 앞으로 나가 나이와 이름을 말했다. 군대에서 하는 관등성명을 대는 것 같다.
그 후에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일은 대충 새벽 2시가 되어야 시작된다고 한다. 한국 아가씨들이 술집에서 일을 마치고 이곳에 도착하는 시간이 대략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늘어져 있었는데, 누군가 빠르게 몸을 움직여 입구로 향하고 시끄러운 잡담소리가 들려온다. 마마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행동이 빨라졌다. 모두들 입구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일렬로 줄을 섰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여자들이 들어왔다.
“이랏샤이 마세~!”
누군가 선창을 하자 모두들 따라했다. 한국어로 ‘어서 오세요’란 말이다.
드디어 일본 호빠에서의 첫 손님맞이가 시작됐다.
흰색 블라우스를 차려입은 오피스걸 스타일의 여성이 그날의 첫 손님이었다. 옆에는 값비싼 양복을 폼나게 빼입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그들은 함께 업소에 출근하는 것 같았다. 그게 바로 ‘도항’이었다. 선수가 손님과 함께 출근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 일본에 내렸을 때 사쪼가 나에게 했던 말이 바로 ‘도항’이었다.
그날 첫 도항을 한 선수는 ‘정우’라고 했다. 참 선하게 생겼다. 그리고 정말로 잘 생겼다. 당연히 이 가게의 에이스라고 했다. 사쪼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 정우였다. 그만큼 많은 돈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한국에서 팔려온 건 나 혼자 뿐이었다. 대부분은 자기 발로 이곳에 걸어 들어온 케이스라고 했다. 아예 한국에서부터 선수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온 친구도 있고, 그냥 유학을 왔다가 선수로 전업해 눌러앉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놀라웠던 사실은 이 업소의 사쪼와 한국에서 나를 일본으로 보낸 사채업자는 부부라고 했다. 당시에는 일본에 한국식 호빠가 큰 유행을 하고 있었고 일할 사람이 없었던 차에 나를 일본으로 보낸 것 같았다. 참 세상에는 별의별 부부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을 하다 보니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일본 호빠 시스템이 궁금해졌다. 이곳에는 초이스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대부분 지명을 하는 시스템이었고 테이블에서는 이른바 ‘헬퍼’라고 하는 사람이 한명 따라 붙었다. 갖가지 잡일을 해주는 보조 선수였다. 술을 몇 잔 들이키더니 그들은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게임이야 많이 하지만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어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손님이 점점 불어났다. 전체 테이블은 7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석은 만석이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테이블에 들어갔고 경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헬퍼로 들어갔다. 나는 그야말로 신병이었다. 굳은 자세로 자리를 지키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유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정우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런 일, 해봤어요?”
“네, 조금요, 한국에서 잠깐.”
그는 업소 내부를 쭉 둘러보더니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그럼 서브로 한번 해 볼래요?”
내가 앉은 테이블은 일행이 모두 세 명이었다. 이미 만취상태의 그녀들은 거침없이 반말을 썼다.
“못 보던 선수인데? 너 초짜냐?”
“네.”
그녀들은 그때부터 막무가내로 신고식이라는 걸 시켰다. 다시 뻘쭘하게 일어서서 이야기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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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