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점집 굿판 느는 이유 살펴보니

성수기 맞은 굿판 “판돈을 키워라”

2011년 신묘년을 맞아 일년의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타로카페 등등, 사주를 풀어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연초 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끌어당기는 것은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운영하는 점집이다. ‘신점’으로 본 사주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신 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속인이 신통하더라는 소문의 영향인 듯하다. 이 같은 이유로 연초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무속인들은 성수기를 맞아 무조건 부적이나 굿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속인의 말을 100%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소리와 함께 굿을 하라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굿판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일요시사>는 연초 점집에 굿판이 느는 이유를 취재했다.

문지방 닳도록 오가는 손님들, 일단 “부적 써!”
걸핏하면 “굿해야 한다” …찜찜해서 굿판 벌여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비슷하다. 때문에 매년 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일 년 간 자신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품을 판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 타로카페, 점집 등을 비롯한 운세풀이가 가능한 여러 곳 가운데 점집은 사주와 운세를 보는 사람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기본적인 역리학과 신점을 이용해 운세풀이를 해줌으로써 비교적 정확도가 높고,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년 운세가 궁금해

이와 관련 한국의 공식적인 점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에서 활동하는 역술인, 무속인의 수는 30만 명 이상이라는 게 관련단체의 설명이다. 이 밖에 연초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점을 보는 사람은 300만 명을 넘고 1년 동안 점을 보는 연인원은 1억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주나 신년운세를 보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연령대와 상담내용 또한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고객은 40~50대 여성으로 변함없지만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의 상담비율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고, 20대 여성과 20대 중반 남성들의 방문 상담도 30%가량 많아진 것.
신년운세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남성 직장인들은 자신의 사업운과 재물운에 대한 상담을 주로 받고 있으며 여성 주부들의 경우에는 가족의 안녕과 남편, 자식들의 운세에 집중하는 편이다.

때문에 일부 무속인들은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이런 특색을 노려 ‘한탕주의’를 표방하기도 한다. 실제 일 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연초에 사람들이 점집으로 몰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때 말로 손님을 잘 구슬리기만 하면 최소 몇 십만 원의 부적을 쓰거나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굿판을 벌여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980년대 우리나라 최대의 점성촌으로 불렸던 미아리 ‘ㅁ’철학관 최모 역술인은 “과거 시각장애 역술인들의 영역이었던 ‘미아리 점성촌’에 역리학을 공부한 일반인과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미아리 점성촌’만의 특색을 잃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역리학을 바탕으로 학문적 입장에서 손님들이 사주팔자를 풀이하는 것과 달리 무속인들 역시 역리학을 바탕으로 두고 자신이 모시는 신을 불러 ‘신점’과 함께 풀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무속인들에게는 부적과 굿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나. 때문에 우리 같은 영세 철학관은 점점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세 차례 점집을 찾았다는 김모(49·여)씨는 일부 점집의 굿 권유 행태에 대해 말을 보탰다. 
김씨는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 세 곳을 찾았는데 올해 운세가 모두 다르게 나왔다. 첫 번째 집에서는 남편의 바람기가 의심된다며 부적을 권했고, 두 번째 점집은 올해 운세를 좋게 점쳤다”면서 “마지막 점집이 관건이었다. 전체적인 가족 운세가 좋지 않아 조상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굿을 권유했는데 700만원부터 1000만원, 2000만원짜리 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무속인의 말에 아무 의심 없이 굿판을 벌이고 부적을 쓰는 것일까. 김씨는 이 점에 대해 “찜찜해서”라고 답했다.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가만히 무시하자니 자꾸만 마음에 걸려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손님들의 이 같은 생각을 간파한 듯 타깃을 정해놓고 상습적으로 굿판을 벌인다며 돈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적발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무속인도 상당수다.
지난 1월에도 “굿하면 효과”를 본다며 7차례 굿판을 벌여 4억여원을 뜯어낸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병준 판사는 집문제와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이모(36·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서울 논현동의 모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다가 2008년 3월 집주인이 전세로 바꾸자고 하자 친구에게 빌려준 4억 원을 급하게 돌려받으려는 계획을 세우던 중 청담동에서 영업 중이던 이씨를 찾아갔다.

이때 이씨는 “굿을 하면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고, 집도 문제없이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고, A씨는 그를 믿고 굿판을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A씨는 그때마다 이씨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결국 A씨는 “삼세 번 굿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씨의 말에 총 7차례나 굿을 했고, 4억36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4억원을 돌려받을 방법에 대해 상담하러 갔다가 그 보다 많은 돈을 갈취당한 A씨는 뒤늦게나마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같은 달 또 다른 무속인 김모(51·여)씨는 한 사람에게 총 177억원을 가로채 초호화생활을 하다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2월 종합병원 경리과장으로 재직 중인 최모(53·여)씨는 남편이 다치고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는 등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자 무가지에서 ‘용한 점쟁이 선녀만신’이라는 광고를 보고 김모(51·여)씨를 찾아갔다.

이에 김씨는 천도제 기도비 등의 명복으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가족을 위해 전 재산 5억원을 바쳤다. 이후에도 김씨는 계속해서 천도제와 가족의 건강 등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자신이 일하는 종합병원의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해 3년간 172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무속인 사기사건 ‘펑펑’

이와 관련 윤모 역학사는 “일부 무속인들의 행태를 일반화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집 같은 경우 대부분의 장사를 연초에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월 손님을 잡지 못 하면 한 해 동안 파리를 날리는 셈”이라면서 “때문에 연초를 성수기로 바짝 손님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무조건 굿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굿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굿을 통해 더 큰 화를 막을 수도 있으니 굿을 나쁘게만은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 무속인은 “내 주변에는 아무런 악재도 없는 사람에게 굿을 하라고 강요하는 무속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굿의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판돈을 부풀려 부르기는 한다”고 말했다.

점집이 워낙 한 철 장사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을 때 미리미리 벌어두지 않으면 한해살이가 힘든 무속인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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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