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점집 굿판 느는 이유 살펴보니

성수기 맞은 굿판 “판돈을 키워라”

2011년 신묘년을 맞아 일년의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타로카페 등등, 사주를 풀어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연초 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끌어당기는 것은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운영하는 점집이다. ‘신점’으로 본 사주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신 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속인이 신통하더라는 소문의 영향인 듯하다. 이 같은 이유로 연초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무속인들은 성수기를 맞아 무조건 부적이나 굿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속인의 말을 100%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소리와 함께 굿을 하라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굿판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일요시사>는 연초 점집에 굿판이 느는 이유를 취재했다.

문지방 닳도록 오가는 손님들, 일단 “부적 써!”
걸핏하면 “굿해야 한다” …찜찜해서 굿판 벌여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비슷하다. 때문에 매년 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일 년 간 자신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품을 판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 타로카페, 점집 등을 비롯한 운세풀이가 가능한 여러 곳 가운데 점집은 사주와 운세를 보는 사람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기본적인 역리학과 신점을 이용해 운세풀이를 해줌으로써 비교적 정확도가 높고,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년 운세가 궁금해

이와 관련 한국의 공식적인 점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에서 활동하는 역술인, 무속인의 수는 30만 명 이상이라는 게 관련단체의 설명이다. 이 밖에 연초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점을 보는 사람은 300만 명을 넘고 1년 동안 점을 보는 연인원은 1억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주나 신년운세를 보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연령대와 상담내용 또한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고객은 40~50대 여성으로 변함없지만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의 상담비율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고, 20대 여성과 20대 중반 남성들의 방문 상담도 30%가량 많아진 것.
신년운세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남성 직장인들은 자신의 사업운과 재물운에 대한 상담을 주로 받고 있으며 여성 주부들의 경우에는 가족의 안녕과 남편, 자식들의 운세에 집중하는 편이다.

때문에 일부 무속인들은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이런 특색을 노려 ‘한탕주의’를 표방하기도 한다. 실제 일 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연초에 사람들이 점집으로 몰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때 말로 손님을 잘 구슬리기만 하면 최소 몇 십만 원의 부적을 쓰거나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굿판을 벌여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980년대 우리나라 최대의 점성촌으로 불렸던 미아리 ‘ㅁ’철학관 최모 역술인은 “과거 시각장애 역술인들의 영역이었던 ‘미아리 점성촌’에 역리학을 공부한 일반인과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미아리 점성촌’만의 특색을 잃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역리학을 바탕으로 학문적 입장에서 손님들이 사주팔자를 풀이하는 것과 달리 무속인들 역시 역리학을 바탕으로 두고 자신이 모시는 신을 불러 ‘신점’과 함께 풀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무속인들에게는 부적과 굿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나. 때문에 우리 같은 영세 철학관은 점점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세 차례 점집을 찾았다는 김모(49·여)씨는 일부 점집의 굿 권유 행태에 대해 말을 보탰다. 
김씨는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 세 곳을 찾았는데 올해 운세가 모두 다르게 나왔다. 첫 번째 집에서는 남편의 바람기가 의심된다며 부적을 권했고, 두 번째 점집은 올해 운세를 좋게 점쳤다”면서 “마지막 점집이 관건이었다. 전체적인 가족 운세가 좋지 않아 조상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굿을 권유했는데 700만원부터 1000만원, 2000만원짜리 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무속인의 말에 아무 의심 없이 굿판을 벌이고 부적을 쓰는 것일까. 김씨는 이 점에 대해 “찜찜해서”라고 답했다.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가만히 무시하자니 자꾸만 마음에 걸려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손님들의 이 같은 생각을 간파한 듯 타깃을 정해놓고 상습적으로 굿판을 벌인다며 돈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적발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무속인도 상당수다.
지난 1월에도 “굿하면 효과”를 본다며 7차례 굿판을 벌여 4억여원을 뜯어낸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병준 판사는 집문제와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이모(36·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서울 논현동의 모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다가 2008년 3월 집주인이 전세로 바꾸자고 하자 친구에게 빌려준 4억 원을 급하게 돌려받으려는 계획을 세우던 중 청담동에서 영업 중이던 이씨를 찾아갔다.

이때 이씨는 “굿을 하면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고, 집도 문제없이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고, A씨는 그를 믿고 굿판을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A씨는 그때마다 이씨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결국 A씨는 “삼세 번 굿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씨의 말에 총 7차례나 굿을 했고, 4억36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4억원을 돌려받을 방법에 대해 상담하러 갔다가 그 보다 많은 돈을 갈취당한 A씨는 뒤늦게나마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같은 달 또 다른 무속인 김모(51·여)씨는 한 사람에게 총 177억원을 가로채 초호화생활을 하다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2월 종합병원 경리과장으로 재직 중인 최모(53·여)씨는 남편이 다치고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는 등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자 무가지에서 ‘용한 점쟁이 선녀만신’이라는 광고를 보고 김모(51·여)씨를 찾아갔다.

이에 김씨는 천도제 기도비 등의 명복으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가족을 위해 전 재산 5억원을 바쳤다. 이후에도 김씨는 계속해서 천도제와 가족의 건강 등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자신이 일하는 종합병원의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해 3년간 172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무속인 사기사건 ‘펑펑’

이와 관련 윤모 역학사는 “일부 무속인들의 행태를 일반화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집 같은 경우 대부분의 장사를 연초에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월 손님을 잡지 못 하면 한 해 동안 파리를 날리는 셈”이라면서 “때문에 연초를 성수기로 바짝 손님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무조건 굿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굿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굿을 통해 더 큰 화를 막을 수도 있으니 굿을 나쁘게만은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 무속인은 “내 주변에는 아무런 악재도 없는 사람에게 굿을 하라고 강요하는 무속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굿의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판돈을 부풀려 부르기는 한다”고 말했다.

점집이 워낙 한 철 장사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을 때 미리미리 벌어두지 않으면 한해살이가 힘든 무속인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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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