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용익은 단색화, 민중미술, 대안 공간 운동, 공공미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일민미술관이 김용익 작가의 40년간 화업을 되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을 마련했다. 그의 미술 인생 속으로 ‘가까이…더 가까이…’ 들어가 보자.
일민미술관은 지난 1일 김용익 개인전 ‘가까이…더 가까이…’를 개최했다. 김용익 작가의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하는 이번 전시에는 미술가로서 작가가 고뇌했던 흔적이 담긴 대형 회화, 설치 작품, 글 등 100여점이 공개된다.
땡땡이 회화
김 작가는 1970년대 중반 천 주름의 착시 효과를 활용한 ‘평면 오브제’로 화단에 입성했다. 당시 김 작가는 앙데빵당전, 에꼴 드 서울전 등 유명 전시에서 모더니즘 계열의 막내 세대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1년 김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 평면 오브제를 박스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당대 모더니즘 미술과 단절을 선언한다. 당시 정치 상황은 매우 엄혹했고, 김 작가와 동년배 미술가들은 이에 항거해 민중 미술을 표방하고 있었다. 김 작가 역시 시각 예술의 순수한 형식 실험과 당대 현실에 대항하는 실천으로서의 미술 사이에서 고뇌했다.
1990년대가 되자 김 작가는 소위 말하는 ‘땡땡이 회화’ 시리즈를 다수 제작했다. 캔버스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원을 나열한 이 작업은 언뜻 보면 모더니즘 회화 형식과 닮아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캔버스 구석에 작고 희미하게 글이 남겨져 있다. 또한 작품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오염된 흔적까지 있다. 이는 김 작가가 모더니즘 회화를 바라보는 태도를 드러낸다는 평이다.
김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방식을 더 심화한다. 김 작가는 자신의 예전 작품을 검은색과 금색 물감으로 지워버리는 ‘절망의 완수’ 시리즈를 제작했다. 김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지우고 남은 부분과 캔버스 뒷면에 글을 적었다.
김 작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40년간 진행해 온 작품 활동의 결과물을 관 형태의 나무 상자에 봉인하고 그 위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도상과 글을 덧붙이는 제의적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원 왕생’ ‘지장보살-1’ ‘풍장’ 등 신작 10여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자기 자신, 미술,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흐름에 다가가
1전시실에는 김 작가의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작품이, 2전시실에는 김 작가의 전성기인 1990년대 대형 회화 작업이 소개된다. 3전시실에서는 ‘관 작업’ 시리즈를 비롯, 김 작가의 지난 40년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일민미술관 함영준 책임큐레이터는 “이번 개인전은 한 미술가의 작품 세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역사적 개인으로서의 미술가를 드러내고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미술의 흐름에 가까이 다가가 보는 전시”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6일까지 열린다.
<jsjang@ilyosisa.co.kr>
[김용익은?]
▲1947 서울 출생
▲1975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학·석사
▲개인전
‘가까이... 더 가까이...’, 일민미술관, 서울(2016)
‘무통문명無痛文明에 소심하게 저항하기’, 아트 스페이스 풀, 서울(2011)
갤러리 175, 서울(2006)
표 갤러리, 서울(2003)
갤러리 사간, 서울(2002)
‘가까이... 더 가까이...’, 웅 갤러리, 서울(2001)
‘양평 프로젝트/프로젝트’, 국립민속박물관, 서울(2000)
금호미술관, 서울(1997)
웅 갤러리, 서울(1996)
학천화랑, 청주(1995)
인공갤러리, 대구(1994)
인공갤러리, 서울(1993)
다인갤러리, 서울(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