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정우택 대망론' 집중해부

'반기문 변수' 넘어 대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도령’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마땅히 치고 나가는 주자가 없는 당내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정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각종 유의미한 사회활동 등을 소화하며 대권을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여권의 새로운 대안으로 뜨고 있는 정 의원에 대해 <일요시사>가 속속들이 파헤쳐봤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의 좌우명이다. 이는 존 에프 케네디 미국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이기도 하다. 39세에 공직서 나온 정 의원은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치인으로서의 탈바꿈 이후 정·관가를 넘나들며 입지를 다져온 그는 오랜 시간 염원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청지기’ 정도령
대권까지 직행?

최근 정 의원은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서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여의도에 새로 사무실을 내며 출마 준비에 나선 것이다. 오는 9, 10월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말도 했다. 현재 정 의원은 제반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주변인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도 나쁘지 않다. 김무성·오세훈·유승민 등 비박(비 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은 이번 8·9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행보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남경필·원희룡·홍준표 등 광역자치단체장 대선주자들은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또한 출마를 암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 1월에야 출마선언이 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국내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들 대부분이 비박계라는 점도 범박(범 친박계)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가에선 정 의원이 내년 대선에 있어서 태풍의 핵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유리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개인 역량에 있어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김대중정부 시절 해양수산부장관을 역임한 이후 충북도지사, 그리고 국회의원 등 이른바 ‘트리플크라운’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또한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제19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충청에서만 4선(제15·16·19·20대)을 지낸 그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잇는 충청의 차기 맹주로 통한다. 때문에 충청대망론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1순위로 정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 의원 또한 그런 지역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다면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권행보를 암시하고 있다.

그의 정치 인생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다. 알려진 대로 정 의원의 선친은 정운갑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고향인 충북 진천서 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10대 국회까지 5선을 했으며, 이승만정권 당시 농림부장관(13대)에 임명되는 등 정계 거물이었다.

비박계 줄줄이 타격, 주목받는 ‘정풍’
당내 경제·정책통, '공정경제' 띄운다

지난 1979년 9월 당시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하자 정 전 의원은 총재직무대행 자격으로 당을 이끌기도 했다. 유년시절 정 의원은 그런 선친을 통해 정치를 보고 배웠다.


그러나 그의 정치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정 의원은 4선 의원이 되기 위해 지난 14대 총선, 17대 총선 때 낙선의 쓴맛을 봤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낙선해 충북지사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8개월간 택시기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3번의 낙선은 뼈아팠지만,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1999년 자신의 에세이집을 통해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과 그들이 내게 준 가르침은 나의 실수와 실패 속에서 다가왔다. 나는 내 실패를 사랑한다.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또 다른 대선주자인 같은 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당내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정 의원의 친형인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딴 이후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박사를 딴 석학이다.

최근 정 의원이 대표로 국회 연구단체 ‘미래성장 경제정책포럼’을 창립한 일은 경제통으로서의 그의 전문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 의원은 “포럼의 창립 목적은 경제활성화가 최우선”이라며 “여야 의원은 물론 원외 경제전문가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을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복수의 언론은 해당 포럼을 두고 향후 정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
경제전문가 정평

그는 낙수경제, 분수경제 등을 외치는 다른 경제전문가들과는 달리 ‘공정경제’를 주장한다. 방법론적으로 재벌의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가 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조세의 공정성 회복 등을 골자로 한 공정성장론과 닿아있다.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포용적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관, 도지사 등을 두루 거치며 쌓아온 행정과 정책을 아우르는 역량과 경험은 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정책 경험을 쌓았다. 충북도지사 시절 ‘경제특별도’를 기치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70여개 기업에서 24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내 성공한 자치단체장이란 평가도 들었다.

이렇듯 정책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여의도서도 빛을 발했다. 자민련서 4년간 정책위의장을 맡아 활약했으며, 19대 국회 당시 정무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는 법안 하나하나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듯 중앙-지역, 관가-정가를 넘나들며 지난 20여년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그의 대권행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 의원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다. 청년지킴이의 줄임말인 ‘청지기’는 정 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기도 하다(정 의원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어 청주지킴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 분위기 조성
수도권도 시간문제

최근 정 의원은 전국 대학교를 돌며 청년 창업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현장서 그는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부여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책무”라며 “나의 작은 발걸음이 창조적인 청년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 창업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힘줘 말하고 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일자리 100만개 창출 특별위원회’구성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전면 재정비 및 조속한 처리를 제안하는 등 청년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공약으로 청년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청년 희망 통합시스템’ 도입, 맞춤형 도심재생 청년창업지구 조성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이 20~30대 지지자들의 외면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 의원의 ‘청지기’ 행보는 그를 여당 내에서 차별화된 대선주자로 만들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그의 활동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아 의미가 크다.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창업진흥원의 법정기관화를 골자로 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업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할 만큼 창업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며 “창업진흥원의 법정기관화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조사연구 및 평가관리, 창업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과 외국인 국내창업 지원, 창업 촉진을 위한 지원시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창업 기본 환경 조성 및 운영·지원을 통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장관-지사-의원 ‘트리플크라운’ 이력
남겨진 반기문 숙제, 정면 돌파 시사

뿐만 아니라 정 의원은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the Best, 이하 ‘BoB’)을 지원하는 K-BoB 시큐리티 포럼 상임고문을 맡아 교육생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BOB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유준상)이 정보보안 분야의 우수한 재능을 갖춘 청년들을 선발해 국보급 보안인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벌써 5기를 맞은 BOB프로그램은 최근 차세대 보안리더 140명의 교육생을 모집해 발대식을 갖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말, 정 의원은 이들 140명을 대상으로 ‘혁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서 “사회의 주요 문제로서 청년실업문제, 정당의 혁신, 사회통합의 저하, 기업 수익성 및 잠재성장률 악화, 부정부패, 저출산·고령화 등을 지적하며 이같이 사회현상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도 정 의원의 대선 길을 밝히는 요소 중 하나다. 비록 범박계로 분류되지만,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박계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결국 반기문이란 암초를 어떻게 뛰어넘느냐가 정 의원에게 남겨진 숙제다.

같은 충청이 지지 기반인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정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은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 대표가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 안을 제시한 것도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말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JP 잇는 맹주
변수는 반기문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대표의 당선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어느 계파의 출신이 당대표가 됐다고 해서 누가 (대선에서) 유리하고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라며 “(만약 대선 과정에서) 계파 유불리가 작용한다면 뚜렷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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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