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전대 후폭풍> ‘박심’ 이정현의 네가지 임무

활짝 열렸다 ‘도로 친박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새누리당 8·9전당대회는 이정현, 아니 친박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권을 잡은 이정현 신임 대표는 이제 다각적인 임무 수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관계 정립, 내부 교통정리, 야당 압박, 대선주자 옥석가리기 등이 바로 그것. ‘박근혜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이 대표가 취할 액션플랜을 <일요시사>가 진단해봤다.

 

친박의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이정현의 당권 쟁취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후반부 가장 골치 아팠을 일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박근혜정권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비박계 지도부는 그간 당청관계에 있어서 박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국정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줄 친박계 지도부가 절실했을 터. 그런 오랜 숙원이 임기 후반부, 바로 레임덕을 코앞에 두고 해결된 모습이다.

박근혜 복심
이정현 비상

이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게 된다. 그 중 1년6개월여의 시간이 박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그 사이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경선을 총괄하는 것도 이 대표의 몫이다. 이외에도 이 대표가 수행하게 될 임무들은 산적해 있다.

재임 기간이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이 대표는 먼저 당청관계 정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대가 있기 전부터 이정현 당시 후보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정권을 ‘운명공동체’로 정의 내렸다.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의 청와대 오찬은 그 첫 걸음이었다. 당청의 ‘신(新) 밀월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당에서는 이 대표와 당선된 최고위원 5명은 물론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함께 자리했다. 청와대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동석했다.


당청 소통에 있어서 김재원 수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청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때문에 당 지도부와의 스킨십은 필수적이다. 김 수석이 국정 운영의 키맨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당청 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정무수석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김 수석의 전임이었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 또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어그러진 당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임명됐다가 ‘총선 돌격대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교체된 바 있다.

김재원과 궁합
너는 내 운명?

두 사람의 관계가 첫 단추부터 잘 꿰졌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김 수석과 만나 소통 의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 수석에게 “한 명의 대통령이 여러 국정을 다루는 데 얼마나 많이 바쁘시겠냐”며 “할 수 없이 수석님과 많은 접촉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의 순풍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임무는 소통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 내부 기강잡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김 수석에게 “새누리당 사람들은 여당이 뭔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며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야당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대하려고 하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지위·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박계에 대한 선전 포고로도 해석된다. 또한 이 대표는 당선 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서 공개 발언을 사실상 폐지해 ‘함구령’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박계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조치에 대해 비주류를 말살하기 위한 ‘언로(言路)’ 차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편으론 비박계 보듬기에 나서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비박계 대표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는 대체로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인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지도부 체제…당청 순풍 예고
김재원과 관계 주목 “첫 단추 성공적”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가 그간 박 대통령과 부딪쳐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행보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전대가 있기 전 이 대표의 경쟁 상대인 주호영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이 대표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사람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있었던 국회법 파동 이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는 등 친박계와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대화는 의외의 면이 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이러한 보듬기 행보는 당청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외적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 이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광폭 행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파 간 화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가에서는 또 다른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예상되는 ‘발화지(發火地)’는 바로 당직 인선이다.
 

이 대표는 전대 직후 대표 수락 기자회견서 계파 탕평을 약속했다. 그는 “적재적소가 최우선이지 계파, 파벌,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인사는 본래 내 원칙과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원내에서 해온 많은 당직을 원외(인사)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 활동, 지역구 행사 등에 얽매이지 않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당 운영과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직 인선 뇌관
원외 중용 의지

이 대표가 인선할 주요 당직으로는 과거 제1∼3부총장에 해당하는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과 정책·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장,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각종 주요 선거에서 외연 확장을 담당하는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있다.

여기에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도 이 대표가 임명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정책, 정세 분석, 미디어 대응 등을 담당할 조직은 원외 인사들 중 전문가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이 대표는 박명재 사무총장을 포함한 현재의 주요 당직자들로 당을 운영하되 시간을 두고 인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 대표는 측근 그룹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대에서도 캠프를 꾸리지 않고 ‘나홀로’ 선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적 부채가 없는 상황에서 능력 위주의 인선을 단행할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측근이라는 보호막이 없어 비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사무총장이나 여의도연구원 등 주요 당직을 친박계의 반대로 장기간 공석으로 남겨 놓은 선례가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인 이 대표가 얼마나 실천 의지를 갖고 움직일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직접 인선할 수 있는 자리외에도 이 대표의 입김이 얼마만큼 발휘될지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야권은 우 수석에 대해 즉각 사퇴를 요구해왔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권의 도움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갓 지도부가 출범했다면 더욱 야권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당정·국정 수행에 있어서 우 수석의 존재는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 수석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 대표가 야권과 추가경정 예산안,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등에 대한 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 내리고 반 띄울까
킹메이커 역할 주목


새누리당은 ‘이정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도부는 사실상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중간에 있는 과도기적인 지도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선 후보자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당의 무게중심이 대선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 대표의 ‘옥석가리기’가 언제쯤 시작될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정당 구조상 특정 지지 세력을 배제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곧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특정 계파와 지역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현재 정가에서는 ‘대구·경북(TK)-충청-호남’의 트라이앵글 연대설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대망론으로 이어졌다. 단지 반 총장이 친박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대가 있기 전 정가에서는 ‘TK-충청 연대론’이 피어난 적 있다. 4·13 총선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TK-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당시 최경환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 시점이기에 ‘최경환 당 대표,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친박계가 움직일 것이란 말까지 돌았다. 그러나 이제 이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TK-충청-호남이 삼각편대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청서 반 총장이 대망론을 피우고 TK에선 친박 실세인 최 의원이 막후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이 대표가 호남에서 야권의 표를 가져온다는 시나리오다.

TK-충청-호남
삼각편대 구성

이 대표는 곧 야권 텃밭 공략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전대가 있기 전 당시 이 후보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당대표가 되면 호남 출신으로 최초의 보수정당 대표가 되는 것이며, 우리 당이 영남만이 아니라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호남의 20% 이상 지지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시대’ 희비 갈린 잠룡들

이정현 신임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여권 대선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TK-충청-호남’을 잇는 삼각 연합이 가능해진 친박계는 반기문 카드를 조기에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단일화에도 친박계에게 힘에서 밀린 비박계는 대선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주호영 후보 지원에 나섰던 김무성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당분간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가운데 연말부터 친박계와 청와대를 상대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인지도를 상승시킨다는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커졌다. 이 대표가 계파 청산을 선언했음에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때를 기점으로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는 모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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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