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전대 후폭풍> ‘박심’ 이정현의 네가지 임무

활짝 열렸다 ‘도로 친박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새누리당 8·9전당대회는 이정현, 아니 친박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권을 잡은 이정현 신임 대표는 이제 다각적인 임무 수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관계 정립, 내부 교통정리, 야당 압박, 대선주자 옥석가리기 등이 바로 그것. ‘박근혜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이 대표가 취할 액션플랜을 <일요시사>가 진단해봤다.

 

친박의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이정현의 당권 쟁취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후반부 가장 골치 아팠을 일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박근혜정권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비박계 지도부는 그간 당청관계에 있어서 박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국정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동조해 줄 친박계 지도부가 절실했을 터. 그런 오랜 숙원이 임기 후반부, 바로 레임덕을 코앞에 두고 해결된 모습이다.

박근혜 복심
이정현 비상

이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게 된다. 그 중 1년6개월여의 시간이 박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그 사이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경선을 총괄하는 것도 이 대표의 몫이다. 이외에도 이 대표가 수행하게 될 임무들은 산적해 있다.

재임 기간이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이 대표는 먼저 당청관계 정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대가 있기 전부터 이정현 당시 후보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정권을 ‘운명공동체’로 정의 내렸다.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의 청와대 오찬은 그 첫 걸음이었다. 당청의 ‘신(新) 밀월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당에서는 이 대표와 당선된 최고위원 5명은 물론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함께 자리했다. 청와대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동석했다.


당청 소통에 있어서 김재원 수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청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때문에 당 지도부와의 스킨십은 필수적이다. 김 수석이 국정 운영의 키맨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당청 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정무수석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김 수석의 전임이었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 또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어그러진 당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임명됐다가 ‘총선 돌격대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교체된 바 있다.

김재원과 궁합
너는 내 운명?

두 사람의 관계가 첫 단추부터 잘 꿰졌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과의 오찬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김 수석과 만나 소통 의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 수석에게 “한 명의 대통령이 여러 국정을 다루는 데 얼마나 많이 바쁘시겠냐”며 “할 수 없이 수석님과 많은 접촉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청 관계의 순풍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임무는 소통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 내부 기강잡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김 수석에게 “새누리당 사람들은 여당이 뭔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며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야당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대하려고 하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지위·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비박계에 대한 선전 포고로도 해석된다. 또한 이 대표는 당선 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서 공개 발언을 사실상 폐지해 ‘함구령’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박계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조치에 대해 비주류를 말살하기 위한 ‘언로(言路)’ 차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편으론 비박계 보듬기에 나서는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비박계 대표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는 대체로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인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지도부 체제…당청 순풍 예고
김재원과 관계 주목 “첫 단추 성공적”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가 그간 박 대통령과 부딪쳐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행보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전대가 있기 전 이 대표의 경쟁 상대인 주호영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이 대표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사람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있었던 국회법 파동 이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는 등 친박계와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대화는 의외의 면이 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이러한 보듬기 행보는 당청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외적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 이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광폭 행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파 간 화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가에서는 또 다른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예상되는 ‘발화지(發火地)’는 바로 당직 인선이다.
 

이 대표는 전대 직후 대표 수락 기자회견서 계파 탕평을 약속했다. 그는 “적재적소가 최우선이지 계파, 파벌,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인사는 본래 내 원칙과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원내에서 해온 많은 당직을 원외(인사)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 활동, 지역구 행사 등에 얽매이지 않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당 운영과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직 인선 뇌관
원외 중용 의지

이 대표가 인선할 주요 당직으로는 과거 제1∼3부총장에 해당하는 조직부총장,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과 정책·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장,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각종 주요 선거에서 외연 확장을 담당하는 인재영입위원장 등이 있다.

여기에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도 이 대표가 임명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복수의 연설을 통해 정책, 정세 분석, 미디어 대응 등을 담당할 조직은 원외 인사들 중 전문가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이 대표는 박명재 사무총장을 포함한 현재의 주요 당직자들로 당을 운영하되 시간을 두고 인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 대표는 측근 그룹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대에서도 캠프를 꾸리지 않고 ‘나홀로’ 선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적 부채가 없는 상황에서 능력 위주의 인선을 단행할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측근이라는 보호막이 없어 비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사무총장이나 여의도연구원 등 주요 당직을 친박계의 반대로 장기간 공석으로 남겨 놓은 선례가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인 이 대표가 얼마나 실천 의지를 갖고 움직일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직접 인선할 수 있는 자리외에도 이 대표의 입김이 얼마만큼 발휘될지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야권은 우 수석에 대해 즉각 사퇴를 요구해왔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권의 도움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갓 지도부가 출범했다면 더욱 야권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당정·국정 수행에 있어서 우 수석의 존재는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 수석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 대표가 야권과 추가경정 예산안,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등에 대한 딜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 내리고 반 띄울까
킹메이커 역할 주목


새누리당은 ‘이정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도부는 사실상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중간에 있는 과도기적인 지도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선 후보자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내년 초를 기점으로 당의 무게중심이 대선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 대표의 ‘옥석가리기’가 언제쯤 시작될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정당 구조상 특정 지지 세력을 배제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곧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특정 계파와 지역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현재 정가에서는 ‘대구·경북(TK)-충청-호남’의 트라이앵글 연대설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대망론으로 이어졌다. 단지 반 총장이 친박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대가 있기 전 정가에서는 ‘TK-충청 연대론’이 피어난 적 있다. 4·13 총선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TK-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당시 최경환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 시점이기에 ‘최경환 당 대표,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친박계가 움직일 것이란 말까지 돌았다. 그러나 이제 이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TK-충청-호남이 삼각편대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청서 반 총장이 대망론을 피우고 TK에선 친박 실세인 최 의원이 막후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이 대표가 호남에서 야권의 표를 가져온다는 시나리오다.

TK-충청-호남
삼각편대 구성

이 대표는 곧 야권 텃밭 공략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전대가 있기 전 당시 이 후보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당대표가 되면 호남 출신으로 최초의 보수정당 대표가 되는 것이며, 우리 당이 영남만이 아니라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호남의 20% 이상 지지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시대’ 희비 갈린 잠룡들

이정현 신임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여권 대선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TK-충청-호남’을 잇는 삼각 연합이 가능해진 친박계는 반기문 카드를 조기에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단일화에도 친박계에게 힘에서 밀린 비박계는 대선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주호영 후보 지원에 나섰던 김무성 전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당분간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가운데 연말부터 친박계와 청와대를 상대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인지도를 상승시킨다는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커졌다. 이 대표가 계파 청산을 선언했음에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때를 기점으로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는 모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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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