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전대 후폭풍> ‘도로’ 친박천하 풀스토리

살판난 박의 사람들 "물 만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축제는 끝났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체제’의 출발을 알렸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새누리당 8·9 전당대회는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현장에선 치열한 응원 공방이 오갔다.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현장은 뜨거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로 친박당’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8·9전대를 <일요시사>가 복기해봤다.

친박 천하가 시작됐다. 4·13 총선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수에서는 비박, 응집력에서는 친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의 균형이 맞춰졌으나, 총선에서 비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서 탈락하면서 8·9 전당대회에까지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비박계는 계파의 존속까지 걱정해야 될 정도로 코너에 몰리게 됐다.

친박 당 장악
비박 존속 우려

전대 경선서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당권 주자들은 하나같이 계파 청산을 외쳤지만, 전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파 대결 양상으로 전개됐다. 친박 패권주의를 지적해온 비박계는 두 차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고 경선 막판에는 계파별로 ‘오더 투표’ 의혹까지 불거져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누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반쪽 대표’에 그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신임 대표를 선택했다. 그는 기존 여론조사서 1위를 석권했던 기세를 그대로 이어나가 무난하게 당권을 쟁취했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 측근이 없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이를 뒤로한 채 결국 당 대표까지 올라섰다.

이 대표는 골수 친박으로 분류된다. 같은 계파지만,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주영, 한선교 의원과는 결을 달리한다. 이 의원은 중도 성향의 친박, 한 의원은 원조 친박서 멀박으로 성향이 바뀌었지만, 이 대표는 핵심 친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의 친박 성향은 그의 발언과 행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때부터 박 대통령의 대언론 창구 역할을 해왔던 핵심 측근이다.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해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근혜 진작부터 가신 이정현 낙점?
비박계 인사들 낙마하면서 코너에

이후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3월부터 그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다 2013년 6월부터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1년간 근무했다.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인사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말할 정도로 박 대통령이 믿고 소통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최근 이 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이러한 그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당선 축하인사를 하러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서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게 마치 정의인 것처럼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의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작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대표의 발언을 겨냥해 “대통령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맞서야 한다.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 맞서는 게 정의”라며 “대통령이라고 무조건 맞서지 않으면 그건 정의가 아니고 굴종”이라고 일침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 대표가 당선되고 다음날인 10일 성명을 통해 “눈과 귀를 막고 오직 대통령의 안위만을 지키겠다는 새누리당의 당대표 선거 결과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에 대해 “새누리당의 괴벨스로 당대표의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정현 대표
새누리 괴벨스


괴벨스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으로 교묘한 선동정치를 통해 나치당의 당세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또한 전국언론노조는 이 대표가 홍보수석으로 있던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의 통화에서 “하필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보셨네”라고 말하는 등 ‘보도개입 파문’이 불거진 당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대표로서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대표는 해당 언론노조는 물론 세월호 참사 특조위, 자신의 지역구인 순천 시민단체들에 의해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다. 이 대표 이외에도 친박계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도 4명을 배출해냈다.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의원(여성), 유창수(청년) 최고위원이 그들이다.

강석호 최고위원만 유일한 비박계로 포함됐다. 사실상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집권당에 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됨으로써 앞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했단 평가가 나오지만, 반대로 계파 갈등의 뇌관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가져가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최고위원은 지난 18대 국회에 친박연대 소속으로 입성한 강성 친박계 인사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선 최경환 의원과 함께 ‘진박 감별사’로도 활동했다. 이 최고위원도 김무성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친박계의 행동대장’이라 불린다.

최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철도공사 사장 시절 역대 최장기 파업사태를 막아내 당시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을 듣는다. 유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청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 그룹을 이끌며 두각을 드러냈다.
 

때문에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이 됐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당 외곽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조간신문은 ‘도로 친박당’으로 대서특필했다”며 이번 새누리당 전대를 촌평하는 등 우려의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

전대가 계파 갈등 청산 신호?
‘찝찝한 허니문’ 화합 가능할까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도로 친박당’이란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대 결과를 친박-비박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새 지도부가 구성된 것을 보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여당과 정부는 공동운명체인 만큼 갈등과 이견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처럼 친박계 당선자들은 하나같이 이번 전대가 계파 청산의 신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말과는 달리 ‘허니문’ 기간임에도 계파 갈등의 신호가 감지돼 과연 화합을 이룰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일하게 지도부에 입성한 비박 강석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참석해 “최근 최경환·윤상현·현기환에 의해 불거진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강 최고위원은 해당 회의석상서 “국민과 당원들이 의문을 가진 사항은 하나하나씩 밝혀야 하고 투명하게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민생, 안보 문제를 포함한 중대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공개적으로 계파 청산을 선언한 이정현 신임 대표. 그러나 취임 하루 만에 ‘함구령’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처음가진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포토타임만 가진 뒤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관례상 최고위는 위원들의 공개발언이 있은 후 비공개로 전환돼 왔다.

친박 최고위원
강성 행동대장

이 대표는 일종의 함구령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과거 최고위에서는 조율이 안 되는 논평이나 내놓았던 곳”이라며 비공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과거 ‘봉숭아 학당’에 머물렀던 최고위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논리다. 그럼에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조치에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이 있다.

비박계에서는 당 지도부가 벌써 언로를 차단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이 대표는 이러한 비박계의 비판을 받아들일 것인지, 현재 계파 대표에 머무느냐 당대표로 거듭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 전대 현장스케치


소문난 잔치에 볼거리 또한 풍성했다. 8·9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거리는 지지자들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잠실실내체육관으로 가는 길은 지지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의 이색 퍼포먼스로 가득 메웠다. 이장우 최고위원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체육관 입구에서 북을 치며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막판 단일화에 성공한 주호영 당대표 후보의 한 지지자는 마치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복장으로 응원을 주도했다. 찌는 듯한 더위는 이들의 열기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무성·유승민 의원,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야당에선 더불어민주당 정장선 총무본부장, 국민의당 조배숙 비상대책위원,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이 각 당 내빈으로 자리했다.

전대 현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어찌나 수가 많았던지 휴대전화의 신호가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미처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서있거나 바닥에 앉아 중앙 무대를 지켜봤다. 마침 인사말을 하러 나온 정진석 원내대표가 대의원들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을 소개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는 “오직 국가를 위해, 오직 국민만을 위해 노심초사 불철주야 애쓰시는 최고지도자 박 대통령께 성원과 박수를 보내달라”고 전하자 장내에서는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빨간색 자켓에 회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약 14분간 연설을 가졌다. 창조 경제를 언급하는가 하면 북한 미사일, 지뢰 도발 등 북한의 위협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사드를 언급하며 이는 ‘방어’ 조치이자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을 힘줘 말했다. 장내 어디에서도 사드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환호만이 있을 뿐이었다.

‘소문난 잔치’ 볼거리도 풍성
박 대통령 등장에 열기 후끈

연설 후 본격적인 정견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주자는 이정현 후보였다. 상징과도 같던 밀짚모자와 회색빛 점퍼는 여전했다. 지역주의를 넘어섰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는 특유의 화법도 이어졌다. 연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됐으며 두 손을 단상에 내려치는 특유의 제스처도 첨가됐다. 마지막으로 “일하고 싶습니다”를 서너번 외치고 연설은 종료됐다.

다음 주자인 한선교 후보의 연설은 “된다. 된다. 된다”라는 구호로 시작됐다. 특이할 점은 사드에 대해 언급했는데, 당선되면 곧바로 성주로 내려가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듣겠다고 공약했다. 마지막으로 한 후보는 앞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친 이 후보의 연설을 벤치마킹해 “저도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위트 있게 끝냈다.

비박계 단일화를 이룬 주호영 후보는 연설에서 막장 공천과 총선 참패를 꼬집었다. 기호4번을 모티브로 자신에 대해 새누리당의 4번 타자라고 홍보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출마했다”며 친박계를 향한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주 후보 측 지지자들의 조직적 응원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

마지막으로 나선 이주영 후보는 다소 목이 쉰 상태였지만, 큰 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간간히 경남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친근함을 더하다가도 친박의 ‘오더 정치’를 언급할 때는 이정현 후보를 정면 겨냥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당기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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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