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박근혜 8월 승부수

개각과 전대…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레임덕을 목전에 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현 상황에서 예상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중폭 개각’과 ‘친박계 당대표’다.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박 대통령은 8월 중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박 대통령의 행보는 예상보다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정가에서는 예상한다.

최근 정가의 최대 화두는 ‘개각’과 ‘8·9 전당대회’다. 국회 보좌진들이 기자를 만나면 이 두 가지는 꼭 물어볼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둘 모두 향후 국정 운영의 향배를 가를 중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청와대에서 개각 적기를 점치고 있다는 소식을 정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최근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것을 두고 전대 개입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내각 물갈이
후보 줄이어

과연 박근혜 정권은 중폭 개각에 나설 것인가. 박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온 시점에 개각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휴가 후 인사 단행’이란 패턴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집권 첫 해인 지난 2013년부터 매년 휴가에서 돌아온 직후 청와대 비서진 또는 정부부처 장관을 일부 교체해왔다. 일각에서는 후보군 인사검증이 이미 끝난 상태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소야대’ ‘사드 후폭풍’ 등 박근혜호가 국정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라 개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휴가 전부터 남은 1년 반가량을 위해 국정 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7월 말 또는 8월 초 사이에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일찌감치 정·관가에 퍼진 바 있다.

개각 대상 부처로는 정권 출범 때 임명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환경부,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외교부를 비롯, 재임 기간이 2년에 가까운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그동안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교체 여부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처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풍문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야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 정부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야권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 문제를 ‘협치’ 가늠자로 삼았지만, 보훈처가 기념곡 지정을 불허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야권은 꾸준히 박 처장 경질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미래부·문체부를 두고는 문책성 장관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미래부는 최근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체부는 새로운 국가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창의 한국)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타격을 받았다. 이에 해당 부처의 장관 교체는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최양희 미래부장관의 뒤를 이을 후임 미래부장관 후보자 5명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후보 중 한 명인 홍남기 미래부 1차관은 강원 춘천 출신으로 춘천고, 한양대 경제학과를 나와 제29회 행정고시(이하 행시)에 합격했다.

지난 1984년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경제기획원 심사평가국 행정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행정사무관, 예산청·기획예산처 예산실 예산총괄과 서기관, 기획예산처 성과주의예산팀장·예산실 예산기준과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바 있다. 이후 박근혜정부 출범 때부터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지난해 2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기획비서관으로 발탁됐다.

홍 차관에 앞서 미래부 1차관을 지낸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의 이름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 1957년 광주에서 태어나 제15회 기술고등고시를 합격했으며, KT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또 다른 후보자인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충북 출신으로 행시27기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정보통신미디어정책학 석사로 졸업했다. 지난 2월까지 미래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가 쪽 사람의 이름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서상기 전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그들이다. 3선인 서 전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19대 국회에서 후반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위원이었다.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19대 미방위 위원장을 하기도 했다.

개국공신들
원년멤버도 교체?

김종덕 문체부장관의 후임으로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장관이 가장 유력하다는 소문이다. 지난 1966년 서울 출생인 조 전 장관은 제33회 사법고시를 합격한 법조인 출신이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여가부장관을 지내다 사퇴한 후 제20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이혜훈 당시 후보와의 경선에 패배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 입성에 실패한 조 전 장관을 구제하기 위한 회전문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또한 문체부처럼 한 명의 유력 후보가 거론된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뒤를 이어 이정섭 환경부차관의 승진이 예상된다. 1963생인 그는 충남에서 태어나 31회 행시를 합격했다. 과거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환경부에서만 근무해 적임자라는 평가다.

농림부는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이양호 농촌진흥청 청장의 양자 구도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1957년생으로 경북 출생으로 지난 2013년 3월 지금의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기 전인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1차관을 지낸 바 있다.
 

1959년생인 이 청장은 김 사장과 같은 경북 출생이다. 김 사장은 경북고, 경북대를 나온 반면 이 청장은 영남고, 영남대를 나와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 출신들의 대결이 흥미롭다.

중폭 인사 가시화 4∼6개 부처 거론
미래부·외교부 하마평 문책성 교체?

고용부장관 또한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양자 구도다. 1958년생인 이 이사장은 경기 출신으로 26회 행시를 합격했다. 또한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고용부 차관을 지냈다. 박 이사장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었으며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제6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교체도 예상되고 있다. 최근 사드 배치를 발표하던 시각에 윤 장관이 한가로이 강남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사실이 확인돼 이러한 기류가 가속화됐다. 윤 장관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재임한 박근혜정부 ‘원년 멤버’다. 박 대통령의 ‘외교 철학’을 잘 이해해 임기 5년을 채울 것이란 전망 때문에 ‘오병세’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다.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차기 외교부장관 후보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한편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서울 출생으로 제14회 외무고시를 합격한 동기다. 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그중 김 수석과 조 차장은 같은 고등학교(경기고)를 나왔으며 둘 모두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바 있다.

이처럼 하마평이 줄을 잇는 가운데 개각 시기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당초 7월이 예상됐던 만큼 청와대가 개각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언론을 통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설에 올라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까지 받게 되면서 개각 시기가 늦어지거나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우 수석 사퇴까지 거론되고 있어 개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변수
개각 시기는?


반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권의 우 수석 사퇴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개각 등을 진행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박 대통령이 휴가 중이던 지난달 28일 신임 경찰청장을 내정한 게 그 증거라는 것이다. 필요한 인사수요에 즉각 대처한 것만 봐도 개각에 대한 기류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우 수석 사퇴와는 별개로 박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 내려지면 조기에 개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까지 최대 한 달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내각 구성을 마무리 지으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8·15 특별사면을 예고한 것도 국정 운영을 위한 승부수라는 견해가 있다. 사면 바람을 통해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국정 동력으로 사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과연 경제인과 정치인 몇 명이 대상에 포함될 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8·9 전대는 새누리당은 물론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당·정·청 관계가 정립될 것이고 이는 박근혜정부의 수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당·정·청 관계에 있어 비박계 후보자들은 ‘수평적 관계’를 통한 균형과 견제를 내세우는 반면 친박계는 ‘당·정·청 일체화’를 통한 공존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 당대표 세우나? 만찬 노림수
전대 후보들 당정청 관계 온도차

친박계로 꼽히는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은 “당과 청와대는 한 몸”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 TV토론회가 열렸을 때 이주영 의원은 “터무니없이 야당이 공세를 취하거나 발목을 잡으면 당이 일체가 되서 설득하고 때론 강경하게 막아가야지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우리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박계인 주호영, 정병국 의원은 친박계가 당권을 잡았을 경우 당이 청와대에 끌려갈 것이란 우려를 내놓았다. 주 의원과 단일화 되기 전 정 의원은 해당 토론회에서 “당·정·청 관계에서 중요한 건 소통인데 친박은 무조건 청와대 얘기만 따라간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를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당이 돼야 (당·정·청) 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친박 중 당대표가 되면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 하는 우려가 있고 반대로 비박계가 되면 과연 협조가 될 수 있을지 걱정도 있다”며 “중립적인 사람이 당대표를 맡아서 적절한 협조와 긴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정·청 관계뿐만 아니라 개각에 대한 의견 또한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개각의 필요성에 대해 비박계 주호영 의원은 찬성한 반면, 친박계 이주영·한선교·이정현 의원은 반대해 계파 간 온도차가 있음을 입증했다. 다만 한 의원의 경우 개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3∼4개 부처 장관의 개각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후보자들 간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전대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TK 지역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일이 일종의 전대 개입이 아니냐는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달 김정재 의원을 포함해 TK 지역 초선 의원들이 사드 배치와 대구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민심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전대 개입 논란을 일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TK 초선과의 면담이)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느냐”며 반문한 뒤 “국정 현안에 대한 민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8·9 전당대회
친박으로 모여?

박 대통령 또한 대변인의 말이 있기 전날 있었던 국무회의에서 “나는 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현안들에 대해 민심을 청취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지역의 대표인 의원들과 단체장들을 직접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전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친박계가 다수인 TK 초선들과의 만남은 자칫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 비박 지지 노림수
무대도 전대 개입?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비주류가 당대표가 돼야한다”며 정병국·주호영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 것을 두고 친박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징계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수일간의 외국 일정을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한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의 해당 발언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김 전 대표의 발언이) 계파 갈등보다는 당의 화합과 미래 비전을 위한 전대가 되도록 하는 데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주류가 당대표 돼야”
화합 위한 전대에 찬물

역시 친박 핵심인 김태흠 의원 또한 “김 전 대표가 비박계 특정 후보를 밀면서 노골적으로 전대에 개입하고 있다”라며 “본인이 비박계 후보 단일화를 직간접적으로 종용하면서 ‘친박 비주류’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쏘아붙였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장우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가 ‘짝퉁’ 배낭여행을 하며 전대에 개입하고 있다”라며 “비박계 단일화를 운운하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비난했다. 또한 김 전 대표에 대해 “역대 최악의 당대표였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 전 대표의 이런 선거 개입과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당규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김희옥 비대위원장에게 김 전 대표의 징계를 요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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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