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기록관, 5·16 ‘혁명’ 표기 논란

국립국어원도 ‘군사정변’이라는…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통령기록관이 5·16 관련 사진 기록물에 ‘군사 정변’ 대신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전적으로 5·16은 군사 정변으로 준용되고 있음에도,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다. 왜 해당 기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윈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이에 대한 지적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는 역대 대통령의 재임 당시 사진들이 다수 공개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총 1584장이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사진 기록물로 분류돼 일반에 공개돼 있다. 이중 ‘5·16 혁명’ 내지는 ‘군사 혁명’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은 총 30장. 반면 군사 정변을 제목으로 한 사진은 해당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수집한 기록물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올바른 역사인식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기관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왜 혁명?

‘5·16혁명군 환영 남녀학생 시가행진’ ‘5·16혁명이후 특집사진 전시회’ ‘군사혁명당시의 박정희 소장 일행모습’. 이는 해당 30장의 사진 중 일부의 제목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록관 측의 설명은 없으며, 단지 제목과 사진만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5·16에 대한 표제어를 ‘오일륙 군사 정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설명에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한 소장 장교들이 일으킨 군사 정변’이라고 기술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전들에서도 5·16은 군사 정변으로 정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 측은 혁명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생산기관에서 기재한 내용을 기록관 측이 임의대로 변경할 순 없다는 논리다. 기록제도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기록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무결성 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혁명이라는 말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올라간 기록물 등을 관리하는 기록콘텐츠과 담당자는 “(대통령기록관은) 기록물을 해석‧평가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된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사진들은 모두 지난 1961~4년 사이 공보처에 의해 생산됐다. 공보처는 지금은 통‧폐합된 국정홍보처의 전신이다. 대통령기록관을 소속으로 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측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당시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의 80~90%는 이곳 공보처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생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외부일정을 수행할 때 BH(청와대)로 사진 기사가 파견된다. 기사의 신분은 공보처 소속 공무원이다. 이들이 대통령에 근접하여 사진을 찍게 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다시 공보처로 가져와 봉투에 동봉된다. 겉면에는 사진이 찍힌 날짜와 행사명 등이 기입된다. 전산화 시스템이 없었던 당시에는 그런 방식으로 기록물을 보존‧관리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물들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진다. 관련법 제4장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열람을 보면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은 생산연도 종료 후 30년이 경과하면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의 5·16 사진들도 공보처에서 소유하고 있다가 1990년대에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수집한 사진들을 대상으로 국가기록원은 2000년도 들어 대대적인 전산화 사업을 시작, 봉투에 적혀있던 날짜‧행사명 등을 사진의 제목으로 입력하게 된다. 이후 2008년 국가기록원 내에 존재하던 대통령기록관이 독립적으로 포털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당 사진과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관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해당 기록관에서 혁명이란 단어를 고수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생산 부처에서 넘어올 때 혁명이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전적으로 준용되는 표현을 쓰는 게 맞다”며 “(군사 정변이라고) 바꾸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사진의 제목은) 지난 1961년 계엄령 상황에서 당시 사진 기사들이 분류를 위해 사용한 말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원 사료 제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부가 설명 없이 무비판적으로 싣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고 미화의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기록관 측 “생산 그대로 해석은 위험”
안행위 이용호 “5·16 기념관인가?”


과연 생산부처에서 넘어온 대로 혁명이라 쓰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대로 군사 정변이라 쓰는 게 맞는 것인지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념적 대립이 치열한 영역이기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장치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록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이러한 장치들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해당 기록관의 상위기관인 국가기록원에서는 ‘군사 혁명’과 더불어 ‘쿠데타’라는 단어를 함께 쓰고 있는 것에 반해 기록관은 그렇지 않아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쿠데타를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5·16군사혁명(쿠데타)군위문쇼’라는 제목의 사진이 2장 검색된다. 이 또한 지난 1961년 당시 공보처에서 생산된 사진으로 앞서의 30장의 사진과 생산년도, 생산부처가 같다.

즉 국가기록원에서는 검색 기능의 효율성과 국민의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혁명’ ‘군사 정변’ ‘쿠데타’ 등 복수의 키워드를 기입해 놓은 것이다. 혁명이라고만 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역대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기록원과 같은 보완책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논란은 비단 혁명이란 말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 관련 사진 기록물 중 유독 5·16과 관련된 사진이 많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 기록물을 중심으로 <일요시사>에서 전수 조사를 펼친 결과 ‘사사오입개헌’ ‘10·26 사태’ ‘12·12 군사 반란’ 등에 대한 사진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3·15 부정선거’는 사진 1장, ‘4·19 혁명’ 22장, ‘유신 헌법 공포’ 2장, ‘5·18 민주화 운동’ 5장, ‘6월 민주항쟁’ 2장이 검색됐지만, 모두 사건이 일어날 당시가 아닌 후대 대통령의 기념식 사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일반에 공개된 사진 중 당시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은 5·16이 유일한 것이다. 특히 5·16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12·12 군사 반란의 경우 관련 사진이 비공개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이처럼 5·16 편중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이용호 의원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는) 5·16 사진이 유독 많은데 대통령기록관이 5·16 기념관인가”라고 되물으며 “진정한 의미의 기록관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독 5·16만

이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록물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해당 위원회는 심의를 하는데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의 독립성 및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유독 5·16에 대해서만 많은 수의 사진들이 심의를 통과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앞서의 기록콘텐츠과 담당자에게 ‘5·16 사진이 해당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이미 공개돼 있던 사진이기 때문에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그는 “대통령 기록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과 기록물을 수집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기록물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측면도 있고, 각 대통령마다 재임기간이 달라 기록물의 상대적인 양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5·16 사진이 유독 많은 점, 혁명으로만 검색이 되는 점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해당 담당자는 “곧 홈페이지 정비 사업이 실시된다”며 “업체와 추가 협상하면서 그런 내용까지 넣어서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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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