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기록관, 5·16 ‘혁명’ 표기 논란

국립국어원도 ‘군사정변’이라는…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통령기록관이 5·16 관련 사진 기록물에 ‘군사 정변’ 대신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전적으로 5·16은 군사 정변으로 준용되고 있음에도,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다. 왜 해당 기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윈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이에 대한 지적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는 역대 대통령의 재임 당시 사진들이 다수 공개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총 1584장이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사진 기록물로 분류돼 일반에 공개돼 있다. 이중 ‘5·16 혁명’ 내지는 ‘군사 혁명’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은 총 30장. 반면 군사 정변을 제목으로 한 사진은 해당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수집한 기록물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올바른 역사인식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기관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왜 혁명?

‘5·16혁명군 환영 남녀학생 시가행진’ ‘5·16혁명이후 특집사진 전시회’ ‘군사혁명당시의 박정희 소장 일행모습’. 이는 해당 30장의 사진 중 일부의 제목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록관 측의 설명은 없으며, 단지 제목과 사진만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5·16에 대한 표제어를 ‘오일륙 군사 정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설명에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한 소장 장교들이 일으킨 군사 정변’이라고 기술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전들에서도 5·16은 군사 정변으로 정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 측은 혁명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생산기관에서 기재한 내용을 기록관 측이 임의대로 변경할 순 없다는 논리다. 기록제도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기록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무결성 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혁명이라는 말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올라간 기록물 등을 관리하는 기록콘텐츠과 담당자는 “(대통령기록관은) 기록물을 해석‧평가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된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사진들은 모두 지난 1961~4년 사이 공보처에 의해 생산됐다. 공보처는 지금은 통‧폐합된 국정홍보처의 전신이다. 대통령기록관을 소속으로 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측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당시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의 80~90%는 이곳 공보처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생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외부일정을 수행할 때 BH(청와대)로 사진 기사가 파견된다. 기사의 신분은 공보처 소속 공무원이다. 이들이 대통령에 근접하여 사진을 찍게 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다시 공보처로 가져와 봉투에 동봉된다. 겉면에는 사진이 찍힌 날짜와 행사명 등이 기입된다. 전산화 시스템이 없었던 당시에는 그런 방식으로 기록물을 보존‧관리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물들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진다. 관련법 제4장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열람을 보면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은 생산연도 종료 후 30년이 경과하면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의 5·16 사진들도 공보처에서 소유하고 있다가 1990년대에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수집한 사진들을 대상으로 국가기록원은 2000년도 들어 대대적인 전산화 사업을 시작, 봉투에 적혀있던 날짜‧행사명 등을 사진의 제목으로 입력하게 된다. 이후 2008년 국가기록원 내에 존재하던 대통령기록관이 독립적으로 포털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당 사진과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관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해당 기록관에서 혁명이란 단어를 고수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생산 부처에서 넘어올 때 혁명이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전적으로 준용되는 표현을 쓰는 게 맞다”며 “(군사 정변이라고) 바꾸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사진의 제목은) 지난 1961년 계엄령 상황에서 당시 사진 기사들이 분류를 위해 사용한 말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원 사료 제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부가 설명 없이 무비판적으로 싣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고 미화의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기록관 측 “생산 그대로 해석은 위험”
안행위 이용호 “5·16 기념관인가?”


과연 생산부처에서 넘어온 대로 혁명이라 쓰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대로 군사 정변이라 쓰는 게 맞는 것인지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념적 대립이 치열한 영역이기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장치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록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이러한 장치들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해당 기록관의 상위기관인 국가기록원에서는 ‘군사 혁명’과 더불어 ‘쿠데타’라는 단어를 함께 쓰고 있는 것에 반해 기록관은 그렇지 않아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쿠데타를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5·16군사혁명(쿠데타)군위문쇼’라는 제목의 사진이 2장 검색된다. 이 또한 지난 1961년 당시 공보처에서 생산된 사진으로 앞서의 30장의 사진과 생산년도, 생산부처가 같다.

즉 국가기록원에서는 검색 기능의 효율성과 국민의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혁명’ ‘군사 정변’ ‘쿠데타’ 등 복수의 키워드를 기입해 놓은 것이다. 혁명이라고만 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역대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기록원과 같은 보완책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논란은 비단 혁명이란 말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 관련 사진 기록물 중 유독 5·16과 관련된 사진이 많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 기록물을 중심으로 <일요시사>에서 전수 조사를 펼친 결과 ‘사사오입개헌’ ‘10·26 사태’ ‘12·12 군사 반란’ 등에 대한 사진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3·15 부정선거’는 사진 1장, ‘4·19 혁명’ 22장, ‘유신 헌법 공포’ 2장, ‘5·18 민주화 운동’ 5장, ‘6월 민주항쟁’ 2장이 검색됐지만, 모두 사건이 일어날 당시가 아닌 후대 대통령의 기념식 사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일반에 공개된 사진 중 당시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은 5·16이 유일한 것이다. 특히 5·16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12·12 군사 반란의 경우 관련 사진이 비공개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이처럼 5·16 편중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이용호 의원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는) 5·16 사진이 유독 많은데 대통령기록관이 5·16 기념관인가”라고 되물으며 “진정한 의미의 기록관으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독 5·16만

이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록물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해당 위원회는 심의를 하는데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의 독립성 및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유독 5·16에 대해서만 많은 수의 사진들이 심의를 통과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앞서의 기록콘텐츠과 담당자에게 ‘5·16 사진이 해당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이미 공개돼 있던 사진이기 때문에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그는 “대통령 기록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과 기록물을 수집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기록물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측면도 있고, 각 대통령마다 재임기간이 달라 기록물의 상대적인 양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5·16 사진이 유독 많은 점, 혁명으로만 검색이 되는 점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해당 담당자는 “곧 홈페이지 정비 사업이 실시된다”며 “업체와 추가 협상하면서 그런 내용까지 넣어서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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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