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 전대 새국면> 이주영 대세론 막전막후

“국민부터 챙긴다” 힘 받는 진심 리더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주영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당초 출마를 선언한 당권 후보들 중 치고 나가는 이가 없어 난전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의외의 전개다. 계파색이 옅다는 점이 대세론의 근원이다. 당이 중도층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히 무기가 될 수 있다. 과연 그는 대세론을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새누리당 당권 레이스는 혼전 양상이었다. 서청원·최경환 등 당초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던 인사들이 줄지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힘의 균형이 맞춰졌다. 친박-비박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균형 잡힌 대결 구도가 정립됐다. 이제 남은 건 단일화. 대부분의 언론은 계파 대표주자 1:1의 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친박계에서는 이주영 의원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모습이다.

당권 혼전 양상
안개 속 레이스

이주영 대세론은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이주영 의원과 독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서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을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정치권은 해당 만찬 자리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전대를 10여일 앞둔 상황에서 좌장의 교통정리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만찬 직후 서 의원은 이 의원을 따로 불러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 의원이 먼저 이 의원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만찬 자리에 이정현·한선교 등 다른 친박계 후보들은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주영으로의 단일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이 의원은 당권 주자들 중 계파색이 가장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언론에서는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비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다는 것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이 의원에 대해 “비박계 내에서도 이 의원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할 정도다. 상대적으로 친박 성향이 짙은 이정현 의원이나, 최근 탈박을 선언한 한선교 의원에 비해 당대표로서 적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체 양상을 고려했을 때도 이 의원의 이러한 성향은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정병국·주호영 등 비박계 측에서는 연일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고 있다. 때문에 표심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이정현 의원은 ‘호남’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지만, 과연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힘으로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한선교 의원은 친박에서 비박으로의 변화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이 의원은 상대 후보들에 비해 뚜렷한 약점이 보이지 않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 의원에 대해 일종의 ‘동정론’이 돌고 있어 흥미롭다. 앞서 이 의원은 원내대표 본선에서 연거푸 탈락한 적이 있다. 지난 2010년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당시 김무성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뜻을 접어야 했다. 지난 2012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이한구·남경필 등에 밀려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2013년에 또 다시 원내대표에 도전했지만 최 의원에게 8표차로 석패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한 후 2015년 재도전했지만, 유승민 의원에 밀려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번에는 이 의원을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있다.

서청원-이주영
시그널 있었나?

이 의원은 최근 광폭 행보를 통해 당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간 ‘선수에 비해 너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그는 ‘당정청 일체론’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내가 그간 계파 정치를 해 오지 않았지만 언론에서 친박이라고 분류하며 앞에 범(凡)자를 붙여 범친박이라 하더라”며 “그렇다고 내가 친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찬 간담회를 마친 이 의원은 곧장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현장에서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오늘에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당 정책통으로서 경쟁력을 가진다. 그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12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당 정책 방향을 주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여의도연구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당의 정책 방향과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연구기구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책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어 이 의원에 대한 기대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당대표가 된 후 ‘킹메이커’로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내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당권 레이스’ 난전 상황서 급반전 전개
친박으로 분류? 계파색 가장 옅다 평가

이 의원은 최근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국회 임기(4년)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켜 효율화를 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같은 날 총 28개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주영의 실천약속’이라 이름붙인 공약들에는 정치분야 15개, 안보·민생분야 13개 공약이 들어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치분야 15개 공약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연내 개헌’을 포함해 ▲용광로 리더십을 통한 계파정치 청산 ▲당정청 일체론 및 여야 협치 구현 ▲국민 이익 우선의 민생정책정당 실현 ▲공정한 공천시스템 확립 ▲지구당 부활 및 지역정치 재정지원 강화 ▲시민·직능단체 연계를 통한 정책역량 강화 ▲당무 전산화·모바일화를 통한 스마트한 대선관리 ▲원외 당협위원장 당무 참여기회 확대 ▲여성 공천할당제 확대·준수 ▲당내 활동에 대한 공천 인센티브 강화 ▲당 중앙위원회 위상 강화 및 당원교육연수 확대 ▲국민소통본부 24시간 운영 ▲당 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세월호 장관’
트레이드 마크

안보·민생분야 13개 공약에는 ▲당내 안보특위 구성 ▲북핵 포기·남북 대화 여건 조성 노력 ▲성별·빈부·지역·이념 갈등 해소 ▲철저한 강력범죄 예방·단속 ▲서비스산업 발전·경기 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 ▲지자체별 출산율 제고 정책 인센티브 부여 ▲자살·아동학대 방지대책 마련 ▲노인일자리·소외계층 복지 확대 ▲농어촌 FTA 피해 손실보전·융복합산업화 ▲건설현장 등 미세먼지 저감대책 수립 ▲비정규직-정규직 격차 해소 ▲전통·한류문화 지원 강화 등 향후 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방향을 제시해 당 정책통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심·당심 올킬한 ‘대중 정치인’
세월호 수습하듯…계파 청산 적임자


또한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도 대세론을 뒷받침한다. 이번 8·9 전대에서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30% 반영되는데, 비록 당원 70%에는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지만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비중임에는 분명하다.

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있을 당시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던 모습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의원이 당권 출마를 선언한 뒤 최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수습정신으로 새누리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말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는 참사 발생 이후 217일간 현장에 머물며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했다. 접이식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가 하면, 매일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돌며 유가족과 소통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을 당시 기자들에게 “피하려면 가족들의 분노가 갈 데가 없다.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사고를 수습하겠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또한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인터넷기자클럽과의 특별 인터뷰에서도 “내가 죄인이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이 의원에 대해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한 바 있다.

당내 정책통
킹메이커 자질

이는 참사 당시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이 의원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당시 유가족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참사 직후 국회가 이주영 당시 해수부장관을 해임 1순위로 거론했음에도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유임됐을 정도였다. 국민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호평했고 ‘세월호 장관’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이후 이 의원의 덥수룩한 수염과 반백발의 머리스타일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당시 4선 의원임에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이 의원은 그렇게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났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은재 유력한 이유

새누리당 여성 최고위원을 향한 레이스가 친박-비박 대결로 좁혀지는 가운데 때 아닌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친박계 최연혜 의원은 지난달 24일 8.9전당대회(이하 전대)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지난달 18일 비박계 이은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단일 후보로 굳어졌으나 양자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 의원의 출마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과연 초선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맞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근원이다. 최 의원은 여성 비례대표로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반면 이 의원은 재선(18·20대) 의원이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를 했지만, 그럼에도 집권 여당에서 초선 비례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는 것은 ‘개인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의 출마를 두고 집권 여당의 추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혹평도 있다.

반면 이 의원의 출마에 대해선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와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평소 부드러운 성향이지만, 대정부질문 등 국정현안에 대해선 적절한 대응 논리와 카리스마를 보여줘 당 지도부 인사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8대 국회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과 국회단상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지난달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과 벌인 설전 또한 당내에서 회자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평소 남성 의원들에게도 할 말은 하는 여장부로 통해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