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 전대 새국면> 이주영 대세론 막전막후

“국민부터 챙긴다” 힘 받는 진심 리더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주영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당초 출마를 선언한 당권 후보들 중 치고 나가는 이가 없어 난전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의외의 전개다. 계파색이 옅다는 점이 대세론의 근원이다. 당이 중도층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히 무기가 될 수 있다. 과연 그는 대세론을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새누리당 당권 레이스는 혼전 양상이었다. 서청원·최경환 등 당초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던 인사들이 줄지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힘의 균형이 맞춰졌다. 친박-비박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균형 잡힌 대결 구도가 정립됐다. 이제 남은 건 단일화. 대부분의 언론은 계파 대표주자 1:1의 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친박계에서는 이주영 의원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모습이다.

당권 혼전 양상
안개 속 레이스

이주영 대세론은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이주영 의원과 독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서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을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정치권은 해당 만찬 자리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전대를 10여일 앞둔 상황에서 좌장의 교통정리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만찬 직후 서 의원은 이 의원을 따로 불러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 의원이 먼저 이 의원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만찬 자리에 이정현·한선교 등 다른 친박계 후보들은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주영으로의 단일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이 의원은 당권 주자들 중 계파색이 가장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언론에서는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비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다는 것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이 의원에 대해 “비박계 내에서도 이 의원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할 정도다. 상대적으로 친박 성향이 짙은 이정현 의원이나, 최근 탈박을 선언한 한선교 의원에 비해 당대표로서 적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체 양상을 고려했을 때도 이 의원의 이러한 성향은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정병국·주호영 등 비박계 측에서는 연일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고 있다. 때문에 표심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이정현 의원은 ‘호남’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지만, 과연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힘으로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한선교 의원은 친박에서 비박으로의 변화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이 의원은 상대 후보들에 비해 뚜렷한 약점이 보이지 않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 의원에 대해 일종의 ‘동정론’이 돌고 있어 흥미롭다. 앞서 이 의원은 원내대표 본선에서 연거푸 탈락한 적이 있다. 지난 2010년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당시 김무성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뜻을 접어야 했다. 지난 2012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이한구·남경필 등에 밀려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2013년에 또 다시 원내대표에 도전했지만 최 의원에게 8표차로 석패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한 후 2015년 재도전했지만, 유승민 의원에 밀려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번에는 이 의원을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있다.

서청원-이주영
시그널 있었나?

이 의원은 최근 광폭 행보를 통해 당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간 ‘선수에 비해 너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그는 ‘당정청 일체론’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내가 그간 계파 정치를 해 오지 않았지만 언론에서 친박이라고 분류하며 앞에 범(凡)자를 붙여 범친박이라 하더라”며 “그렇다고 내가 친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찬 간담회를 마친 이 의원은 곧장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현장에서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오늘에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당 정책통으로서 경쟁력을 가진다. 그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12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당 정책 방향을 주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여의도연구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당의 정책 방향과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연구기구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책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어 이 의원에 대한 기대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당대표가 된 후 ‘킹메이커’로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내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당권 레이스’ 난전 상황서 급반전 전개
친박으로 분류? 계파색 가장 옅다 평가

이 의원은 최근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한편 국회 임기(4년)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켜 효율화를 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같은 날 총 28개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주영의 실천약속’이라 이름붙인 공약들에는 정치분야 15개, 안보·민생분야 13개 공약이 들어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치분야 15개 공약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연내 개헌’을 포함해 ▲용광로 리더십을 통한 계파정치 청산 ▲당정청 일체론 및 여야 협치 구현 ▲국민 이익 우선의 민생정책정당 실현 ▲공정한 공천시스템 확립 ▲지구당 부활 및 지역정치 재정지원 강화 ▲시민·직능단체 연계를 통한 정책역량 강화 ▲당무 전산화·모바일화를 통한 스마트한 대선관리 ▲원외 당협위원장 당무 참여기회 확대 ▲여성 공천할당제 확대·준수 ▲당내 활동에 대한 공천 인센티브 강화 ▲당 중앙위원회 위상 강화 및 당원교육연수 확대 ▲국민소통본부 24시간 운영 ▲당 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세월호 장관’
트레이드 마크

안보·민생분야 13개 공약에는 ▲당내 안보특위 구성 ▲북핵 포기·남북 대화 여건 조성 노력 ▲성별·빈부·지역·이념 갈등 해소 ▲철저한 강력범죄 예방·단속 ▲서비스산업 발전·경기 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 ▲지자체별 출산율 제고 정책 인센티브 부여 ▲자살·아동학대 방지대책 마련 ▲노인일자리·소외계층 복지 확대 ▲농어촌 FTA 피해 손실보전·융복합산업화 ▲건설현장 등 미세먼지 저감대책 수립 ▲비정규직-정규직 격차 해소 ▲전통·한류문화 지원 강화 등 향후 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방향을 제시해 당 정책통으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심·당심 올킬한 ‘대중 정치인’
세월호 수습하듯…계파 청산 적임자


또한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도 대세론을 뒷받침한다. 이번 8·9 전대에서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30% 반영되는데, 비록 당원 70%에는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지만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비중임에는 분명하다.

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있을 당시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던 모습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의원이 당권 출마를 선언한 뒤 최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수습정신으로 새누리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말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는 참사 발생 이후 217일간 현장에 머물며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했다. 접이식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가 하면, 매일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돌며 유가족과 소통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을 당시 기자들에게 “피하려면 가족들의 분노가 갈 데가 없다.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사고를 수습하겠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또한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인터넷기자클럽과의 특별 인터뷰에서도 “내가 죄인이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이 의원에 대해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한 바 있다.

당내 정책통
킹메이커 자질

이는 참사 당시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이 의원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당시 유가족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참사 직후 국회가 이주영 당시 해수부장관을 해임 1순위로 거론했음에도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유임됐을 정도였다. 국민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호평했고 ‘세월호 장관’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이후 이 의원의 덥수룩한 수염과 반백발의 머리스타일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당시 4선 의원임에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이 의원은 그렇게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났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은재 유력한 이유

새누리당 여성 최고위원을 향한 레이스가 친박-비박 대결로 좁혀지는 가운데 때 아닌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친박계 최연혜 의원은 지난달 24일 8.9전당대회(이하 전대)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지난달 18일 비박계 이은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단일 후보로 굳어졌으나 양자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 의원의 출마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과연 초선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맞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근원이다. 최 의원은 여성 비례대표로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반면 이 의원은 재선(18·20대) 의원이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를 했지만, 그럼에도 집권 여당에서 초선 비례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는 것은 ‘개인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의 출마를 두고 집권 여당의 추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혹평도 있다.

반면 이 의원의 출마에 대해선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와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평소 부드러운 성향이지만, 대정부질문 등 국정현안에 대해선 적절한 대응 논리와 카리스마를 보여줘 당 지도부 인사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8대 국회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과 국회단상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지난달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과 벌인 설전 또한 당내에서 회자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평소 남성 의원들에게도 할 말은 하는 여장부로 통해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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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