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론 옹고집 왜?

다시 각인된 ‘불통’ 리더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물결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제1야당 내에서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쪽과 신중론을 주장하는 쪽이 서로 부딪치고 있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파열음. 더민주의 전통적 이슈들을 퇴조시켜버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이상한 당론 채택 기준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채택하라.”

최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외침이다. 사드의 성주 배치가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 시위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및 대구 수성구 등지에서 집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더민주에 촉구하고 있다.

왜 당론 아냐?

‘사드 성주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찾아가 당론 채택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면담서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우 원내대표에게 “지금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밝히고 있지만, 더민주는 그렇지 않다”며 “이점을 확정해 달라. 더민주도 당론으로 반대 표명 입장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당론은 당의 합의된 목소리다. 이는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정해진다.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당론을 정한다. 만약 의결이 어려운 전문적 사안이라면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로 넘어간다. 대표적인 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다. 특위로도 대응이 안 되거나, 물밑에서 진행되는 사안의 경우 별도 TF팀을 꾸려 당론을 논의한다. 이 보다 작은 단위로 전략기획본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구조도 있다.


이처럼 총 4가지 방법을 통해 당은 하나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게 된다. 또한 당론은 주요 당직자의 말과 행동에 일정한 구속력을 지닌다. 더민주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은 “평당원은 당론으로 정해진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등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지만, 대변인 등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당론에 배치되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당론은 개별 의원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 대변인은 ‘의원들이 이슈를 끌고 가는 데 당론의 여부가 중요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당론이 정해지면 사무처에서 정해진 사안에 대해 각 소속 의원실에 보도자료 뿌리듯 브리핑 자료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현재 더민주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론으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는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일찌감치 당론 채택에 선을 그은 영향이 크다. 그는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12일 “소위 수권을 하겠다는 정당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이 얘기하는 식으로 똑같은 형태로 갈 순 없지 않으냐”며 “내가 보기에는 당론으로 갈 수 없다. 당과 나라를 생각해서 끌고 가는 것이지 어떡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의 ‘신중론’을 두고 정가에서는 대단히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해석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더민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한 것”라고 말했다. 중도 표심을 잡기위한 ‘모멘텀’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더민주에서 안보 정당을 내세운 이유도 결국 중도를 의식한 행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사드 사태 후 ‘전략적 모호성’ 견지
문재인 공론화 발언에 “수준이 부족”

20대 국회가 들어선 후 김종인 지도부에서 강조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지난 5월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더민주는 ‘오직 민생’을 구호로 정했다. 지난달에는 비대위 회의장 백드롭(배경막) 문구를 ‘살피는 민생·지키는 안보’로 바꾸기도 했다.

때마침 더민주 공보실에서는 김 대표의 군 생활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민생·경제·안보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가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더민주 이슈들이 퇴조한 것은 사실”라고 말했다.
 


김종인 지도부는 위 세 가지(민생·경제·안보) 이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다른 이슈를 끌고 가는 같은 당 의원, 또는 같은 이슈라도 이번 사드 배치 반대처럼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는 것에 대해 소속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외연 확장에만 몰두해 부동층을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불만이 쌓인 소속 의원들은 개별 행동에 나섰다. 설훈·우원식·유은혜 의원 등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인사 23명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요구와 함께 “수용되지 않는다면 정기국회 예산 편성에서 사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평련계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당이 수권 정당을 목표로 하다 보니 한미동맹에 신중한 입장이고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당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정이 잘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당권주자인 송영길·추미애 의원은 물론 김부겸·김영춘·이훈·김태년·김현미·홍익표 의원 등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도 민평련계 인사들과 같은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신중론을 내비치는 김 대표와는 엇갈린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속 의원들의 입장 발표에도 김 대표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문 전 대표의 '공론화 의견'에 대해 “문 전 대표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나”라며 “사드를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 본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고민은 많이 한 것 같지만, 여전히 수준이 부족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렇듯 사드를 중심으로 한 당내 파열음은 한순간 불쑥 찾아온 게 아니다. 지난달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와 관련해 취재를 하던 도중 더민주 의원실을 통해 지도부의 신중한 접근을 비판하는 의견을 들은 바 있다.

당시 더민주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면서도 “(더민주) 지도부에서는 민생 국회를 약속한 상황에서 (국정화 이슈가) 자칫 이념 전으로 전개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인 지도부가 민생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이슈들은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분열되는 목소리

과연 김 대표의 고집은 수권 정당이 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조사(무선 80% 유선 20%)에 따르면, 더민주 지지율은 전 주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26.3%로 집계됐다. 반면 사드 관련 당론을 일찌감치 선점한 국민의당은 전주보다 1.1%포인트 상승한 15.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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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