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지위' 박근혜 최악의 시나리오

당정청 모두…박근혜정권은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곳곳에서 악재가 터지고 있다. 레임덕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다. 진앙의 중심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곪아왔던 일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온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정운영의 3대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당·정·청에서 동시에 논란이 쏟아지면서 야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집권 이후 최대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자칫 박근혜호가 조기에 좌초될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당에서는 친박 핵심의 공천 개입 파동, 정부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민심 이반, 청와대에서는 ‘실세 중의 실세’ 우병우 민정수석의 김정주 NXC 회장, 진경준 검사장과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흔들리는 보스
레임덕 가시화

새누리당은 친박 실세들의 공천 개입 파동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8·9 전당대회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악재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지난 18∼20일에 걸쳐 윤상현·최경환·현기환 새누리당 의원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18일 보도에 따르면, 윤상현 의원은 김성회 당시 화성갑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 서청원, 최경환, 현기환 의원... 완전 (친박) 핵심들 아니냐”라며 지역구 변경을 종용했다.

그날 저녁 최경환 의원의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그는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라며 핀잔을 줬다. 김 후보가 지역구 변경이 대통령의 뜻이냐고 묻자 “그럼, 그럼, 그럼, 그럼. 옆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고...”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공천 개입에 청와대도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저한테 얘기했던 거 하고 똑같이 얘기하세요.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물어보세요”라며 “나하고 약속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녜요”라고 반문했다. 또한 현 전 수석은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런 식으로 합니까”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친박 실세들
공천개입 의혹

하나하나부터 모든 게 다 문제다. 윤 의원은 지난 총선 전 “김무성 죽여버려” 등 막말을 한 녹취록이 공개돼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다. 최 의원은 최근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난 총선 기간 나는 최고위원은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한 말이 결국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현 전 수석은 지난 3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서울 시내의 모 호텔에서 극비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갔을 때 이를 부인했는데, 또 다른 총선 개입 의혹을 받게 됐다.
 

녹취록 공개 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은 지난 20일,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친박 핵심의 녹취록이 공개된 만큼 청와대의 공천 관여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현 전 수석의 녹취록까지 공개가 됐다. ‘나의 뜻이 대통령의 뜻이다’라는 말은 기가 막힌 대사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을 정무수석이 확인시켜준 녹취록”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공천 개입과 관련해 “대통령을 판 사람들에게 (박 대통령이) 속은 게 맞느냐”라며 “이제 박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주호영 의원도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불법행위에 가깝다. 당의 책임 있는 기구가 과정들을 소상히 밝혀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처벌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 막바지 곳곳서 대형 악재 돌출
‘어쩌나’ 핵심 측근들이 진앙의 중심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있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앞서 사태가 터지기 전 서청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유력해 친박 당대표가 가시권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서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현재 비박계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가능성이 낮아진 실정이다.
 

이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실시될지 주목된다. 비박계는 ‘진상조사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는 ‘진상조사 무용론’으로 맞서고 있다. 조사 여부에 따라 공천에 개입한 사람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으로 인한 전통 지지층의 이탈은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이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한미 공동실무단은 사드의 최적의 배치 용지로 경상북도 성주 지역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양국 국방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대대적인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 서울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발족한 지 5일 후인 지난 21일 성주 주민 2500여명(경찰 추산 2000명)은 서울역 광장에 운집해 결사 반대를 외쳤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드 배치라는 실수를 모두에게 알리고 반드시 철회할 것을 알리고자 천리를 달려 왔다”며 “(정부가) 어제는 후보지, 오늘은 바로 최적지 이런 식으로 발표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가 현장 방문 한 번 없이 책상 위에서 결정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어떻게 (주거지와) 1.5㎞밖에 안 떨어진 곳에 ‘듣도 보도 못한’ 무기를 들여놓을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사드 성주 배치
극렬한 민심이반

MBC의 ‘외부세력 개입’ 보도가 나오면서 성주 군민들의 반발은 더욱 극심해졌다. 지난 16일, MBC는 3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외부인사가 참여한 것을 확인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해당 보도가 ‘윗선’의 지시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을 낳았다. 지난 21일 전국언론노조 주최 ‘사드 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도건협 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의 주장에 의하면, 지난 16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 방문했던 날 지역 MBC 관리부서인 ‘전국부’에서 리포트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대구MBC로 들어왔다고 한다.

도 지부장은 토론 중 “리포트에서 성주 군민의 폭력을 앞세우고 이에 대해 경찰이 엄단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했다는 내용을 붙이고, 그 뒤에 성주 군민의 집회 내용을 언급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거부했더니 서울MBC에서 관련 내용을 자체적으로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일 KBS 지역총국 기자들의 모임인 전국기자협회는 “‘윗선’이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부당하게 ‘공안몰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공영방송 모두 보도의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단단히 뿔이 난 성주 군민들은 시위 때마다 성주해병대전우회 회원을 중심으로 자율 질서요원을 배치하는가 하면, 상징인 파란 리본을 달지 않은 사람들이 시위 대열로 합류하려 하면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며 막아서는 등 더 이상의 왜곡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천 개입 의혹 “대통령의 뜻”
민심 이반 점입가경 사드 사태
'우병우 사태' 권력실세 스캔들

사드 배치 발표를 전후로 민심 이반이 두드러진다. 이는 동남권 신공항 사태와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유권자 2526명(총 통화시도 2만3314명 중 2526명 응답 완료. 응답률 10.8%)을 대상으로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77주차 국정수행 지지도(7월 2주차) 여론조사 주간 집계 결과를 지난 18일 발표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7월 1주차에 비해 전체 지지도는 0.8%포인트 오른 33.8%(매우 잘함 8.9%, 잘하는 편 24.9%)를 기록했다.

그러나 성주 사드 배치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12일과 발표 이틀 후인 지난 15일 지지율을 비교하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의 지지도가 각각 9.2%포인트 9.9%포인트 하락해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전통 지지층의 이탈이 심한 상황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드 배치 규탄 목소리는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예상한 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미 실무단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지난 8일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단호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 또한 “사드 배치는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움직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 전략적 균형을 훼손시키는 행동”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청와대 실세’ ‘리틀 김기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최근 넥슨과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넥슨이 우 수석의 처가가 보유한 강남 부동산을 1326억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진경준 검사장의 주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코리아로부터 주식을 공짜로 받아 126억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해당 언론사는 진 검사장과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 회사) 대표가 우 수석과 일면식도 없다는 점, 반면 김 대표와 진 검사장이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다는 점, 진 검사장이 우 수석의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2년 후배로 평소 가까운 사이였었다는 점 등을 들어 주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언론사는 넥슨이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매입해주는 대가로 우 수석이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를 문제 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당일 우 수석은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그는 “처가에서 정상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루어진 부동산 거래에 대해 진 검사장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이유도 없고 부탁한 적도 없다”며 “명백한 허위 보도이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확산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 대통령의 치마폭에 숨어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각 사퇴를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병우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거리고 있다”라며 “우 수석이 사퇴해야 박 대통령이 살고 검찰도 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병국·주호영·김용태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도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께 부담을 안 드리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는 게 좋다”(정병국),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사정 기관을 관할하는 민정수석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은 맞지 않는다(주호영)”, “양심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김용태)”고 한목소리로 우 수석을 압박했다.

실세 중 실세
우병우 사태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해 논란이 됐다. ‘우병우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는데 당시 박 대통령은 “요즘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저항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얼핏 사드 문제에 대한 심경 고백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발언이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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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