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물 만들기’ 나선 박(朴)의 남자들 <집중분석>

공주님 ‘용상’은 우리가 만든다


국제전략연구소(GSI)는 이명박 대통령의 ‘두뇌집단’으로 한반도 대운하 등 대표 공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곳 출신들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요직에 진출했다. 초대 대통령실장이 된 류우익 서울대 교수, ‘왕의 남자’로 불리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비핵개방 3000’ 창시자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도 GSI 출신이다. 한편 ‘6인회의’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김덕룡 전 국민통합특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특임장관이 그 멤버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싱크탱크였던 바른정책연구원(BPI)은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7년 경선 패배 교훈 ‘출범 늦었다’ ‘이슈 빼앗겼다’
경선 포섭용 ‘선제적 시작’, 대권 도전용 ‘복지 올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상황실장인 최경환 의원(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대선 캠프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캠프 개소식은 2007년 1월3일이 돼서야 마쳤다. 그 후 정책자문단을 발표하기 시작해 대선을 3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단 10여 명을 처음 공개했다.

‘선제적 정책행보’
2년 앞두고 싱크탱크 출범

이후 순차적으로 자문교수단을 공개하면서 다소 급조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출범이 늦어 주요 이슈에 대한 선점 또한 늦었다. 경선 기간 내내 ‘콘텐트 부족’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경제’와 ‘안보’ 분야 이슈를 선점 당했다.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석패하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준비가 너무 늦었고, 주요 이슈를 빼앗겼다”라는 반성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그로부터 4년여 흐른 2010년 12월27일.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이 출범했다. 18대 대선을 720여일 앞둔 시점이다. 지난 경선 때보다 1년 가량 앞당겼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안국포럼’을 출범시켰다. 2007년 당내 예비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초반 기선을 제압당한 경험이 약이 됐다. 경선 패배에서 교훈을 얻은 박 전 대표는 경제·외교안보 등 15개 분야에서 발기인만 78명이나 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2월20일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복지 관련 윤곽을 제시하는 등 ‘선제적 정책행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내준 적이 없고 현재 다른 예비주자들보다 지지율에서 20% 가량 앞서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중성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만큼 국가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정책 일정을 대선 일정과 동일시하지 말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용 싱크탱크가 아닌 네트워크”라면서 “전문가들이 자기 전문 지식을 컨트리뷰션(제시)해서 서로 간 영향을 미쳐 결과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조차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파격적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미 대선 주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이제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며 “숨기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게 오히려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 총회가 열린 지난 12월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의 헤드 테이블엔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의원, 김광두 서강대 교수, 최성재 서울대 교수, 조대환 변호사, 황부영 브랜다임 앤 파트너스 대표가 동석했다. 박 전 대표는 축사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난제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대업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이 모임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 김광두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인사말에서 “통섭(通涉)의 시각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모이게 됐다”며 “박 전 대표가 공부 모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해와 회원으로 모시게 됐다. 박 전 대표도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월 5만 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79% ‘학자’
전략만 있고 전술은 없다?

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박근혜 인맥’은 박 전 대표를 포함 학계 정계 재계 법조계 등 78명이다. 79%(62명)가 대학교수(강사포함)·연구원 등 학자들이다. 나머지는 전직 관료, 기업인, 변호사, 의학박사 등이다. 서강대 출신이 7명으로, 서울대 출신 7명과 더불어 최다였다. 현역 의원은 경제통인 3선의 이한구 의원이 유일했다. 연구원은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고 내년 초 사단법인 신고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발기인 중 유일한 현역 정치인인 이 의원은 2004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였을 당시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기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경제와 복지 분야 조언을 했고, 박 전 대표가 국회 상임위를 재정위로 옮기면서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고 한다. 현안 관련 리포트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제 대변인’ 역할도 겸하고 있다. 최근 진보 진영에서 불거진 박 전 대표의 ‘한국식 복지’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껍데기조차 보지 않고 그냥 비판한 거 같다. 그런 비평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도록 세부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더불어 이번 복지 공청회와 국가미래연구원 출범을 통해 화려하게 전면으로 부상한 인물들이 있다. 이른바 ‘스터디 그룹 5인방’이다.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인 김광두(서강대)교수와,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안종범(성균관대), 최외출(영남대)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출범식 직전 김 원장은 기자들과 간이 인터뷰 형식을 빌어 연구원의 성격을 브리핑 했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이 자연스러웠고 주도적이었으며 달변이었다. 또한 그는 발기인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이한구 의원과 친구이기도 하다. 마음 맞는 교수들의 참여도 그가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행사 전 행사장 입구에 직접 나와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 행사장에 유일하게 있던 화환은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에게서 온 것이었다. 심 의장은 “복지 예산 계획이 없어 솔직하지 못하다”며 행사 3일전 ‘박근혜 복지’에 대해 비판을 한 바 있다.
 
기자가 신 교수에게 “심 의장이 보낸 화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좋은 취지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곁에서 본 신 교수의 첫 인상은 다소 수줍어하는 듯 보였으나 할 말은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영세 교수는 관찰 결과 세련된 언변과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눈에 띄었다. 입가에 웃음을 견지한 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정연하게 주변 인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한편 출범식 당일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름표를 반드시 패용해야 됐다. 지인의 이름표를 잰걸음으로 가져다 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안종범 교수다. 상당히 활동적으로 움직였으며, 지인과의 대화를 화장실에서 계속 이어갈 정도로 소탈하며 집중력이 높아 보였다. 아쉽게도 영남대 최외출 교수의 움직임은 포착하지 못했다.

최근 대두된 주변 그룹들과 별개로 지난 2007년 경선 이전부터 줄곧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군도 있다. 홍사덕 의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서병수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선교, 이정현 의원 등이다. 또한 외곽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인물들도 있다. 남덕우 전 총리, 김종인 전 의원, 김용환, 김용갑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김기춘 전 의원, 강신욱 전 대법관 등이다.

5년전 MB 안국포럼 격
5인방 활동도 각양각색

‘친박 좌장’이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탈한 뒤 내부에서는 좌장 자리를 두고 얘기가 많았다. 중진의 홍사덕 의원, 친박 몫 최고위원을 지낸 허태열 의원, 현 최고위원인 서병수 의원 등이 거명되기도 했다. 이 중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 출신의 홍사덕 의원은 서청원 전 의원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친박의 큰 형님 역할을 했다. 여전히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매끄럽다.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대표적 박 전 대표 측 인사다. 최 장관의 임명 당시 ‘친박 달래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측근 중 측근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발생한 박 전 대표의 피습사건의 현장과 병상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이는 당시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현 농림부 장관)이었다. 그는 자타공인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오랜기간 박 전 대표를 최단 거리에서 보필했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은 유 장관의 입각에 따른 ‘공백’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국형 복지’ 공청회 스타, 새롭게 떠오른 ‘스터디 5인방’
‘구관이 명관’ 오래도록 자기 자리 지키는 친박 인사는?

박 전 대표와 서강대 동문인 ‘서강 라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다. 최근 각종 현안 관련 ‘친박’ 대표주자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민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박 전 대표 라인이다. 박 전 대표측 대표적 책략가인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당시 캠프 정책총괄단장을 맡았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시절 정무·기획·연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박 전 대표를 보필하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관련 국회 공청회 행사 당시 말끔하게 사회를 봤다. 한 의원 역시 지난 2007년 경선 당시부터 박 전 대표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현안 관련 박 전 대표의 상대 진영과 공방을 벌이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다. 공식적인 ‘박근혜의 입’은 여전히 이정현 의원이다.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후 인연이 쭉 이어졌다. 언론과의 접촉 빈도가 많지 않은 박 전 대표이기에 지금도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를 항상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라는 호칭을 단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지난 12월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사인 남덕우 전 총리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다. 2002년부터 약 2년간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김종인 전 의원도 박 전 대표 ‘경제 가정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도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박 전 대표가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정책을 세우도록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용환, 김용갑, 김기춘 전 의원 등도 박 전 대표 고문 그룹이다. 박 전 대표는 이들과 가끔씩 점심 식사를 하며 조언을 듣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충청 출신인 김용환 전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데 상당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관이 명관’ 오랜 측근
‘묵묵한’ 원로 자문그룹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다 최근 가석방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한 6선 의원 출신이다. 서 전 대표는 출감 후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 2000여 명에게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든든했다”며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주로 박 전 대표에게 정무적 판단과 관련된 조언을 해준다. 또 자신의 사조직인 ‘청산회’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욱 전 대법관도 눈에 띈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고검장과 대법관을 역임했고 2007년 예비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법률특보단장을 지냈다. 당시 캠프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기춘 전 의원이 검찰 후배인 강 전 대법관을 박 전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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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