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박근혜 대권행보<밀착탐구>

<대물>이 박근혜야? 박근혜가 ‘대물’이야?

 
“여러분 정치인은 미워해도 정치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정치를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종영된 고현정, 권상우 주연의 SBS 수목 정치드라마 <대물>.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극중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서혜림(고현정 분)은 5년 임기를 마치면서, 국민에게 ‘정치를 사랑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혜림은 국가를 남편과 자식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다.

선거 저변에 깔린 시대정신 읽어야 청와대 입성
‘경제’ 아닌 ‘복지’로 포문 연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경제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본인을 ‘경제대통령’으로 칭하며, “지난 10년간 무너진 나라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분배를 강조한 진보정권 10년의 경제 지표에 실망한, 중도 및 서민 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경제 살리기+물가안정’이라는 구호에 표를 준 것이다. 이렇듯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 당선자들은 저변에 깔린 시대정신을 간파하고, 그것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구시대 정치 청산’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3김 정치 청산’보다 파괴력이 있었다.

사실상 대선 출정식
이대로 2012년까지 갈까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인 서혜림은 드라마에서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복지예산부터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국가의 대외경쟁력보다 국민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복지’에서 찾았다. 소통과 통합의 국민적 요구에 답하기 위해, ‘경제 성장’이 아닌 ‘복지’라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박 전 대표가 주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안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대선 출정식 같은 분위기였다. 축사를 맡은 박희태 국회의장은 “존경하는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오늘 취임하시는 날”이라며 차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연평도 포 사격 훈련으로 서해안은 긴장감이 돌았지만, 행사장은 여야 의원 70여명을 포함해 9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1층 좌석 모두 차버릴 정도였고,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서둘러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준비했던 정책자료집 1000권도 동났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바람직한 복지는 소외계층에게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루고 자아실현을 이루게 해주는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들의 생애 주기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돈을 써도 국민들이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틀을 바꿔야 한다. 각자 평생의 단계마다 필요한 ‘맞춤형’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3분간의 연설에 박수가 6차례 나왔다. 공청회에서 선보인 박근혜표 복지 개정안은 4장 35항의 현행법을 7장 42항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금처럼 현금만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부 현금지원은 하되 교육이나 고용 등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로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복지 관련 정책이나 예산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복지 중복이나 누수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숨은 조력자’
스터디그룹 5인방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후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는 모임이 하나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대구 달성에서 선거 운동을 지원하다가 이 약속이 잡혀 급거 상경했을 정도다. ‘박근혜표’ 복지를 다듬은 스터디그룹 5인방 얘기다. 신세돈(숙명여대 경제학),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 김영세(연세대 경제학), 김광두(서강대 경제학), 최외출(영남대 행정학)교수가 팀원이다.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정책 브레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연말이나 연초 각 분야 정책을 공개할 계획인 만큼, 이 과정에서 정책 브레인들이 자연스럽게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복지 아젠다를 통한 정계 일선 복귀 신호탄은 연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한국형 복지’는 지난 20일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찬반에 대한 양론이 갈리긴 했지만, 이슈 선점 효과가 분명했다. 반대측에서도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예산 확보나 보완책 등에 관한 지적이 많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2일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관련해 “주제를 참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국가화가 하나의 시대적 진전이라고 보여진다”며, “복지국가가 어떤 식으로 가야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은 아주 큰 과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진보 진영에서도 일견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지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시스템을 법률·제도적으로 구비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본질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 상당히 보완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필두로 야권
연일 박근혜 때리기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표의 본격적 정치 활동 움직임이 포착되자 연이어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복지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앞세운 보수진영보다 진보진영이 선점해온 이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의 노선으로 선택했고,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3대 핵심 복지 과제를 선정해 정책으로 다듬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우리가 왜 박근혜 의원을 ‘대표’라고 하느냐. 오늘부터 그냥 의원으로 불러라”말 하면서 “박 의원이 성역화돼 있는데 우리가 인정할 필요는 없다. 왜 박 의원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내지 않느냐”며 원내대변인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21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선별적이고 말로만 복지정책’에 침묵하고 감세정책에는 사실상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어떠한 철학과 비전, 대안도 없다”며 “속 빈 강정형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24일엔 “복지는 기본적으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복지는 ‘말뿐인 복지’ ‘빈수레 복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유력한 미래 권력’으로 치켜세운 박희태 국회의장을 거론하며, “‘근혜어천가’를 부르며 아부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국회의장으로서의 위상을 망각한 추태를 보였다”며 “박 의장의 이 같은 처세는 과거 국회의장의 신분으로는 전대미문의 일이며, 동료 국회의원과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물’로
가는 힘찬 발걸음

한편 한나라당 내에서도 복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친이계인 신임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복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에 따른 돈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때문에 복지를 얘기할 때는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이냐를 반드시 따져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 얘기는 감춰놓고 ‘무조건 복지만 잘 해 주겠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박 전 대표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신임 정책위의장의 비판으로 박근혜표 복지가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을것으로 보인다.

복지 정책 관련 계속된 친이계의 반발과, 대권 레이스 막판까지 청와대 권력이 살아 괴롭힌다면 박 전 대표는 또 다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사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 현 정부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담고 가기엔 부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세종시 수정안 관련, 국회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도 ‘소신’ 발언을 했다. 대권을 염두에 둔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분명한 손익계산서가 그 앞에 놓인다면 심각한 고뇌에 빠질 수 있다. 임기 절반을 돈 이명박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달리 현재 뚜렷한 레임덕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까지 이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면 박 전 대표와 계속된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야권, ‘빈수레 복지’ ‘말 뿐인 복지’ 비판
여권에서 협조 안 하면, 설마 ‘독자행동?’
 

박 전 대표는 2004년 천막당사 시설 탄핵 역풍을 맞은 가운데 당을 지켜냈고, 2007년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서 막강한 여론을 등에 업은 이 대통령이 당에서 튕겨 나가지 않게 적절히 조율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SBS 드라마 <대물>의 서혜림처럼 또 다른 조율을 해야될지 모른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불가론’은 지엽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불가론’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힘 센 보수를 경험한 중도 성향 유권자가, 보수 정권에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전 벌어진 예산안 단독처리와 같은 독단적 행위나, 권력형 비리가 또 다시 터진다면 ‘한나라당은 안 돼’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1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도 했다. 이런 행보에 ‘변신’이라는 분석이 쏟아졌고, ‘박근혜 불가론’도 자연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 전 대표와 친이계 모두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과 18대 국회를 거치며 절감한 ‘세력 부족’을 타파하기 위해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또한 친이계 의원들도 2012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은 ‘선수(選數) 쌓기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전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박근혜 불가론’이 여러 차례 튀어나왔겠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다. 대선 8개월 전에 치르는 총선을 감안하면,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할 의원도 많지 않다. 2012년 수도권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어렵다’고 하는 마당에 박 전 대표를 공격한다면,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표를 잃을 건 뻔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친박계 행사에 친이계 또는 중립 성향 의원들이 참석하는 일도 잦아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3회 탄신제’에 친이계인 강석호 의원이 참석했고, 박 전 대통령 31주기 추도식에도 중립 성향 이범관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친이계도 날선 공격
‘이대로 두면 2012년 간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 불가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콘텐츠 채우기에도 열심이다. 박 전 대표가 복지 외에도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분야별 다양한 자문그룹을 만나 조언을 받으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조언을 받는 사람은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서병수 의원 등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진보성향의 전문가를 만나 자문하는 등 한층 유연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여야 어느 곳에서도 박 전 대표와 겨룰 진정한 대항마가 아직 출현하지 않은 현재, 그는 ‘대물’로 가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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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