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산업은행 무용론

엄청난 나랏돈 주물럭 ‘믿어도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엄청난 금액의 나랏돈을 운영하는 국책은행. 우리가 알고 있는 KDB산업은행의 단면이다. 그러나 최근 산업은행은 각종 금융비리와 정치금융 논란에 휘말리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안팎에서 쉽게 해결하기 힘는 난제가 겹겹이 쌓여 있는 양상이다. 커져가는 ‘산업은행 무용론’이 어딘지 모르게 심상치 않다.

1954년 설립된 KDB산업은행은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국제금융, 기업 구조조정 및 컨설팅 등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민영화됐다가 2015년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산업은행은 IMF외환위기를 전후로 대우그룹 등의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등 금융시스템을 지켜내는 데 지대한 역할했다. 산업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기준 약 309조원에 이른다. 불과 5년 새 자산이 2배 넘게 급증했다.

외압엔 굽신
책임전가 급급

이처럼 막중한 책무를 떠안고 있지만 산업은행을 향한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STX와 대우조선해양이 좌초하는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데다 정권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탓이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터트린 폭탄 발언은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했다. 지난 8일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은 타의에 의한 결정이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꾸준히 지적된 산업은행 관치 논란이 표면화된 순간이었다.

홍 전 은행장은 한 매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공적 자금 투입을 두고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청와대·기재부·금융 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부터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서별관회의’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속기록 없이 이어져 온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본관 서쪽의 회의용 건물인 서쪽 별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을 주축으로 열리는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로 알려져 있다.

역시 철밥통…곳곳에 산피아 포진
안팎서 거듭된 비리 혐의로 구설

홍 전 회장의 발언 직후 야당은 즉각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나섰고 후폭풍은 생각 이상으로 커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홍 전 회장이 서별관회의를 통해 최경환, 안종범, 임종룡 등 3인이 모인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조선업의 부실로 인한 수많은 실직자들의 실직과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구조적 부실이 결국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홍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임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관련 기자간담회서 “내부적으로 어떤 식의 보고가 이뤄졌기에 홍 회장이 서별관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처음 봤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금융 당국은 이미 그 전에 국책은행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부실
도대체 뭐했나

흥미로운 점은 홍 전 회장으로부터 촉발된 산업은행 외압설이 궁극적으로 산업은행 무용론과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부각된 시점부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간 국책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분출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감사원이 지난 15일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은 5억원 이상 여신 기업에 대해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재무 상태를 분석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재무자료의 신뢰성이 매우 의심되는 ‘최고위험 등급(5등급)’에 대해선 원인 규명 등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13년 2월 정부와 산업은행의 합계 지분이 48.61%였던 대우조선해양은 분석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 시스템을 활용한 재무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 조선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에서 의도된 누락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 건 당연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감사 기간 중 이 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2013∼2014년도 재무 상태는 ‘최고위험 등급’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이 같은 기간 8785억원이라고 공시한 영업이익은 6557억원의 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1조5342억원이 과다 계상된 셈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 등 해양플랜트 사업 40개의 총 예정원가를 임의로 차감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뻥튀기된 영업지표의 수혜는 임직원들에게 돌아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들에게 2014년 48억원, 지난해 17억원 등 총 65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들 또한 성과배분상여금 명목으로 2013년 1057억원, 2014년 927억원 등 총 1984억원을 받았다.

도덕적 해이는 3조2000억원대 영업손실이 드러난 지난해 7월 이후에도 계속됐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 1176억원을 임직원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이 중 877억원은 성과상여금 명목이었다. 산업은행은 성과상여금 성격이 포함된 격려금 지급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려놓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2012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허위 경영실적 자료를 그대로 인정해 임원 성과급 35억원이 부당 지급되도록 방치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실적은 성과급 지급이 제한되는 G등급에 해당했지만 산업은행이 허위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50% 성과급 지급이 가능한 F등급으로 판정했다.

대우조선 수수방관에 싸늘한 여론
감시는커녕…부당한 돈잔치 나몰라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산업은행 무용론을 부각시키는 데 일조한다. 산업은행 회장은 사실상 정권이 낙점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에 의해서 회장 자리가 채워지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명박정부 당시 임명된 강만수 회장은 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 경제분과 간사를 지낸 인물이다. 홍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인 홍 전 회장은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을 맡아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스스로를 낙하산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국정감사 때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발언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홍 전 회장의 후임인 이동걸 현 회장 역시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금융권 인사들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선언을 주도한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지속적으로 구설에 시달리는 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부의 국정철학에 따른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항상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업은행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경제가 아닌 정치 논리로 일 처리를 해왔던 게 화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은 낙하산
산피아 횡포


공교롭게도 낙하산 논란으로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했던 산업은행은 또 다른 낙하산 논란의 주범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이번에 낙하산 인사가 추진되던 사외이사 외에도 최고재무책임자로는 거의 예외 없이 산업은행 출신 이른바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가 낙하산 인사로 임명되는 게 관행이었다.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으로도 산업은행 출신들이 연이어 낙하산 인사로 내려왔고, 사외이사의 상당수도 관료와 정치인 출신 등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에도 산업은행 출신들이 연이어 감사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업은행 출신들이 부실기업의 요직을 차지하며 경영 부실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 무용론은 결과적으로 자초한 거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퍼진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본격적으로 산업은행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21일 정의당, 민주노총, 참여연대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와 산업은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회 특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방만 경영을 내버려두었던 정부와 산업은행이 이제 와서 보여주기식 사태 수습에 나선 모습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방만한 경영과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고통만 안겨주고 있다”며 “공적자금만 투입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