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넥슨 사태 풀스토리

기업인-검사장 검은 커넥션 "더러워도 너무 더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검찰의 칼날이 넥슨을 겨누기 시작했다. 비상장 주식을 구입해 대박을 친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의 검은 커넥션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된 넥슨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지난 4월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들의 최근 1년간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공개했다. 청와대 및 행정부처 1급 관료, 국립대 총장,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광역의원 등을 포함한 명단에서 156억5600만원을 신고한 진경준 검사장은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이었다. 약 40억원에 달하는 진 검사장의 재산 증가폭이 공직자 2328명 가운데 단연 으뜸인 까닭이다.

넥슨 주식으로
100억 갑부 등극

공교롭게도 재산변동내역은 진 검사장과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 사이의 연결고리를 부각시키는데 일조했다. 진 검사장의 재산내역이 그의 발목을 잡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넥슨을 사이에 둔 진 검사장과 김 회장 간 협력 관계의 시작은 200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넥슨은 김 회장과 그의 부인이 전체 지분의 70%를 지닌 사실상 오너 지배체제의 비상장사였다. 김 회장은 핵심 인력들에게도 회사 주식을 나눠주길 꺼려할 만큼 지분에 민감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검사장은 넥슨의 장외주식을 대량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승승장구하던 넥슨의 지분을 얻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진 검사장은 예외였던 셈이다.

진 검사장이 보유했던 넥슨 주식의 진면목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2015년 돌연 넥슨 주식 매각에 나선 진 검사장은 결과적으로 12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는데 성공했다.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후부터 주식이 폭등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마냥 평탄해 보였던 진 검사장의 재산 증식 과정은 공직자 재산내역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할 때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두고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무렵이다.

자신을 둘러싼 구설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1만주를 자신의 돈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보유한 자금과 장모에게 빌린 돈을 사용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이 2005년 6월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빌려 비상장 주식 1만주씩을 구입한 정황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파악한 것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05년 10월까지 분할상환 방식으로 자금을 모두 갚았던 사실마저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윤곽 드러나는 주식 특혜 의혹
진경준, 넥슨 돈으로 120억 꿀꺽

넥슨은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빠른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했던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주식 매수 자금을 대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긴박했던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넥슨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 검사장을 향한 의혹 어린 시선은 어느덧 특혜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주식 매입 대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관여했을 법한 정황 역시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넥슨으로부터 주식 매입자금을 빌릴 때 넥슨이 상환 때까지 넉 달간 이자를 요구하지 않은 점, 또 주식 양도 당시 정관 명시 사항과 달리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점 등은 일반적인 금전 거래와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넥슨은 차용증이나 대금 상환 문서 등 당시 상황을 증명할 자료에 대해서는 “11년 전 일이라 당장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개를 꺼리는 상태다.

넥슨 측은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식 판매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상법에 따라 정상 거래된 것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부정 취득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는 시점에서부터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검찰은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주식 매입 자금을 둘러싼 진 검사장의 소명이 거짓으로 확인된 만큼 처벌 가능성을 떠나 의혹 전반을 소상히 규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돈놀이
속 보이는 꼼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지난 3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자료와 법무부의 자체 감찰 자료를 검토하며 소환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우선 진 검사장이 어떤 배경에서 넥슨 주식을 매입했는지, 매입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잘 알만한 관련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진 검사장이 사들인 넥슨 주식을 현직 검사와의 친분 유지를 위해 회사 측이 매수 기회를 제공한 ‘보험성 뇌물’로 볼 수 있느냐다. 이 경우 진 검사장에게 4억원이 넘는 주식 매입 대금을 빌려준 김 회장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 수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혐의 외에 친구 사이인 진 검사장과 김 회장 간 부적절한 거래나 진 검사장의 재산 증식 과정에서 다른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파장은 더욱 키질 수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사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후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사-후징계' 방침은 수사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검찰 수사에는 갖가지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진 검사장의 주변 자금 흐름을 규명한 공직자윤리위의 계좌추적 관련 자료는 이번 수사의 핵심 사안이지만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법규상 비공개 대상이어서 공문으로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도 이 부분은 빠져 있다.

칼 겨눈 검찰
처벌은 글쎄

압수수색 영장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려면 수사할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일단 뇌물죄 법리와 공소시효부터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넥슨 주식을 뇌물로 본다고 해도 취득 시기가 2005년이므로 뇌물죄 공소시효(당시 법 기준으로 10년)를 넘긴다. 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이 발부해줄 가능성이 희박한 셈이다. 검찰은 수사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 수뢰 후 부정처사는 뇌물수수가 아닌 부정처사를 기준 시점으로 삼는다. 부정한 돈을 받은 뒤 직무에 관해 부정한 행위를 했다면 그 행위 시점부터 시효를 따진다. 검찰이 공직자윤리위의 자금 추적 내역을 확보한다면 이 법리를 적용할 가능성을 감안해봄직 하다. 특히 진 검사장이 넥슨을 둘러싼 송사나 수사기관의 내사 과정에서 입김을 넣으며 넥슨의 뒤를 봐줬거나 직접 부정행위를 했다는 단서가 있다면 적용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다만 수뢰 후 부정처사 적용 방안 역시 한계점이 명확하다. 일단 넥슨 주식거래가 뇌물인지부터 입증하기 어렵다. 넥슨의 뒤를 봐줬다는 단서를 찾아내고 이를 뒷받침할 진술 및 관련 물증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장모님 팔더니…금방 드러난 거짓말
칼날 치켜든 검찰…좁혀드는 수사망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주식 매매 과정에 관여한 넥슨 관계자 등 참고인들을 조만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로부터 모종의 수사 단서가 나올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자 법무부의 초기 부실 감찰을 꼬집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 검사장 의혹이 불거졌을 때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법무부 차원의 징계의결 등의 조치 없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우선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전에 진 검사장에 대한 직권감찰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법무부나 검찰청 소속 공무원이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이유가 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으로 검찰 자체 감찰로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감찰을 명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직자 재산 공개가 윤리위 소관이라는 이유로 법무부 차원의 조사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진 검사장의 사표가 제출됐을 때도, 징계 요구가 빗발칠 때도 추후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법무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 넥슨이 진 검사장의 주식매입에 4억원을 대여했다고 밝힌 후였다. 그제야 법무부는 대검에 검찰총장 징계 신청을 요청했다. 법무부의 징계와 동시에 검찰의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모든 책임을 공직자윤리위에 떠넘긴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명확한 수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진 검사장의 부당 주식거래 의혹과 관련과 자기 돈 한 푼 없이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공론화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넥슨의 비상장 주식 거래로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당시 넥슨의 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진 검사장의 거짓이 백일하에 드러난 만큼 검찰은 조직의 명예를 걸고 진경준-김정주 커넥션의 실체를 파헤쳐야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19일 진 검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던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회장마저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회장이 뇌물공여를 목적으로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며 조속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빗발치는 비난
흠집 난 명예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회사의 주식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승인이 필수”라며 “만약 진 검사장에게 17만원 이하에 주식을 양도했다면 이는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주-진경준 관계 재조명

넥슨 주식 부정 취득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NXC 회장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진 검사장은 서울대 법학과 86학번으로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김 회장과 동문이다. 이들은 졸업 이후 사회에서 관계를 유지해 온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넥슨사태에 연루된 또 다른 인물이 김 네이버 대표가 LG에서 네이버로 옮기게 된 배경에도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의 소개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진 검사장이 김 회장에게 서울대 법대 4년 선배인 김 대표를 소개했고 이후 김 회장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김 대표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을 중심으로 이 의장, 김 대표의 인연이 형성된 셈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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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