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친노 끌어안기' 플랜 실체

청와대·JP까지 나서는데 아니라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에 나올까요?” 그의 출마 여부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이 불붙었다가 금방 사그라들었던 앞선 사례들과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좀처럼 방한 열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반 총장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최근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과 만남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일요시사>는 분명해지고 있는 그의 권력 의지를 진단해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남은 임기를 생각해본다면 총장의 지위로는 마지막 모국 방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운데 반 총장이 대한민국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대망론’을 넘어 ‘조기 등판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출마는 기정사실이고 그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이전 대망론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이 보여주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출마를 선언한 사람과 진배없다.

이전과는 다른
반기문 행보

반 총장은 지난달 2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을 초청해 좌담을 가졌다. 그의 발언 중 특히 4가지 부분이 주목받았다. 첫 번째는 ‘내년 1월1일’이라는 발언, 두 번째는 국내 정치권에 대한 비판, 세 번째는 북한과의 관계에서의 역할론, 네 번째는 나이와 체력에 대한 어필이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 질문을 받자 “10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며 “내년 1월1일이면 유엔 여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나를 그때 결심하겠다.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반 총장은 “아주 좁은 커뮤니티 인터레스트(community interest), 파티 인터레스트(party interest) 등을 갖고 (정치를) 하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라고 평가했다. 여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파 갈등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남북 간의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에 그래도 유일 대화채널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은 내가 유일한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출국 후에도 계속되는 ‘반기문 대망론’
이해찬과 회동 불발, 친노·부산 노렸나

나이와 체력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언급한 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모두 70대라는 사실을 거론했다(반 총장 72세, 힐러리 클린턴 후보 70세, 빌 샌더스 후보 76세).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직설 화법에 정치권은 놀랐다. 앞서 지난해 4월경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며 “은퇴 후 아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손자, 손녀를 돌보며 살고 싶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5월경 송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말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스스로 ‘권력 의지’를 내비쳤다는 게 중론이다.

시간이 2주나 흘렀음에도 여파는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뉴욕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사라졌던 권력 의지가 이번에는 영속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뉴욕으로 돌아간 후 국내 언론에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해찬 의원과의 만남 소식이 전해졌다. 대상이 친노계 좌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가 커 보였다. 더욱이 반 총장 측에서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고 전해지면서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화해의 제스처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계산으로 봐야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화해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반 총장이 노무현정부 시절 인사와 만나는 것이 취임 이후 9년 만이고,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멀어진 관계 회복에 방점을 뒀다는 해석이다.


“내년 1월1일
결정하겠다”

알려진 것처럼 반 총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외교부장관을 역임했었다. 또한 그의 재임 기간인 지난 2006년 총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 의원은 반 총장이 유엔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반 총장과 이 의원의 관계 또한 멀어졌고 이후 반 총장이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더욱 안 좋아졌다. 때문에 퇴임을 앞두고 반 총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 총장이 이 의원을 만나려 한데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대권 행보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방한 당시 김종필(JP) 전 총리를 만나 충청대망론을 키우고, 안동을 방문해 TK 민심을 확인한 반 총장이 이번엔 친노계와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몇 가지 점에서 근거가 존재한다. 이 의원 측에서 먼저 만남을 취소했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 의원의 미국 방문을 주관한 노무현재단은 지난 8일, “이 의원은 반 총장과의 면담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재단 측은 “당초 비공개 일정으로 차 한 잔 하기로 한 만남의 성격이 변화 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단 측은 면담 일정이 먼저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 반 총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했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이 의원이 먼저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간 점, 그리고 반 총장 측에서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점을 들어 만남의 성격이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이 이번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장외 설전’도 면담이 무산되는 데 일조했다. 이 의원은 면담이 취소되기 전인 지난 5일 재미 동포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가 안 맞다”며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다분히 반 총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반기문-이해찬
장외 논쟁 발발

이어서 이 의원은 “그동안 외교관을 많이 봐왔지만, 정치적으로 대선 후보까지 간 사람은 없었다”며 “(외교관들은) 외교 차원의 정치는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외교 이외의 영역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깊지 않다. (반 총장도) 국내 정치를 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세간에서 도는 반기문 대망론을 평가 절하했다. 외교관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그는 “반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로 생각하는 야당은 없는 것 같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 총장을 여당 대선주자로 한정시키는 발언이었다.

반기문 측은 즉시 불쾌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 총장의 측근들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외교관들이 국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반 총장 만큼의 지위에 올라간 외교관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만남 이전에 나온 발언치고 수위가 높았다는 말도 나왔다. 장외 논쟁이 발발한 후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과 이 의원의 만남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결국 노무현재단은 면담을 거절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최고위원은 면담 무산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반 총장의 광폭 행보에 이 의원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평가했다.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이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노무현정권이 애써 배출한 사무총장이다. 그러니 노무현정권 사람들 입장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가버리니 ‘월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반 총장이 JP를 예방한 것과 관련해 “지난 방한 기간 보여준 행보는 완전히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기가 막혀” 친박 후보 프레임에 발끈
청와대 개각설에 충청-TK 연대설 솔솔

또한 반 총장은 최근 자신을 두고 친박 후보라 부르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만남에 어떤 노림수가 숨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중이다. 계파를 초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친박계에서 반 총장을 원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친박계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이를 분명히 했다. 그는 반 총장과 이 의원 간 만남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반 총장)가 (대권) 플랜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냐”며 “아마 출마 의지를 상당히 굳혀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상수란 말씀도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 의원은 반 총장 출마에 대해 “변수 아닌 상수”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친박계 후보설에 선을 긋고 있다. 앞서 관훈 클럽에서 ‘반 총장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홍 의원이 주장하고 다닌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나는 홍 의원을 알긴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화 한 통화 한적 없다”고 답했다. ‘친박 후보설’에 대해선 “너무 확대 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일이 기가 막히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박 대통령을 자주 만나냐고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만났다”며 “(박 대통령을)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가니 사진이 찍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친박 후보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친박 후보설
적극 차단


또 다른 노림수로 부산 민심을 잡으려는 시도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새누리당은 부산 민심이 돌아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부산 지역 5석을 야당에 내주면서 심상치 않은 야풍이 불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대권을 잡기 위해선 부산 민심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과 맞물려 반 총장이 이 의원과의 만남을 진행했을 것이란 관측이 전해진다.

청와대가 수석비서진을 개편하면서 충청대망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김재원 정무수석을 새로운 당청 소통 창구로 임명했다. 김 수석은 이완구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며 충청대망론을 지척의 거리에서 지켜보는 등 충청과 정치적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 지역 의원이면서 친박계 인사인 이장우(대전 동구), 김태흠(충남 보령 서천)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여겨진다. 김 수석과 함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된 것도 결국 충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이다. 그 외 김용승 교육문화수석(대구), 이준원 농림부차관(충남 아산)과 이정섭 환경부차관(충남 보령) 등 충청·TK 출신들이 두루 기용됐다.

이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 ‘충청·TK’가 힘을 합친다는 ‘충청-TK 연대설’이 정치권에 제기되고 있다.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청와대가 개각에 나설 수 있는데 이번 수석비서진 개편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곧 반기문 대망론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반 총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사무총장으로서 임기 마지막까지 저의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을 것이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사무총장 업무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비판은 지나치고 불합리하다”고 셀프 변호했다. 그러나 같은 날 JP는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반 총장이) 단단히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고 말해 엇박자를 보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 구성 승패 공방
새누리 승? “남의 떡이 커”

상임위 배분 결과를 두고 과연 승자가 누구냐는 질문이 정치권에 던져졌다. 일각에서는 실리를 챙긴 새누리당의 승리라고 진단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국회의장을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가 이겼다고 분석한다.

새누리당은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비록 당초 밀어붙였던 국회의장직은 사수하지 못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와 성과가 크다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필요한 상임위는 빼놓지 않고 지켜냈다”며 “책임을 지는 보수정당, 집권여당으로서 확실히 가치를 지켜야 될 상임위들은 지켜냈다”고 자평했다. 특히 법사위와 미방위를 가져온 것에 대해 “나름대로 큰 소득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사실상의 상원으로 통하며 상임위의 꽃으로 불린다. 앞으로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를 거치게 된다. 미방위는 내년에 있을 종편 심사 등 중요 쟁점 사항이 발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새누리당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에 더민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CBS라디오에 출연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주요 상임위를 새누리당에 내줬다는 평가에 대해 “남이 가진 떡이 크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상임위는 원래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가지고 있었다”며 “의장까지 양보받은 입장에서 상임위원장 한 두 석 때문에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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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