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9>

은영씨의 남자…그리고 ‘스폰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저번에는 여자친구랑 오더니 이번에는 엄마랑 왔나봐?”
공사도, 스폰도, 은영씨의 사랑도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 배신의 연속
그 순간은 정말로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칫하면 내가 그녀에게 공사를 친다는 것을 들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보다 위여도 한참 위였다. 화류계에서는 보통 고단수가 아닌 그녀다.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뭔가 더 대화가 필요했는지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의 잔머리는 또다시 돌아갔다. 어쩌면 나는 그런 식의 대화를 유도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순간에 여자와 대화가 시작되면 순간적으로 불 붙었던 욕망을 서서히 꺼뜨리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하자’에서부터 ‘동이씨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싶어’ 등등의 이야기를 했고 나는 계속해서 ‘나 같은 선수라도 괜찮아요?’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라는 말로 대응해 나갔다. 이렇게 계속 대화를 하자 그녀도 잠자리에 대한 생각을 잊은 듯싶었다.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저는 앞으로 명자씨를 저의 여자로 갖는 게 소원이에요. 정말로 성공을 해서 떳떳하게 명자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제 꿈이 뭔지 아세요? 모델로 성공하는 거예요. 그때 되면 저도 더 이상 이런 선수 생활을 하지 않고 명자씨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꿀 거예요.”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은 지금 당장의 잠자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녀와 나는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고,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와, 오랜만에 바람 쐬니까 정말 좋아요!”
밥을 먹기 위해 대성리로 향했다. 은영씨와 함께 갔던 그곳이었다. 사실 그곳에 가려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고, 내가 아는 곳이란 그곳밖에 없었다. 명자씨의 차는 BMW5 시리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왕자’다. 집이야 월세를 살든, 직업이야 호빠 선수든 아니든,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다. 명자씨가 내 지갑을 가져가더니 족히 50만원은 돼 보일 듯한 돈을 넣어준다.
“나도 돈 있는데…”
“그냥 가지고 있어요. 그걸로 밥이나 사줘요.”
욕정에 불타던 명자씨의 얼굴은 사라지고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여자, 명자씨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은 은영씨와 함께 간 쌈밥집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설마 나에게 그런 삼류 코미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질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을 가지고온 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총각. 자주 오시네요. 쌈밥 정말 좋아하나봐요.”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설마, 설마, 나는 그 뒷말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안은 곧 현실로 닥쳐왔다. 마치 나의 예상을 미리 알고라도 있었던 듯이, 아주머니는 내 머리에서 생각하고 있던 우려스런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고야 말았다.
“저번에는 여자친구랑 오더니 이번에는 엄마랑 왔나봐?”

■엇갈린 사랑
명자씨는 밥을 먹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그녀는 밥을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반찬과 밥을 휘젓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5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지갑을 들고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고단수인 그녀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나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 나섰다. 차 안에서는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가시방석도 그런 가시방석이 없었다. 모텔에서 그녀에게 했던 말, 여자친구는 전혀 없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 것이다.
“저, 명자씨, 전 여기서 내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서울 시내로 들어가기에는 아직 한참 먼 거리지만, 어떻게든 그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명자씨도 그랬는지 아무 말 없이 차를 세우고 내리는 나를 향해 무표정하게 ‘연락할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차는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세상은 공평한 것일까. 누구에게도 노력 없는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함께 있는 걸까? 정말이지 나는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고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모든 것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말았고 나는 ‘선수’로서의 나의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대충 다른 음식점에 가면 될 텐데, 왜 꼭 하필이면 은영씨랑 함께 갔던 그 곳에 갔단 말인가.
그러나 모든 것은 끝났다. 공사도, 스폰도, 은영씨의 사랑도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그렇게 터벅터벅 서울을 향해 걸어가는데 은영씨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의 이 괴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여자는 은영씨밖에 없는 듯 했다. 주변의 택시를 잡고 은영씨의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연락이라도 하고 가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잠시 내려 커피숍에서 삐삐라도 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좀 귀찮아졌다. 낮이니까 특별한 일 아니면 집에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늘 데려다주는 곳이니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은영씨의 집이었다. 같이 영화라도 보고 밥이라도 먹으려 했다. 좀 치졸하지만 명자씨가 준 50만원의 돈도 그대로 있었고 어제 밤에 받은 팁도 있었다. 하루 저녁 신나게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돈이었다. 그래도 은영씨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까 명자씨와의 일도 조금은 가볍게 생각됐다.
‘그래, 뭐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한 두 번이겠어? 선수들이 공사 치려고 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선수를 때로는 헌 신발짝 버리듯이 버리는 거 아냐? 에이, 잊자. 그냥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해버리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면 은영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려오는지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딩동!’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서둘러 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내렸다.
어? 근데 이게 누군가. 바로 은영씨였다. 매끈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섹시한 몸매를 드러낸 은영씨.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은영씨. 그런데 그녀의 옆에서 한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은영씨의 어깨를 손으로 감싼 채. 은영씨와 나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놀라는 눈치였고 나는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순간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오빠, 잘 들어가세요!”
“그래 은영아 연락할게”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