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여종업원 사망설 추적

북한 탈출해 단식하다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에 대해 북한정권은 ‘유인납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우리 정부는 ‘자유의사에 의한 탈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입국해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머무른 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단식에 의한 사망설이 흘러나왔다. 발신지는 북한의 한 민간단체 홈페이지에서였다.

지난 15일, 미국의 친북매체 <민족통신>은 자사 페이스북에 “국정원에 의해 강제 납치당했던 북 여성 식당 종업원 12명 중 한 명인 서경아양이 ‘우리들 모두를 공화국으로 보내달라’고 단식투쟁을 하던 중 사망한 사실이 민족통신 공동취재진의 추적에 의해 오늘 15일 확인됐다”고 전했다. <민족통신>은 제7차 노동당 대회 기간에 노길남 대표를 특파원으로 평양에 보내 취재토록 했다.

북 관련 매체들
같은 내용 보도

앞서 국내 북한전문매체 <NK투데이>도 지난 9일, 북한의 민간단체 아리랑협회에서 운영하는 <메아리>를 인용해 동일한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에 퇴직한 정보원 관계자’를 인용해 “집단 탈북한 여성 속에서 여러 명이 단식을 하다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어 청와대와 국정원이 매우 당황해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생사기로에 헤매던 한 명의 처녀가 끝내 사망했다”는 것이다.

<메아리>는 “지금 국정원은 이들과 언론의 접촉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으며 외부와의 련계(연계)조차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메아리>는 국내서 유해 매체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돼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국내 주요매체는 보도를 자제하고 있지만, SNS를 중심으로 귀순자의 단식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민족통신>이 지목한 사망자는 서경아씨로, 집단 귀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이라고 설명했으며, 자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배인 남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족통신>은 1999년 LA에서 창간됐으며, 상근자 없이 편집위원 9명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표인 노씨는 이번 당 대회 취재를 위한 체류가 69번째 방북 취재라고 기사에서 밝혔다. 노씨는 194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1973년 텍사스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에서 조속한 진상 공개를 국정원과 통일부에 요구했으나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북한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실제로 이들 13명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이하 센터) 내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기자회견이나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확인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경식당 집단 귀순녀 1명 사고 의혹
“공화국에 보내달라” 투쟁하다 사망?

뿐만 아니라 북측이 판문점에서 이들 귀순자와 북측 가족들의 만남을 주선하자고 제의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종업원과 그 가족들을 함께 공개 기자회견장에 세운다면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인지 혹은 유인납치인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측 주장이다. 현재 북측은 강제랍치피해자구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외신 취재를 허용하거나 동영상을 제작, 공개하는 등 이번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북한 만이 해온 것은 아니다. 국내서도 이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집단 탈출과 입국을 감행한 것이라면 이들의 신변과 의사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과 통일부는 왜 북한정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가는 “이들이 귀순했던 지난달 초에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해외 식당은 국가안전보위부에서 파견된 보위원이 근무자들을 감시토록 하고 있다. 여권도 근무자 개인이 소지할 수 없고 지배인으로 위장한 보위원 등이 걷어서 일괄 보관한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한 번에 이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을 이끈 남성 지배인 허모씨가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한 13명 외에
따라온 사람 있나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개신교 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남한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브로커에 의해 감금돼 있었고, 현재 평양에 아들과 노모가 있다. 김희태 목사는 이들 종업원들이 센터 조사와 하나원 수료 후 사회에 나오면 김련희씨와 마찬가지로 ‘북한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알고 온 이도 있으나 모르고 따라온 이도 몇몇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 당국이 이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센터 내에서의 단식 시도 가능성이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민족통신>의 보도 직후인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정말 만에 하나 단식이 있었더라도 단식 중 사망이 나올 정도로 (센터의) 관리가 허술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단식설 혹은 단식 중 사망설은 조금만 남북관계 혹은 북한이탈주민 관리의 현실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라며 “북한 이탈주민들의 관리는 모두 부득이한 접근의 통제가 이루어진다. 탈북자들의 심리상태가 안정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북한에 남은 식구들을 인질로 한 북한의 우회적 선전선동 및 회유전이나 말 그대로 탈북자 본인에 대한 위해가 걱정되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매체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15일자 <민족통신> 보도는 기사 상에서 별다른 취재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매체가 해당 기사를 인용보도 하지 않는 이유도 정확한 취재원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NK투데이> 보도는 북한 매체 <메아리>를 인용보도하고 있다. <메아리>는 ‘정보원’의 퇴직자를 인용했다. 이것이 정확히 국가정보원을 의미하는지 다른 정보당국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경기도 시흥의 센터 내에 있는 귀순자들의 소식을 북한과 해외 소재 매체에서 먼저 파악한 것이다. 그간의 보도 관행으로 볼 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신이나 국내 매체의 보도여야 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루트로 볼 수 있다.

“재판정 나오면 
진실 알게 될 것”

그간 북한정권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 있는 외신에게 취재를 허용하는 등 외신을 적절히 활용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번 집단귀순 사건도 <CNN> 취재진에게 “특종이 준비돼 있다”며 평양으로 불러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들과 귀순 종업원의 가족을 만나도록 했다.

북한정권 입장에서 서경아씨의 사망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그간 굵직한 북한 관련 보도를 도맡아 보도해온 <CNN>에게 취재를 허락했을 것이다. <CNN>에 보도를 허락한다면 관련 기사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 정부는 수세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변 측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류경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가족에게 대리권을 위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위법한 ‘구금’을 긴급히 해제시키기 위한 절차인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기열 칭화대 초빙교수가 직접 민변의 대표 메일에 북한의 가족이 대리권을 민변에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힌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자필서명이 담긴 위임장을 보내오면서 성사된 것이다. 정 교수는 직접 북한의 가족과 접촉해 위임장을 받고 민변 측에 전달했다.  

소문 SNS 타고 빠르게 퍼져
국정원·통일부 미온적 대응

민변 측은 <일요시사>에 “정 교수는 평소에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보내온 동영상은 재생이 안됐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유가려(유우성씨 동생)씨 이후 두 번째”라고 전했다. 동영상을 제외한 가족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위임장을 민변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했다. 그러나 위임장만으론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들 가족이 실제로 현재 센터 내에 있는 류경식당 종업원의 가족이 맞는지 입증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는 <일요시사>에 “법원이 통일부에 가족관계임을 입증하는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면 통일부도 협조할 것”이라며 “법원이 (귀순자) 본인을 통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법원이 (귀순자에게) 사진을 제시해 부모가 맞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귀순자 본인의 의사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피수용자 본인이 직접 재판정에 출두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사망설이 떠돌고 있는 서경아씨를 비롯해 나머지 귀순자들의 생사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 유가려씨가 이 제도를 통해 구금에서 풀려나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유씨는 법정에서 “센터로 돌아가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전화상으로 들은 후 “하루만 변호사를 따라가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유씨를 데려온 국정원 직원들이 대치했다. 이후 유씨가 다시는 센터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이번에도 귀순자들이 법정에 나와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집단귀순에 얽힌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는 현 센터 내 ‘임시보호조치’의 문제점을 들어 변호인 조력권이 절실함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귀순 동기 등 조사과정에서 센터 내 탈북자들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사피의자도 변호인 조력권이 있는데 피수용자들은 조사과정에서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센터 조사는 행정조사와 수사의 경계가 없다. 조사주체도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가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보호조치
“문제점 많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 10여명은 “종업원들이 자유 의사로 입국한 게 맞다면 변호인의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며 접견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국정원은 “센터가 구금시설이 아니고, 종업원들이 난민이나 형사피의자 등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접견신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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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