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초 운동선수들의 병역면제 혜택에 대해 논한 적 있다. 국제 경기대회에서, 올림픽 등 세계대회는 물론 아시아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일이 온당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당시 필자는 이 나라가 후진국 시절 개인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또 국가의 변변한 지원 없이 금메달을 획득해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로 병역 면제 혜택을 준 바 있고 그 일은 한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왜냐, 우리가 후진국 시절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어쩌다 아시아가 아닌 외국을 방문하면 현지인들이 으레 묻는 말이 있다. “일본 사람이냐”고. 아니라고 대답하면 상대는 다시 묻는다. “혹시 중국 사람이냐”고.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차분하게 한마디 한다. “I'm from Korea!”라고. 그러면 상대는 ‘코리아’를 되뇌며 고개를 흔들어대고는 기어코 염장을 질러댄다. “코리아란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고.
이러한 상황이 1988년 개최된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변하기 시작했고 2002년 개최된 월드컵 축구 경기로 인해 전 지구촌이 코리아를 알게 된다. 아울러 우리 경제 역시 선진국 바로 문턱에 위치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와 맞물려 스포츠의 위상도 바뀌었다. 이미 여러 종목이 프로로 전향되었고 또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스포츠가 국가의 이익에 앞서 개인의 영예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금메달을 수상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다니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병폐가 고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에 병역 특례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보인 행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이 사람들의 생각은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자.
“국방부는 2020년부터 병역자원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역자원 병역특례 대상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3년에는 제도를 폐지할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국방부는 “현역자원 병역특례 대상과 관계기관의 준비기간 제공, 충격완화를 고려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감축 후 2023년에는 배정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 역시 만시지탄이지만 이미 조처를 취했어야 할 일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병역특례제도 역시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던 시절에 시행되었던, 궁여지책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활자들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완할 예정”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변을 늘어놓았다. 물론 병역특례와 관련 있는 학계와 과학·산업계의 반발에 따른다.
참으로 가당치 않다. 도대체 이 인간들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 알 수 없다. 혹시라도 가장 엄정하고 순수해야할 국방의 의무를 흥정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지울 수 없다.
하여 필자에게는 철밥통으로 비쳐지는 국방부가 아니라 염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 보이는 유관부처 당사자들에게 한마디 한다.
“국방의 의무는 단순히 국가안보를 넘어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는 일이다. 그런데 같지 않은 구실로 21개월도 희생하지 못하겠다는 인간이 이 나라에 무슨 소용 있겠느냐!”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