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왕국’ 북한 마약유통 실태

최상급 아편 전세계로 배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최근 북한에서 생산된 필로폰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투약한 탈북자와 중국동포 수십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북한을 탈출한 북한이탈주민까지 북한산 마약을 중국에서 구해 국내에 가져와 투약할 정도로 북한에서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한반도 내 마약 제조는 일제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엔 조선총독부 내 전매국에서 ‘식물분석국’이라는 부서를 설치하고 실제론 모르핀과 아편을 취급했다. 전매국은 공식적으론 인삼과 담배를 독점 취급하는 부서였으나 중일전쟁이 시작되면서 전국의 양귀비 농장을 관리하고 양귀비를 수확·분석해 군납용 모르핀 생산에 관여했다.

집집마다 재배
상비약처럼 구비

이렇게 생산된 모르핀은 만주의 야전병원으로 보내져 부상병 마취와 고통 경감에 쓰였다. 당시 일제가 함경도 지역에 광범위하게 양귀비 농장을 조성하고 운영한 것은 함경도의 토양이 양귀비 재배에 적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함경도 지역을 중심으로 양귀비 재배가 성행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3월 발간한 <2015 국제마약통제전략(INCRS) 보고서>는 북중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북한에서 마약이 성행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 당국이 만든 마약은 아편을 뜻하는 ‘백도라지’ 와 필로폰, 헤로인뿐만 아니라 진통진정제 역할을 하며 일명 ‘총탄’으로 불리는 화학합성제 ‘덴다’, 각성제 ‘얼음’, 강심지혈제 ‘파인디아’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내가 북한에 있었을 땐 아편 엑기스가 비상 상비약처럼 집집마다 있었다”며 “진통제, 몸살 감기 등에도 쓰고 만병통치약처럼 썼다. 대흥, 장진, 요덕, 맹산, 양덕군 일대에 아편재배지가 많다”고 북한의 마약실태를 전했다.


강 대표는 지난 1992년 함남 요덕군에서 거주하다가 탈북했다. 그의 진술로 볼 때 당시에도 마약류가 일반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강 대표와 센터 측은 현재 미국 국무부에서 의뢰한 북한 내 마약 실태를 조사 중으로 오는 6월 말까지 조사를 완료해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북한당국은 1970년대 초 해외공관의 운영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마약 제조를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90년대 초부터 정권 차원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아편 재배와 마약 생산을 대대적으로 증대시켜왔다.

탈북자들 중국 통해 국내로 들여와
국경지대 광범위 양귀비 농장 조성

특히 1989년 8월, 김정일이 양귀비를 심어서 외화를 획득하라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재배면적이 대폭 확대됐다. 이후 김정일 직속의 노동당 39호실과 대성무역총국의 주관 아래 은밀하게 마약사업이 전개돼왔다.

이미 김일성 시절부터 마약은 정권이 장려하는 주요 시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양귀비를 많이 심어 이것을 정제해 외국에 팔고 인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교시했다.

김일성은 “백도라지 농사를 잘 지어 백도라지만 수출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식량난을 해결하고 우리 인민들은 가까운 연간에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마약 거래는 북한주민이 두만강을 직접 건너가거나 압록강에 소형 배를 띄워 마약 원료가 들어가고 완성품이 중국으로 나간다고 전해진다. 이밖에 기차 화물칸과 선박의 컨테이너 박스 안에도 마약을 숨겨 밀거래한다고 알려졌으며, 회당 0.5∼1㎏ 단위로 거래된다고 한다.


지난 2002년부터 마약은 대대적으로 중국으로 밀수되기 시작했다. 당시 필로폰 1㎏은 미화 5600달러에 거래됐다.

이렇듯 북한에서 마약 제조 및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일반 주민들 입장에선 굉장한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8세 어린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교가 아닌 산에서 고사리를 채취하고 바다에서 조개를 잡아오다 ‘마약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고, 이들이 ‘장마당세대’로 불리면서 마약 제조와 운반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외국에 팔고
식량문제 해결

개인의 급여가 월 5000원 정도라면 실제 생활비는 일주일에 평균 5만원 정도 든다. 마약을 취급하면 하루에 10만원도 벌 수 있다. 정권에서 사형을 시킨다고 선전해도 마약 판매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북한산 마약은 순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순도 99%를 자랑하는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중국 마약은 불순물이 많이 첨가돼 복용 후 환각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두통이나 어지럼증, 구토를 유발한다. 북한 마약은 “뒤끝이 깔끔하고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특이한 것은 남한처럼 주사기 투여 방식보다 서양처럼 코로 흡입하거나 은박지 위에 놓고 가열해서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70년대 해외공관 운영비 조달 위해 시작
90년대 들어 정권 차원의 외화벌이 수단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는 탈북자 진술을 인용해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탈북자에게 물어보니 회령 출신자는 다 한다. 중학생 이상은 다 한다고 언급했다”면서 적어도 국경지대 주민의 70∼80%는 복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탈북연도를 기준으로 2005년 이후 탈북자는 50% 이상 복용 경험이 있다고 말했고 2008년 이후 탈북자는 70∼80%대로 높아졌다. 최근엔 100% 다 한다. 애들도 다 한다고 하더라. 드문 현상이 아니고 꽤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 충격을 안겼다.

2009년 실시됐던 화폐개혁 이후 보유하고 있던 화폐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 새로운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자녀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 장마당(시장)에서 장사로 먹고 살 만한 능력이 없는 이들 사이에서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북한의 고급 식당은 ‘사우나’를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수성찬을 먹은 후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하며 마약을 함께 한다고 알려졌다. 상류층 사이에서도 마약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탈북자들은 “마약에 빠지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물건” “마약을 (복용)하면 겁이 없어진다” “폭행, 살인, (성적) 문란이 온다” “포고문도 내고 사형도 시키지만 근절이 안 된다”고 했다. 
 


북한사회서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단속을 하고 적절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인민보안원, 보위원, 법관 등이 마약을 복용하고 압수된 마약을 은밀히 빼돌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마약을 선물로 주고받기를 즐기고 단속된 마약을 착복해 가족을 시켜 장마당에 내다팔도록 하며 지인이나 친척에게도 나눠준다.

이처럼 지도자의 어리석은 판단과 부패, 탐욕, 빈곤으로 인해 북한사회 전반이 ‘마약공화국’으로 변질됐다. 마약을 위해서라면 권력자가 주민을 생산자로 부리고, 생산자는 권력자를 속여 빼돌린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 마약은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국경지대 주민
70∼80% 복용

지난 1997년 탈북한 이애란 박사는 <북한의 백도라지 농장의 실체와 마약 남용>에서 “북한주민들의 이러한 일탈과 도덕적 해이는 앞으로 통일조국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한 민족임을 감안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 마약’ 어떻게 풀렸나  

 


원래 북한 불량정권은 마약 제조 및 유통을 외화벌이 목적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전 세계를 상대로 마약밀매와 위조지폐 유통 등 국제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박스 기사 참조) 그러나 현재와 같이 북한 내부에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것엔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다.

김정일이 직접 마약 생산을 지시하면서 생산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과잉생산이 초래됐고 중국 당국이 지난 2003∼2004년께부터 마약밀매를 엄격히 단속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내수로 풀린 것이 한 원인으로 보인다. 또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 사태(고난의 행군 시기)가 발생했을 당시 북한당국이 집중 육성했던 마약제조기술자들이 내수용 마약을 대량 제조했던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함남 함흥시 흥남구역 내엔 유명한 ‘흥남비료공장’이 있다. 해당 공장은 1927년 일본질소비료(주)에 의해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세워져 1930년대에 화학비료와 다이너마이트를 생산했다. 함흥 앞바다에서 일제가 패망 직전까지 ‘핵실험’을 했다는 미국의 정보자료도 존재한다. 그러한 이유로 6.25 당시 혹시 잔존할지도 모를 핵실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미군이 흥남을 폭격한 후 흥남철수작전을 감행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시대부터 화학실험과 관련 제조에 능한 곳이었던 것이다.

현재 함흥시엔 함흥약학대학과 흥남제약공장이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이곳에서 마약을 생산했고 최근엔 흥남비료공장 6직장에서도 마약을 생산한다는 보도가 일제히 나왔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공장 가동이 멈추자, 그때까지 국가에서 특별 배급을 받으며 아무 걱정 없이 살던 화학전문가들이 굶주리는 상황에 처했다. 그때부터 생존을 위해 중국에서 마약원료를 들여와 마약 제조가 시작됐고 현재 마약 제조의 ‘본산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처음 마약을 연구하고 시험생산을 한 평양시 상원군 마장리 연구소에서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한 흥남제약공장, 나남제약공장, 평양선교제약공장에 몸담았던 기술자와 전문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마약 제조와 유통이 시작됐다. 결국 2000년 이후 북한 전 지역은 마약의 늪에 빠지게 됐다. <신>

<기사 속 기사> 북한의 국제범죄는?

2006년 10월11일자 <타임> 영국판은 북한이 일본의 야쿠자, 러시아의 마약중개상, 아일랜드 해방군(IRA)의 테러리스트, 아프리카의 밀렵꾼, 이집트·이란·리비아·파키스탄·시리아·베트남·예멘의 군대 등을 상대로 위조·밀매·밀수 등의 불법거래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제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늘날 북한은 마약을 해외 공관의 ‘외교 행낭’을 이용해 밀반출하고 있다. 본국과 대사관을 오가는 외교 행낭이라고 불리는 큰 자루 안에 마약, 위조지폐, 가짜 담배 등을 넣어 이동시키는 것이다. 북한의 마약사업은 아편ㆍ필로폰ㆍ헤로인을 비롯해 최근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유행 중인 ‘샤부’ 등 각성제도 포함하고 있다.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의 쟁점: 북한의 국제범죄 유형과 특징>(2007)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은 지난 1979년부터 2000년까지 라오스·인도·이집트·동독·파나마·스웨덴·러시아·중국·잠비아·일본·멕시코·시리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마약을 소지, 밀반입, 판매해 온 혐의로 추방당했다.

북한은 일본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범죄조직과 연계하는 한편 중국 베이징의 신흥 폭력조직에게 자금을 지원하며 육성해 마약밀매 하부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중국의 동북 3성 지역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주요 밀매 루트로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현지 파견된 벌목공과 임업대표부 직원들을 활용해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아편·헤로인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러시아 마피아와 손잡고 아편과 헤로인을 유럽으로 밀반출하고 있다.  지난 1999년 1월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북한이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마약 밀수로 벌어들인 외화로 전투기와 헬기 등 러시아제 군사장비를 구입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신>

[※참고문헌]

이애란, <북한의 백도라지 농장의 실체와 마약 남용>, 북한연구소, 2009
이석영, <북한은 어떻게 마약천국이 되었나>, 북한연구소, 2015
윤황, <동북아 평화질서구축의 쟁점: 북한의 국제범죄 유형과 특징>, 통일문제연구19, 2007
김철추, <덴다, 총탄, 돌이돌이, 위폐, 무기...북한의 추악한 지하경제>, 조선미디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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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